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복수노조 시대, 노사관계 전망과 대응전략(4)
7월부터 우리나라도 복수노조시대가 열린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의 우려 속에 시행되는 것인 만큼, 실제 시행에 있어서 노-노 간, 노-사 간 갈등이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기존 노조가 있는 기업이든, 없는 기업이든 간에 실제 노조의 결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의뢰로 한 조사기관이 지난 2009년에 근로자 및 인사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제도적인 복수노조 허용 그 자체로는 특별히 사업장 내 노동조합의 설립 증가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해도 ‘새로운 노동조합이 설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설립될 것이라는 의견 26%에 비해 74%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노조 조직화에 관심이 없는 비노조원일수록 노조 설립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이 79.2%로 높게 나타났다. 한편, 신규노조 설립형태에 대해서는 노조간부와 인사노무담당자들은 ‘조직대상은 중복되나 상급단체를 달리하는 노동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에 일반노조원들은 ‘조직대상을 달리하는 노조가 설립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제조생산 현장을 갖고 있는 사업장들의 경우, 노조 상급단체의 전략적 공략과 개입이 예상되고,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결합해, 장기적으로는 비노조 사업장에 노동조합 설립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노조 조직화 가능성 커 실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복수노조 허용이 최근 노조조직률이 10.1%까지 줄어 든 상황에서 반등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노동계에서는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의 노동운동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면서, 특히 노조조직률이 2%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조조직률의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실제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근로자파견·사내하도급 근로자 등 비정규직을 주요 조직화 대상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복수노조 허용 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치열한 조직 확장 경쟁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복수노조가 제도적으로 시행됨과 동시에 양대 노총의 적극적인 조직 확장 전략과 주요 비노조 회사들에 대한 조직화 작업이 상시적으로 행하여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복수노조 시행 이전의 노조 조직화는 비밀리에 조직을 만들어 가는 전략을 펼쳤으나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일단 소수가 먼저 노조를 만들어 이를 선포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통한 세 확장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복수노조 시행으로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회사의 처우와 정책에 불만을 가질 경우, 양대 노총의 조직화 전략과 함께 매칭되어 급격한 조직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실제 복수노조제도 시행이 근로자들의 권리의식 신장과 양대 노총의 조직화 전략으로 기존 2%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조조직률을 높게 끌어 올릴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아직은 그 향방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단할 수가 없다. 어떤 이는 실제 비정규직노조의 조직화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실제 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나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불법판결에서 보듯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이 상시적으로 위협을 받거나 그 처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또한 항시 현장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내하도급제도가 지속된다면 노조 조직화의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하겠다. 실제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하는 주된 사유를 살펴보면, 크게 7가지 정도로 나타난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이고 ‘동종 회사나 직종과 대비해 급여가 적을 때’이다. 이들 사유들은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가 상시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회사 경영진의 전횡이 심할 때’와 ‘회사 내 파벌이 심할 때’이다. 이 경우는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도덕적 실망과 상대적 박탈감이 횡횡하게 되고 동시에 조직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음 사유로는 ‘부당한 징계를 받거나 해고될 우려가 있을 때’와 ‘회사의 인수합병 소식을 접할 때’로 이들 사유는 앞의 고용불안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 사유는 ‘전문 노동운동가의 언변에 설득당할 때’인데 이 경우는 기존 노동계의 전술적 접근 방식과 상통한다 하겠다. 앞서 살펴 본 근로자들의 7가지 노조설립 및 가입의 이유를 보면 기업들이 복수노조 시대에 비정규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해 어느 정도 방향은 잡힐 것으로 생각된다. 비정규직 운영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있어야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하나 같이 ‘현행 법 제도와 강성노조 환경 하에서 고용유연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노동계에서는 ‘기업들이 상시 구조조정의 효과를 볼 수 있고, 비용절감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두 진영의 의견은 상반되지만 모두가 틀리다고는 볼 수 없다. 실제 임금 면에서 보더라도 많이 개선되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과 대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고용 유연성 없는 즉,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거나 전문업체를 통해 업무를 아웃소싱(하도급)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운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예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해야 한다’라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우리 산업이 수용할 수 없음을 경영계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주장하고 있는 노동계마저도 잘 알고 있다. 즉, 복수노조가 시행된다고 하여,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조설립에 따른 불협화음을 우려해 ‘비정규직 운영을 하지 않고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대폭 전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근본적인 문제 즉,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이 지속된다면, 복수노조 시행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큰 독(毒)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치권과 정부당국이 비정규직 근로가 큰 불협화음 없이 하나의 안정된 근로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제도에 대한 연구와 수용을 기본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즉, 현행 고용기간 제한과 파견대상 업무의 한정 등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과 함께, 처우에 대한 개선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운영에 대한 명확한 철학(즉, 고용 유연성 확보와 핵심경쟁력 강화)을 갖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활화산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임금과 처우가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상철 (사)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 ceo@ws1.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