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한국 기업, 몰입에 몰입하라

몰입은 구성원 성장과 고객 감동의 원천 에너지다. 몰입 에너지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이유다. 이 분야 최고 전문가 클레어몬트 대학 심리학과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최고의 경험(Peak Experience)이다. 기업 경영의 세계에서는 구성원들이 일에 흥미를 느끼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도전에 적극적인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구성원들의 몰입은 조직 내부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라고 지적한다. 몰입을 가로막는 장애물들 기업의 몰입 에너지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몰입으로부터 출발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전념하지 못할수록 기업의 몰입 에너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뛰어난 실력을 믿고 높은 몸값을 지불하며 확보한 우수 인재가 몰입하지 않는다면, 기업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인재가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개인들의 사적인 문제에서부터 일터의 문제까지 너무도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잘못된 기업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 문제는 하루빨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애매한 목표 관리 시스템, 잘못된 업무 배정, 부적절한 피드백, 잡무로 인한 집중력 분산 등 이를 그대로 방치해 구성원의 몰입 에너지를 줄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조속히 개선되지 않으면 직원 사기 저하, 인재의 이직, 고객 불만 초래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HR의 역할이 중요하다. HR은 구성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주된 원인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양한 제도 도입과 HR 관련 프로그램 실행에 나설 필요가 있다. 직원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HR의 7가지 역할 1. 일의 수행 과정과 학습 과정을 긴밀히 연결시켜야 구성원들의 몰입을 높이기 위한 HR의 첫 번째 노력은 일의 수행 과정과 학습 과정을 연결하는 조직 운영 방식을 고안해 내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일의 목표를 수립하고 매진해야 한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최종적인 결과 목표 달성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주어진 목표 달성에 급급해서 어떤 사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급여와 상당한 액수의 인센티브가 최종적인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단기 성과주의에 길들여진 구성원들은 더 이상 리스크가 큰 도전적인 일이나 창의적인 시도를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요즘 많은 전문가들이 과정보다는 최종 결과만을 중시하는 MBO 시스템이나 보상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하버드 대학의 테레사 아마빌 교수는 “임직원들에게 단기적인 결과 목표에 따라 지나치게 인센티브를 차등하게 되면,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탐색 과정에서 우연히 학습할 수 있는 기회(Incidental Learning)를 저해해 조직의 창의성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욱이, 구성원들이 밤을 새워가면서 일했지만 자신이 발전하기보다는 소모품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의 몰입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일의 각 단계에서 성취의 즐거움을 맛볼 때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몰입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의 결과 못지않게 과정 속에서 배우는 학습의 가치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구성원의 몰입 에너지를 높이고 싶다면 결과에만 치우쳐 있는 목표 관리 시스템부터 수정해야 한다. 비록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기존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일에 도전했다면 이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보상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J.P. 모건 체이스 社에서는 구성원들이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더라도 일의 수행 과정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보상한다고 한다.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일의 수행 과정에서 배웠다면 이를 회사의 자산으로 인정해주겠다는 회사의 의지 표현이다. 2. 개인 역량 향상과 업무 난이도를 고려한 일의 배분도 필요 HR은 일의 난이도와 개별 구성원의 능력을 적절히 고려한 업무 배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구성원들의 경우, 어떤 과제나 일이 주어졌을 때 실행 가능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 일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일이 자신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 판단하게 되면 심리적인 불안감을 갖게 된다. 반면 과제가 너무 쉬운 경우에는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심리적인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결과에 대한 염려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할 일을 찾아 나서기에 바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개별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할 때는 그 사람의 현재 실력과 잠재 역량을 충분히 고려해 적절한 업무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몰입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역량 단계별로 일을 배분하고, 실력 향상의 정도에 맞추어 새로운 업무나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의 역학’이란 개념을 통해 “몰입의 경험은 실력과 과제의 난이도가 모두 높을 때 생긴다. 대개의 활동들은 실력과 과제의 난이도가 모두 낮은 지점에서 출발해, 인내심을 가지고 잘 버텨내면 실력은 향상될 것이고, 이에 따라 그 활동은 점차 지루해지게 된다. 이 시점에 도달하면 다음 몰입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과제의 난이도를 또 다시 높여주어야 한다. 바람직한 몰입 활동은 이 같은 단계적 발전 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구성원들도 자신의 실력 향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참을성을 갖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3. 핵심적·실질적인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라 과정을 중시하는 MBO 시스템과 적절한 업무 배분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이루어져도 의외의 곳에 복병을 만날 수 있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의 집중력은 강화된다. 집중력의 향상은 몰입 에너지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좋은 신호다. 그런데 집중력이 높아질 만하면 찬물을 끼얹듯 구성원들의 몰입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있다. 갑작스러운 업무 변경과 폭주하는 잡동사니 업무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기업은 비생산적인 회의 문화나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행정 업무 등을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아예 ‘몰입 전담자 제도를 운영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례로, 경영 컨설턴트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존 맥스웰은 그의 저서 ‘생각의 법칙 10+1’에서 “기업이 몰입 에너지를 높이려면 별도의 몰입 전담 인력을 두어야 한다.”고 권고하며, “다소 생소한 아이디어일지 몰라도, 몰입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을 골라 몰입 전담자로 선정한 다음, 다른 업무를 경감해 주고 1년 중 몇 달을 집중적으로 생각만 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생각하다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면 자료도 찾고 외출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4. 일상 속에서 적절한 피드백 제공이 이루어지게 해야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피드백이 주어지지 않는 것도 구성원들이 업무에 지속적으로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구성원들의 몰입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수행할 때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야 한다. 또한, 상당 부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업무가 어떤 영향과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피드백은 가급적 일 자체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적절한 피드백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나마 피드백 시스템이 가동되는 기업도 연 1회 혹은 반기 1회 실시되는 직속 상사의 고과 면담이나 육성 면담에만 의존한다. 상사들의 피드백 기술이 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코칭 역량이 일천한 경우 부하 직원 마음에 상처만 남길 때도 있다. 예컨대, 개인의 가치관이나 태도만을 문제 삼는 피드백을 일삼는 경우이다. 5. 코칭형 리더십 개발에 주력해야 앞선 피드백 문제는 결국 코칭형 리더십으로 해결되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HR은 리더들의 코칭형 리더십 개발에도 주목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코칭형 리더십이 변질되어 사소한 일 처리 방식까지 시시콜콜 개입해 통제하고 가르치려 드는 시어머니 같은 리더십을 리더들이 보이지 않는지를 잘 모니터링하고 살펴야 한다. 이는 오히려 구성원들의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 휘하의 구성원들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생각은 꿈도 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통제와 간섭보다는 ‘지적 자극(Intellectual Stimulation)’으로 직원들을 동기 부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리더들이 깨우쳐야 한다. 또한 부하 직원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임파워먼트형 리더십을 키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은 꼭 리더만이 부하 직원들을 지적으로 자극하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동료 집단의 사회적 압력(Peer Pressure)’을 건전한 지적 자극의 문화로 형성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는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건전한 조직 문화를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6. 상호 존중과 격려의 말이 넘치는 조직문화 구축 조직 전반에 펴져있을지 모르는 냉소적 분위기도 몰입을 저해하는장애물 중 하나다. 이는 구성원들이 경영진이나 리더를 불신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냉소적인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몰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평소 구성원들로부터 ‘우리 회사의 경영진은 항상 말뿐이지 뭐’라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면, 이러한 기업의 몰입 에너지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현상은 립 서비스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마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멋지고 화려한 공약을 늘어놓기는 하지만, 항상 실제 실천에 옮기지 않는 립 서비스형 정치인들과 흡사한 모습이다. 경영진이나 관리자들이 약속 불이행, 언행 불일치의 모습을 보인 대가는 불을 보듯 훤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분명한 원칙과 소신에 입각해 평소 일관된 말과 행동을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진정성에 입각해서 구성원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구성원들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의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때 열린 마음으로 구성원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고된 업무에 대한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와 같은 작은 배려가 축적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뢰와 믿음의 문화가 쌓일 것이다. 7. 건설적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어야 긴장감 부족도 구성원이 몰입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독(毒)이 된다.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 없이 지나친 압박과 스트레스만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배려만 있고 긴장하지 않는 조직도 무사안일로 가득 찬 죽은 조직이 되기 마련이다. 몰입 에너지가 충만한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의 건설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 社는 업계 최고의 복리 후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고의 요리사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직원들에게 아침, 점심, 저녁 모두를 무료로 제공한다. 애견을 데리고 출근할 수도 있고 업무 시간 중 언제라도 수영이나 발리볼을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반면, 구글은 1년에 2번 동료 5명으로부터 평가와 피드백을 받는 ‘동료 평가제(Peer Assessment)’를 실시한다. 직원들이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 중 사업화할 훌륭한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사내 투표를 실시하는 등 내부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 이와 같이 배려와 긴장감을 동시에 조성함으로써 개별 구성원들의 자발적 몰입을 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더하여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 속에서 의미감(Meaningfulness)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업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아무리 고액 연봉을 받는 CEO나 전문직 종사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일이 싫으면 가급적 빨리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반면, 흥미 없어 보이는 일도 구성원들이 나름의 가치를 발견한다면 자신의 몰입 에너지를 그 일에 쏟기 마련이다. HR이 직접적으로 구성원 모두를 자신의 일에 몰입하도록 유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이상과 같은 HR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여지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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