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은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에 역점을 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추진과 공공부문 정상화 대책,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장년고용종합대책, 비정규직종합대책 등 각종 대책을 연이어 발표, 추진하였다. 결과적으로 볼 때 2014년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은 노사관계 없는 나열식 제한적 노동시장정책이었고, 연말에 접어들면서 정규직 과보호론에 입각한 고용 및 임금, 노동시간의 하향평준화 방식의 정책 추진을 시사하고 있어 반노동정책화 경향을 노골화하고 있다. 2014년 주요 노사관계 쟁점을 짚어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 비정규직 간접고용의 갈등 격화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공공부문 노사관계와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 등을 꼽을 수 있다. 본고에서는 주요 쟁점에 대하여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결과제를 제시하면서 2015년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및 노사정 사회적 대화 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2014년 1월, 한국노총에는 김동만 집행부가 출범하였다. 새로운 집행부는 ‘투쟁에 기초한 협상’을 주요 운동 기조로 하여, 선결적으로 3대 현안과제 해결에 주력하였다. 2월 13일 중앙집행위원회 결의에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에 노사정소위원회를 열 것을 공식 제안하였고, 그 결과, 국회 환노위 의결로 4월 17일까지 2개월간 국회 협상이 열렸다. 국회 환노위 노사정소위원회의 논의의제는 ▲통상임금, ▲노동기본권, ▲노동시간단축 등 2014년 노사·노정관계에 있어 최대 쟁점사항으로 산적한 노동 현안 과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여당과 사용자단체의 근로기준법 개악 기도로 인하여 최종 결렬되고 말았다. 노동부와 사용자단체는 법정 허용 가능한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노동기본권에 대해서는 부정하거나 오히려 후퇴시키는 입장으로 일관하였으며,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정리된 ‘통상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 포함’을 부정하였다. 국회 소위협상을 통하여 관련 제도 개선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통상임금, 노동시간단축, 노동기본권 의제에 대하여 국회 노사정소위 지원단(공익 전문가)은 한국노총의 요구에 대체로 동의하는 ‘안’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지원단 안은 향후 입법을 재추진하는데 있어 ‘기준’이 될 수 있고, 2014년 임단투 현장교섭의 논리적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를 남겼다. 실제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 노동 시간단축은 2014년 민간부문의 임단투 최대 쟁점사항이었다. 더디긴 하지만 점진적으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단위노조가 증가하였다. 한국노총 소속 단위노조 중 약 10%가 임단투를 통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 사례의 특징은 노동조합이 일찍이 통상임금 문제를 제기(단체교섭 또는 소송)한 것이었고,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으며, 대체로 고정성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임단투는 굵직한 교섭요구안이 즐비한 가운데 예년과 비교할 때 교섭이 상당히 지연되는 결과를 보였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임단협 진도율이 7월까지는 매우 더딘 속도로 진행되다가 8월에 평년 수준에 도달하여 11월이 되어서는 79.7%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통상 임금 범위 확대는 올해에도 노동계의 주된 요구 의제가 될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 정의 및 산입범위 규정 마련을 위한 제도개선투쟁과 임단투의 쟁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 중반까지 기획재정부는 304개 공공기관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단체협약을 조사‧시정조치를 취하였다. 또한, 과도한 부채 원인이 MB정권의 4대강, 자원외교 등 실패한 정책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만경영에 의한 복리후생으로 지목하여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행 추진하였다. 공공부문정상화대책은 명백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공공부문 노동운동진영에서는 노정교섭과 대정부 투쟁을 통하여 ‘일방적인 공공부문 정상화대책’을 분쇄해 나가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연대투쟁전선을 구축하여 공동으로 대응하였으나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와 개별공략 전술에 막혀 진전되지 못하고, 협상국면으로 전환하여 노사정위 공공부문발전위원회가 9월에 구성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공부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 민주화(공운위 시민사회 및 노동조합 참여, 낙하산 인사 근절, 자율경영을 침해하고 설립취지를 왜곡하는 경영 평가제도 폐지 및 국민과 노조가 참여하는 새로운 평가제도 구축, 정부의 획일적 지침 폐지 등), 공공기관 부채 문제 해결(무분별한 민영화와 사회공공성 파괴 중단, 정부정책의 실패로 인한 부채 떠넘기기 중단, 공공요금 정상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2014년 노사관계 이슈 가운데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분야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문제이다. 2014년 노사분규 중 28%가 하청업체에서 발생하였고, 대표적으로 희망연대, 삼성전자서비스, 현대차 사내하청 등이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투쟁이 전개되었다. 2014년 첫 시행한 고용형태공시제를 통해서 드러났듯이 기간제등의 직접고용 규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대기업, 공공부문의 간접 고용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의 이중구조화를 넘어서 차별의 고착화, 저임금구조화의 문제를 낳으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시장 침체로 저성장을 고착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사용사유제한 신설 및 사용횟수 제한과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로서 △도급 등과의 구별조항 신설(파견법), △파견기간 초과 및 불법파견 시 고용의무를 즉시 고용의제로 개정 등의 제도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2014년은 고용불안이 심화된 한해였다. 대법원은 2014년 2월 고법 판결을 뒤엎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 판결로 인하여 향후 무분별한 정리해고 남용이 촉발 될 수 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역시 통과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지난 해 ‘경영악화에 따른 정리해고’ 이직자가 38만4천명에 이르러 이미 상시적 정리해고가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기재부는 정규직의 정리 해고 요건 완화, 저성과자의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2년 전 대선에서 여야는 무분별한 정리해고 남용을 차단하기 위하여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현 정권은 이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고용불안을 부추기는 반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야하고, 고용형태공시제의 실효성을 높여 공공조달 참여시 인센티브 부여 등이 고려되어야 하며, 고용보험상 경험요율제를 도입하여 고용불안기업에게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직업훈련 및 고용서비스 강화, 실업급여의 보장성 강화 등 사회안전망을 정비, 확충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와 잠재된 구조불안에 놓여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현 정권 임기 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로 인구사회구조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노인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8.1%를 기록하고 있으며, 노인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은 마땅한 소득이 없는 노후에 유일한 최후의 생활안전장치이다. 2014년 상반기, 기초연금이 도입되었지만 박근혜 정권은 대선 공약을 뒤집어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차등지급하였고, 하반기부터 공무원연금 개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다. 또한, 공무원연금 문제를 절차상 사회적 합의를 생략한 채 집권여당이 군사작전식으로 강행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공적연금체계를 형해화시켜 사적연금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여 재벌대기업‧금융자본에게 또 다른 특혜를 제공할 우려가 있어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 해법은 공적연금 발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공무원, 국민, 정부, 연금 수급자까지 관계 당사자들로 구성하고, 합의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제고 등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향후 정부의 일방적인 연금 개악은 공무원노동조합간 연대와 공조의 계기가 되고, 총연맹 상급단체 가입과 공무원의 불완전한 노동기본권에 대한 확대보장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60세 이상 정년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사용자진영의 임금체계 개편 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임금피크제, 직무성과급 체계로의 전환과 더불어 ‘복합임금제’의 공기업과 대기업 우선 도입 추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호봉승급체계의 연공급적 임금구조는 한국의 경제사회적 특수한 환경이 반영된 것이다. 즉, 사회보장체계가 대단히 부실하여 가구주가 자녀들이 독립하기 전(대개 30세 전후)까지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가구지출이 더 늘어나는 문제가 있으므로 연공급은 한국적 특성이 반영된 임금체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천편일률적으로 임금 구조 변화를 정부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연공급적 임금체계 개선보다는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하고, 가족문화 등의 변화가 동시 추진되거나 선결해야할 과제이다. 2015년 적용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세종청사로 이전한 후 첫 협상으로서 지리적 한계로 인하여 사회공론화 조성에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집회 및 1인 시위, 토론회, 기자회견, 캠페인 등 다양한 각종 활동을 전개하였다. 특히, 충청지역 3개 본부를 중심으로 현장조직이 결합하는 집회 및 기자회견 투쟁을 전개하였고, 한국노총 주관으로 막바지 협상에 쐬기를 박는 집회 및 철야농성투쟁을 배치하여 ‘투쟁에 기초한 협상’을 전개하였다. 2014년 최저임금 협상은 양대노총이 처음으로 노동계 위원 9명 모두 표결에 참여하여 전원 동일한 입장으로 출발과 결론을 함께하여 연대와 공조를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양대 노총은 협상과 투쟁을 주도하고, 청년유니온, 알바연대 등 청년노동단체와 여성노조 등 비정규직이 결합하면서 조직적이고 다양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 가능했다. 그 결과, 7.1% 인상된 5,580원이 결정되어 2007년 이후 상승폭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여전히 생활임금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서 최저임금 현실화 과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최저임금협상이후 2014년 하반기, 2013년 국내 최초로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가 제기해서 만든 부천시 생활임금 조례를 시초로 생활임금 조례 확산 지침을 시도지역본부 및 지역지부에 시달하였고, 현재 서울시 생활임금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비극적인 세월호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동안 박근혜 정부는 6월 지방선거, 7월 보궐선거의 영향을 받아 일부 개각을 통해 ‘이제는 그만해라는 식’으로 세월호 문제를 덮는 국면 전환을 시도하였다. 새누리당 대표 인사들이 장관으로 차출되고 최경환 신임 경제 부총리는 국가 부채가 해마다 20조원씩 불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대 재정·금융정책을 골자로 총 41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재정지출 확대를 감당할 재원조달 계획이 없고, 오히려 서민들에게 조세부담을 떠넘기는 담뱃값인상, 주민세‧자동차세 100%인상 등 서민 증세를 추진하였다. 소득주도 성장의 구호만 요란한 채 겉과 속이 다른 조세지출형 간접 소득 지원형 제도와 부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배당소득증대세제 도입을 제시하였다. 특히, 대선공약과 대통령 취임 초 국정과제에서 밝힌 노동정책을 구체화하기는커녕 실효성 없는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파견근로 확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을 제시하는 넌센스를 연출하였다. 연이어 정부는 9월 장년고용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일본식 출향제도 도입을 통해서 근로자파견을 전면 확대하는 안을 발표하였다. 뿐만아니라,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 고령자 및 고소득전문직, 농림축어업 등으로 파견을 확대하는 비정규직종합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더욱이 기획재정부에서는 정규직의 정리해고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양극화와 장기내수 침체에 따른 저성장구조의 고착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임박한 금리인상, 유럽의 경기침체 장기화, 주력산업에 있어 중국의 추격, 엔저를 앞세운 일본과의 수출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하여 2015년 우리 경제는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저성장의 고착화와 구조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요구되고,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 복지국가,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개선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집권 1년차부터 멈춰서더니 집권 2년차인 2014년은 자신이 스스로 국민 앞에 약속한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국정과제 조차 번복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2014년 대부분의 노동정책은 미완의 진행형 과제들로 2015년으로 이월 될 것이고, 2015년은 박근혜 정권이 집권 중반기 시점으로 노동관계법의 개선보다는 개악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통령까지 나서 ‘정규직 과보호’ 논리를 펴는 등 기업에게 유리한 반노동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정리해고부터 임금체계, 비정규 확대 등 종합적인 반노동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2015년은 새해벽두부터 극단적이고 대립적인 노사, 노정관계가 연출될 것이다. 기업인들의 60%이상이 금년도 노사 관계를 불안할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15년도는 현재 조성되고 있는 정세를 종합해 볼때 특별한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박근혜 정권은 일방적 반노동정책과 관련 제도의 개악을 시도 할 것이고, 노동시장의 양극화 심화, 글로벌 경쟁을 빌미로 한 사용자 주도의 구조조정 그리고 지배권력의 공안정국 조성과 노사 관계 개입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 경우 전통적으로 협상과 투쟁을 병행해온 한국노총은 대화보다는 투쟁에 무게중심을 두는 운동 기조로의 전환을 사회적으로 요구받게 될 것이다. 끝으로 최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관한 부분이다. 지난 12월 노사정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관한 기본 합의를 하였다. 노사정위원회 공간에서 노동 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됨을 알리는 대국민 선언인 셈이다. 한국노총의 운동기조는 사회개혁 및 연대적 노동조합 운동을 목표로 투쟁에 기초한 협상, 참여와 개입 전략을 취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하여 만들어진 노사정위원회는 미흡하지만 사회적 대화와 합의 기구 또는 노동현안에 관한 대표적인 공론장으로서 평가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2020년까지 연간 실노동시간을 OECD 수준인 1800시간대로 줄인다는 2010년 합의 등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노사정 합의와 공익위원 권고안을 채택해 왔으며, 그 결과는 정부 및 국회의 정책결정과 입법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사회적 대화 혹은 합의기구의 원활한 작동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원칙적으로 사회적 합의는 경제위기시에, 진보정권이 집권하고 있을 경우, 강력한 노동조합의 중앙집중성과 리더십을 토대로 대화와 타협의 역사적 전통이 있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가능하다는 입장과 노사정 등 경제 주체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조직 및 조직구성원의 이해득실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 어쨌든 한국노총은 그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수차의 합의를 했지만 그 결과가 조직과 운동의 발전에 기여했다기보다는 내부 분열과 혼란을 야기한 측면이 컸다는 내부 평가와 악용당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따라서, 우리노총은 사회적 조건이 충분하게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적극 참여하고, 개입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함으로써 불리한 정세를 유리하게 반전시키고, 노동자의 권익신장과 노동운동의 발전을 기해야할 책무 또한 무겁게 느끼고 있다. 다만, 노동자와 현장 노동운동에 불리하거나, 도움 되지 않는 합의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점과 모든 사항은 조직 내외적 충분한 토론과 공감대 형성 및 민주적 절차를 거쳐 추진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국노총 내부의 충분한 의견수렴은 물론 민주노총과 제 시민사회단체와의 굳건한 연대, 야권을 비롯한 정치권과의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전방위적으로 몰아치는 반노동적 여론공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대항 여론의 형성 등이 필요하고, 핵심적으로는 투쟁에 기초한 협상의 원칙하에 3-5월 현장 투쟁과 연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투쟁실행계획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우리 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는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노동배제 정책과 노동탄압, 2013년 12월의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14년 공공부문 투쟁 등의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 2013년 공권력의 민주노총 침탈에 항의하여 한국 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대화 중단을 선언한다. 고정상여금의 통상 임금 해당 판결에 따라, 관련 법령 개정은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 됐고, 실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해결될 수 있었음에도 경영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2016년부터 본격화되는 60세 이상 정년시대 안착을 위한 여건조성 등 포괄적인 해결을 의도하는 사이에, 현장의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은 높아갔다.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의 공조를 토대로 시급한 현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 구성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국회 역시 전문가 대안만을 남기고 2개 월여의 논의를 마무리한 채, 입법에 실패했다. 2014년 양대 노총은 정부의 초법적인 공공부문 정상화 대책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 투쟁을 힘차게 전개했다.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하여 양대 노총 위원장을 공투위원장으로 하고 금융노조 총파업 투쟁 등을 조직 하기도 하였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를 많이 남겼다. 이후 한국노총은 대표자회의, 중앙집행위원회 결의와 중앙위원회 논의를 거쳐 노사정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방향을 전환한다. 결정적 계기는 공공부문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부문 발전위원회 구성이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높아진 안전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한 산업안전혁신위원회, 통상임금 등 3대 현안 해결과 노동 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가 동시에 가동됨으로써 기존의 자동차부품업종위원회,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 위원회, 고용유인형 직업능력개발 제도개선 위원회의 6개 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중 핵심은 노동시장구조개선 특위이다. 이례적으로 노사정위원장이 특위 위원장을 겸임할 정도로 정부 및 경영계의 기대와 사회적 중요성이 부각된 태풍의 핵이다. 현 정세와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나머지는 노동계의 공세가 기대되는 것임에 비해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는 최선을 다해 선방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기재부 등 경제부처 중심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가 노동시장 내에서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보호격차 및 임금체계 등이 문제라며 연일 언론을 통해 여론을 일방적으로 노동계에게 비우호적 혹은 적대적으로 몰았다.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형해화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 급기야 노동부의 존재가치를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2월 23일 노사정 합의를 통해서 노사정위원회 밖에서 전개되고 있는 노동현안에 대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노사정위원회 공간으로 논의를 집중하면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간 셈이다. 국회일정과 쟁점과제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가능한 논의 시한은 3월에서 5월까지로 노동현장의 임단투 시기와 맞물린다. 아울러,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본격적인 논의와 일정한 성과 도출은 ‘공유와 공론’에 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문제가 단순히 노동시장내의 임금·노동시간·고용 등의 문제라는 주류 및 보수적인 여론과 사회분위기는 잘못되었거나 최소한 일방적이며 편협되었다. 따라서 우리 노총은 조직안팎의 ‘공유와 공론화’를 통해 노동시장 문제는 생산물 시장 즉, 중소기업 활성화와 대기업과의 동반 성장, 원하청 등 공정거래 등을 포괄하는 경제민주화와 4대 보험 등 두텁고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사회보장의 정비 등 제도개선 그리고 절대다수의 노동자와 국민이 이러한 보호와 제도개선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목소리와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적 대변 및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구조적, 장기적, 전면적 접근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노동기본권의 전면적 보장이 모든 문제 해결의 핵심인 셈이다. 찔끔찔끔 필요시마다 하는 땜질식 법개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3대 현안만 남게 되는데, 이것은 이른바 닻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에 의해 추가적인 논의와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과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지난번 국회환노위 소위 자문단의 협조를 얻어 조속한 시일 내에 특위 결정을 거쳐 국회로 보내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이것은 노사정위원회 논의에 대한 성격규정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공론장 및 사회적 합의를 하는 기구로 위치지을 수 있다. 사회적 대화는 경제주체 중 어느 일방에 의해 미리 정해진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제나 현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Social Consensus)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다. 과정을 강조하는 것은 결론 못지않게 공론화하는 과정이야말로 정책의 형성과 입법화 및 정책 집행에 있어 정당성과 효과성을 담보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국회 선진화법과 여·야 정치구조를 감안할 때, 노동계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한국노총이 반대하는 내용은 입법화되기 쉽지 않다. 또, 내용도 없는 것을 가지고 해마다 반복하는 사회적 합의란 있을 수 없고, 사회적 합의의 희화화로서 진정한 사회적 합의에 걸림돌이 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전략적 선택이든 구조적으로 접근하든 현재 우리나라의 조건에서 사회적 합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회적 대화와 공론화 과정에서는 과거 사회적 대화와 공론화 및 사회적 합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노사정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사회적 대화의 새로운 전기를 만드는 것이 노동시장구조 개선에 관한 대타협 도출이라는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할 것이다. 이번에 또다시과거의 오류를 되풀이 한다면 한국의 사회적 대화는 십 수년 후퇴 할 것이며 향후 이것을 복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
- 2015년 2월호, 제120호
- 입력 -0001.11.30 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