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은 상사가 부하를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업무의 성격이 복잡해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의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정량적인 평가(quantitative evaluation)의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평가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질적평가(qualitative evaluation)의 비중과 중요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원 개인의 성과에 대한 질적평가를 직장상사의 주관적 평가에만 맡겨 놓는 방식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평가자인 상사의 개인적인 편견이 많이 개입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평가자도 인간인지라 객관적인 업무성과와는 무관하게 종업원 개인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이러한 편견이 평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사관리에서 흔히 영향비용(Influence cost)이라고 불리는 문제의 발생 가능성도 있다. 영향비용이란 종업원이 자신의 성과를 높이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통해 상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 및 비효율을 의미한다. 영향비용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상사에 의한 주관적 평가가 안고 있는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도입된 것이 360도 다면평가 방식이다. 이 평가방식은 상사뿐 아니라 동료, 고객, 협력사 등 개인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관련을 맺는 모든 사람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것으로서, 특히 전통 적으로 평가를 받는 위치에 있던 부하직원도 상사의 평가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법은 피평가자의 업무 수행 정도를 여러 각도에서 평가함으로써 평가의 타당도를 높이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평가의 비용이 높고, 피평가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무래도 평가라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 즉, 약점이나 실수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피평가자의 행동이 소극적이 될 우려가 높다. 이렇듯 360도 다면평가는 인사고과를 통한 연봉조정이나 승진 등 인사결정을 위한 방법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동기부여나 업무능력 향상과 같은 개발적 측면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많은 조직에서 동료평가에 의한 포상제도(peer recognition)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다면평가의 한 축인 동료들에 의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360도 평가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공식적인 인사결정에 반영되는 평가적 목적보다는 동료들의 평가에 따라 포상을 함으로서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 문화를 활성화 시키려는 차원에서 일회적이고 이벤트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늘날 조직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여러 포상제도 중, 동료평가에 의한 포상제도는 장기 근속자 포상(length of service)이나 성과우수자 포상(excellent performance)과 함께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포상제도로 알려져 있다. 2013년도에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기업의 42%가 동료평가에 의한 포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조직의 수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점 더 많은 조직에서 동료평가에 의한 포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배경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첫째, 오늘날 조직에서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보다는 팀워크와 협업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할 경우, 변화와 혁신, 창의성과 창발성이 중시되는 오늘날의 경영환경에서 경쟁력을 가지는데 한계가 있다. 다양한 지식과 문화,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보다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집단지성이나 집단창의성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조직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자신만 똑똑한 독불장군이기보다는 동료들과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팀 플레이어에 가깝다. 동료들의 평가에 의해 우수한 직원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이러한 인재상에 걸맞은 플레이어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조직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수직적, 관료적인 계층구조에서 개인의 권한이 강화된 수평구조로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변화된 구조에서는 한 명의 관리자가 담당해야 할 부하직원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전처럼 모든 부하직원에게 업무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지시, 통제할 수 없다. 또한 불황기를 겪으면서 많은 조직들이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직급감축(delayering)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관리자의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도 이전과 같은 밀착관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또한 원격지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관리자와 직무수행자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경우 관리자가 부하직원의 일상적인 업무수행을 관찰할 기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관리자가 부하직원을 평가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이처럼 열악해지면서, 함께 일하는 시간이 많고 관찰의 기회가 많은 동료들에 의한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사실 노벨상이나 아카데미상과 같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포상제도는 처음부터 동료평가(peer evaluation)에 의해 수상자를 선정해 왔고, 학자들이 학문적인 업적을 평가하는 등의 전문적 영역에서 동료평가는 가장 중요한 평가의 요소로 인정받아 왔다. 아무래도 업적이나 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같은 종류의 일을 수행하는 동료들이 그 가치를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고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콜로라도(Colorado)주에 있는 Douglas County Library는 성공적으로 동료평가에 의한 포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공공도서관인 이곳에서는 동료들의 추천을 통해 매달 우수 직원 후보를 선정하고, 조직 내 각 직급에서 선발된 선발위원회(special committee)에서 최종적으로 우수 직원을 선정하고 있다.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위한 스토리타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직원, 도서관의 가장 큰 과제였던 도서재고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기여한 직원 등 도서관의 운영에 크게 기여한 직원들을 우수 직원으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유급휴가(paid leave)나 별도의 파티를 열어주는 등 이들의 수고를 칭찬하고 보상하는 제도가 시행함으로써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조직문화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온라인 패션업체 자포스(Zappos)는 그 조직문화만큼이나 특이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졸라스(Zollars)'라는 불리는 이 제도는 자신의 동료에 대한 칭찬이나 고마움의 표현으로 가상의 돈(Zollars)을 선물로 줄 수 있는데, 졸라스를 받은 직원은 이것을 이용해서 온라인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욱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료들 간에 서로를 돕고 칭찬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와 유사한 제도로서 컨설팅회사인 FCC Service에서는 동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써서 사내 게시판에 부착하고, 이들 칭찬메시지를 무작위로 추첨하여 경품을 수여함으로써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다른 동료를 칭찬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렇듯 동료들 간의 칭찬과 포상제도를 실시하는 조직들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와 조직몰입 정도를 높이고, 동료애와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인사관리협회인 SHRM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동료평가에 의한 포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의 57%에서 직원 몰입과 동기부여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이직율도 낮아 직원유지(retention)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Douglas County Library의 지난 5년간 직원 이직율은 13% 수준인데, 이는 유사한 다른 공공 도서관의 평균 이직률 17%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렇듯 다른 도서관보다 낮은 이직률을 보이는 것이 전적으로 이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일정부분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동료평가와 포상제도는 특히 최근 조직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뉴밀레니얼(New Millenial)세대 직원들의 관리에 더욱 큰 효과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거침없이 표현하는데 익숙하고, 또한 자신들의 의견이 조직의 운영에 반영되기를 원하는 경향이 이전세대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을 통해 우수사원을 선정하고 포상하는 제도가 실시된다면, 이들의 참여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조직과 업무에 대한 몰입도 역시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우수 직원에 대한 평가를 모바일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SNS와 모바일 기술 사용에 익숙한 이들 뉴밀레이얼 세대들의 흥미와 참여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y Association. APA)의 조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PA는 세대별로 동료평가와 포상제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는데, 18~34세의 젊은 그룹에서는 약 21%의 응답자들이 이러한 제도가 중요하다고 한 반면, 35세 이상의 응답자들은 약 15% 정도만이 중요하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이 프로그램이 젊은층에 더욱 어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에서는 인식의 정도가 낮음을 말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가 조직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몰입도를 높이고 조직전반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목표를 조직 전체에 공유하고 특히 고연령의 관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 프로그램이 가져온 성과에 대한 보다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조직운영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거둔 효과에 대해 모든 구성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 자신의 노력과 업적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것은 매우 큰 동기부여 효과가 있다. 특히 그러한 칭찬이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로부터 주어진다면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아울러 조직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더욱 큰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의 수평적 문화를 촉진하고, 평가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인사결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쟁으로 인해 삭막해지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보다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로 전환되는 데 있어서 동료에게 건네는 작은 칭찬과 감사의 한마디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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