꿈에, 어제 꿈에 보았던, 이름 모를 너를 나는 못 잊어, 본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지난 꿈 스쳐 간 여인이여(중략)난 눈을 뜨면 꿈에서 깰까 봐, 나 눈 못 뜨고 그대를 보네물거품처럼 깨져버린 내 꿈이여, 오늘 밤에 그대여 와요1986년 발매된 조덕배의 노랫말은 꿈속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을 잊지 않으려 꿈에서 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녹여 중학교 시절에 쓴 곡이라고 하니, “영감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만나는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매일 밤 뒤척이며 꾸는 꿈, 무언가를
인간이 지닌 오감 중에 딱 하나만 지닐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다. 맛보는 기쁨, 바라보는 만족, 들이마시는 호기심, 어루만지는 온기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지만 나는 주변의 소리, 사랑하는 사람의 음성, 애정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택했다. 대학시절 친하게 지낸 타 학과 선배는 때때로 좋은 곳이니 들어보라며 다양한 음악파일을 전해주곤 했다. 유명한 팝송부터 조금은 생소한 유러피언 음악, 나 또한 좋아했던 연주곡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물해 주었다. 제목과 가사, 멜로디가 품은 숨은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왼손에는 언제나 굵다란 은가락지가 끼워져 있었다. 적당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아주 어릴 적부터 보아와서 그런지 정말로 꽤나 굵었다. 요양원에서 타인에게 몸을 맡기기 전까지는 손에서 절대로 빼지 않은, 할머니에게는 그야말로 분신 같은 물건이었다. 그 반지가 어떤 추억을 담고 있는지는 물어본 적이 없으나, 할머니의 딱 한마디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은이 몸에 아주 좋아. 지니고 있으면 병이 안 생겨.”은이나 금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좋다는 미신이 한때 돌긴 했지만, 할머니는 진심으로 그 말을 믿고 평생
金먹을 수도 없는, 그저 금속 따위가 어떻게 인간 세상의 꼭대기에서 우리를 쥐락펴락하고 있을까? 장신구로 만들어 화려한 빛과 디자인을 뽐내면 ‘예쁘다, 갖고 싶다’ 순간 홀리기는 하지만, 수십억의 세금은 체납하면서 김치통에 골드 바를 숨겨 놓는 파렴치한들을 생각하면 금을 쫓는 인간의 욕망은 생존 본능 그 이상으로 치졸하고 하찮다. 대학시절 첫 연애를 이별한 당시 거의 곧바로 커플링을 팔고 그 돈으로 친구에게 밥을 산 적이 있다. 친구는 “커플링 팔아서 밥 사주는 게 가능해? 아무렇지도 않아?”라며 놀라워했다. 아무래도 커플링에 담긴
Q. 우리 팀장은 업무를 지시하거나 대화를 할 때 말을 너무 함부로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대놓고 심하게 해놓고, 부하 직원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지시를 받을 때마다 꺼려지고, 이제는 인간 자체가 싫어지고 있습니다.“김 대리, 이리 와 보세요. 제가 지난주 회의 때 이야기한 자료 분석, 이게 다 한 건가요?”“네, 팀장님. 그때 말씀하신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어 봤습니다.”“참 답답하네요. 그게 자료 분석입니까? 자기 아이디어나 생각도 좀 넣어서 새로운 내용으로
유럽 문화의 근원은 어디인가? 유럽인들은 이집트라고 이야기한다. 고대 그리스가 이집트를 지배한 기간을 거치면서 이집트 문화가 그리스에 이식이 되었고 로마를 거쳐 유럽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공부한 그리스의 대표적인 유학파로는 플라톤, 피타고라스, 호메로스가 있다. 이외에도 솔론, 헤로도토스, 디오도루스, 플루타르코스 등도 수년간 이집트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 대목에서 고대 이집트의 대표적인 신들이 이름만 바뀐 채로 그리스의 신화에 등장했음을 알 것이다. 그리고 이집트에 간다면 아테네
“이집트”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피라미드, 스핑크스, 미라를 떠올리지만, 내 머릿속에 이집트는 아스완(Aswan)의 카타락트 호텔(Old Cataract Hotel)에서 즐기는 나일강변의 풍광으로 채워져 있다. 지금도 그때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생생하다. 키 큰 야자수 사이로 이집트 전통 돛단배 펠루카가 암반을 드러낸 섬들 사이를 느리게 지나던 모습은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 있다. 심지어 그 순간에 느꼈던 벅찬 감정이나 피부에 와닿는 바람, 코끝을 스미는 청량까지도 또렷이 기억에 저장돼 있다. 당
오랜 기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다 보니 “어디가 좋아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사막이 좋다”라는 대답을 자주 하는데, 디자인의 완성이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만들어지듯 사막은 자연이 만든 완전하고도 완벽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곳이어서다. 여러 사막 중에서도 최고는 서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있는 붉은 사막이 품고 있는 데드블레이(Deadvlei-죽은 물 웅덩이)가 아닐까 싶다. 미스터리한 자연 현상과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실제 많은 사진작가들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하다. 물론 그곳까지 가는 여정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문명
“에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임원한테 불려갔던 팀장이 돌아와서 내뱉는 자조 섞인 말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팀원 한 명이 급한 건이라며 결재를 받으러 갔더니 팀장의 날선 감정이 제대로 활개를 친다. “아니 이걸 이제 갖고 오면 어떡하나? 매번 중요하다 하면서 막판까지 뭉개는 이유는 뭐야? 사람이 왜 그래?” 그 다음 팀의 분위기는? 짐작하는 대로다. 난데없이 폭탄을 맞은 팀원은 죽을 상을 하고 앉아 있고 다른 팀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각자 일에 몰두하는 듯 조용하다.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직장 풍경이다. 그래서
10~20년 쌓은 고수의 내공을, 1~2만원 달랑 지불하고서, 1~2시간에 내 걸로 만드는 비결? 인간의 소통 수단은 말(語)과 글(文), 두 가지다. 말만 존재한 시대는 역사가 아니다. 글이 존재하고서야 비로소 찬란한 인류사가 시작됐다. 국가 정책의 기본도 ‘어문’ 정책이다.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고.아는가, 선사(先史)시대와 역사(歷史)시대의 의미? 그 경계는 바로 ‘글(문자)의 사용 여부’였다. 인류의 궤적은 문자로 기록됨으로써 역사로 바뀌었다.왜 말은 인류사 범주에 끼지 못할까? 원인은 여럿 있겠으나 뭣보다 말의 휘발성 때문이
동기 이론 전문가인 리처드 라이언 박사는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 동기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 한국 학생들의 학업 동기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나라 학생들과 달리 한국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자식 공부라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라도 헌신하는 한 국 부모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유를 파고 들어가면 더 큰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한국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는 이유가 대부분 ‘부모의 관심’이었기 때문이다.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또 그 얘기?”“원래 그렇잖아!”“뭐, 어떻게든 되겠지.”합계출산율 0.8명대의 초(超)저출산 국가 사람들의 반응이다.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인데, 구성원이 느끼는 위기감은 실상과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 삶이 팍팍해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는 아우성뿐이다.▪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더 많은 나라▪전쟁도 아닌 시기에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OECD 회원국 유일의 합계출산율 0명대인 나라▪20년째 초저출산(1.3명 이하)이 계속되는 나라▪0~14세 인구 비율이 12.5%(세계평균 25.4%)인 나라▪전국 228개 시군구
Episode 24. “거짓말하면 나쁜 어린이야!”학교, 가정, 사회에서 그토록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건만 과거 어느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하루 동안 입 밖으로 꺼내는 거짓말이 수회라고 한다. 이타적인 거짓말 이를테면, 몸이 아픈데 부모님 걱정하실까 염려되어 안 아프다고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 오늘 예뻐?”라고 묻는 여친 질문에 “너무 예쁘지, 항상 예쁘지!”라며 핑크빛 멘트를 날리는 것까지 물론, 거짓말의 순기능도 적지 않다.이런 착한 거짓말 외에, 진짜 대놓고 나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왔다. 특히 사회생활
Episode 22.‘나이가 들수록 경사(慶事)보다는 조사(弔事)가 늘어난다’고 어른들은 종종 말했다. 어른의 기준이 무엇인지, 나이가 든다는 의미를 정확히 몇 세부터 부여해야 하는지 아리송했던 과거를 지나 요즘은 진짜 ‘나이가 드는 나이’로 접어든 기분이다.솔로생활을 즐기는 친구들도 아직 많고, 결혼이 워낙 늦어지는 추세이다 보니 여전히 젊디 젊은 나이이지만 나의 부모님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제 내 또래 부모님들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정말 먼 일 같고 그저 남 일 같았던 일들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첫
Episode 20.다용도실이 또 꽉 찼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냉장고에 들어가는 양보다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플라스틱과 각종 포장재가 훨씬 많게 느껴진다. 재래시장에서 사는 야채와 과일을 제외하고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 배송을 이용하는데, 장을 볼 때마다 발생하는 쓰레기를 보고 있자면 답답하다.일회용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몇몇 대책으로 인해 대표적인 커피 프렌차이즈인 스***는 종이빨대로 바꾼 바 있고, 국내 모든 식음료 매장에서는 일회용컵 사용 금지라는 다소 강력한 정책으로 한동안 쓰레기 감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잠시뿐, 요즘 커피전문점은 다시 일회용 일색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환경이나 자신의 불편함보다 편리함을 선호한다. 나 역시도 반짝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다가 다시 일회용으로 돌아
Episode 19. 평소 집돌이, 집순이와 ‘이불 안전주의’를 외치던 사람들마저도 요 몇 달을 지내면서 몸이 근질근질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외출도 부담스럽고 더군다나 사람이 붐비는 실내에서의 활동을 꺼리는 상황에서 나름의 해결책은 ‘사람이 덜 붐비는 야외’가 되는 모양새다. 특히나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휴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캠핑’이 대세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싶다.공중파 방송은 뉴스나 가끔 틀까 말까, 이제 TV도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풀가동 중이다. 내가 요즘 멍하니 틀어놓는 유튜브 채널은 주로 ‘솔로캠핑, 가족캠핑, 감성캠핑’ 등 야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찌나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는지, 야외로 떠난 사람들 저마
Episode 18.나는 나를 사랑할까?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 건 처음이다. 잘 먹고, 잘 자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부모나 누군가의 강요 없이 내가 선택해서 사는 삶이면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불과 며칠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나는 꽤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했을 거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사는 인생이었으니까 말이다. 헌데, 우연히 어느 유튜브 채널을 보고서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유년시절을 제외하고 돌이켜 보면 나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단 한 번도 만든 적이 없었다. 주어진 환경, 기회에 순응하거나 도피하거나 이
Episode 17. 나는 온라인 게임에 흥미가 없다. 단계를 높여가다 보면 어렵기도 하고, 하나에 오래도록 집중하는 끈기도 없는 덕분(?)이다. 보통 남자들은 다 게임을 좋아한다는데 내 주변 지인 중에는 신기하게도 게임에 빠져 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인지 끼니를 거르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게임에 푹 빠진 사람들을 보면 신기방기하다. 처음부터 게임을 사랑한 걸까, 아니면 그렇게 빠지도록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하루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4인 가족이 내 옆자리로 들어왔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이제 막 걸음을 뗀 여자아이가 엄마의 도움을 받아 나란히 앉았다. 익숙하다는 듯 남자 아이는 엄마에게 휴대폰을 받아서는 주
Episode 16. 또 병이 도졌다.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고 죽일 거면서, 봄만 되면 이런저런 화분을 사들인다. 분명 아주머니께 식물 이름, 특징, 물 주는 주기, 분갈이 방법 등을 상세히 듣고 데려오는데 이상하게도 서너 달을 넘기기가 힘들다. 남자친구는 제발 생명에게 몹쓸 짓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봄바람은 또 어떤 식물을 사겠느냐며 내게 속삭인다.5년 넘게 키운 식물도 있긴 있다. 흔히 돈나무라고 불리는 금전수, 학명은 자미오쿨카스 (Zamioculcas)다. 남자친구가 입사기념으로 회사에서 받고 혼자 5년을 키웠다. (솔직히 키웠다는 말보다는 방치가 더 정확하겠지.) 신통방통한 이 녀석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연애시절,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잎사귀를 보고 남
Episode 15.몸 빛깔을 자유롭게 바꾸는 카멜레온. 낮과 밤의 빛과 온도 차이나,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타고난 능력을 지녔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만, 인간도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모습을 상황에 따라 철저히 바꾸는 능력이 뛰어나다.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행동과 태도를 조절하는 건 당연히 필요하고 또 사회생활에 있어서 상당한 이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식 선에서 카멜레온 같은 본능을 사용하고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특이하게도 상식 밖의 돌변을 보이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더라.강남 모 빌딩 관리소장은 약 3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주야간 경비원, 주차요원, 청소원 등 빌딩 소속 정직원부터 파트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