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사에 따르면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 구성원들의 몰입과 사기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구성원들의 마음이 회사를 떠나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전략적 고민도 중요하지만 힘든 시기일수록 구성원과의 신뢰를 돈독히 쌓고 마음을 얻는 것이 위기 극복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미국 경제 전문 잡지인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에 한가지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지금 당장 해고해야 할 3가지유형의 직원’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조직의 희생자란 생각에 불만만 토로하는 직원, 회사의 성공을 믿지 않는 직원, 불가능한 이유만 말하는 직원’, 이것이 혁신 전문 컨설팅사 매독 더글라스(Maddock Douglas)사의 CEO 마이클 매독(Michael Maddock)이 밝힌 3가지 유형의 해고 0순위 대상 직원이라고 한다. 많은 경영 전문 서적에서도 나오듯이 매독의 주장은 분명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이 기사가 흥미롭다고 말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약 1,000여 명의 독자들이 위의 기사에 댓글을 달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놀랍게도 매독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희생자라 생각하는 직원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고, 회사 성공을 믿지 않는 직원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회사가 말한 대로 해서는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불가능한 이유만 말하는 직원은 윗사람의 지시가 현실성이 결여되고 터무니없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 댓글의 내용이다. 이 댓글을 단 독자는 “매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불평하지 말고 그냥 입 닥치고 권위에 도전하지 말고 일해라’는 것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위의 댓글이 왜 독자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얻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조직의 상층부에 있는 경영진과 아랫사람인 구성원의 관점과 인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추정컨대 독자들의 상당수는 직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기에 CEO인 매독의 주장에 선뜻 수긍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나름대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섭섭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경영진과 구성원간의 생각의 괴리가 있으며, 이런 간극은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위기의 시대, 구성원들의 마음은?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경영자들의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사업 구조조정과 신성장 동력 발굴, 비용절감, 인력 감축 등 사업과 조직을 추스르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분명 이러한 위기 탈출을 위한 전략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구성원에게 ‘우리가 힘을 모으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사업이 힘들고 기업의 앞날이 잘 보이지 않을수록 구성원들의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이 커지고 조직에 대한 애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기관들이 실시한 설문 조사의 결과들은 한결같이 구성원들의 마음이 회사를 떠나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인사 전문 컨설팅사인 휴잇(Hewitt)이 지난 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900여 기업 중 46%가 구성원들의 몰입과 사기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한다. 휴잇의 조사 결과에서 한가지 더 주의를 기울여 봐야 할 점은 조직의 성공을 위해 헌신적으로 업무에 매진한다는 ‘Strive’ 지수는 감소한 반면, 조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일하고자 한다는 ‘Stay’ 지수는 오히려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경우, 구성원들은 외부 노동 시장에서 새로운 구직대안이 변변치 않기 때문에 조직에 남고 싶어하면서도, 회사의 위기로 인한 불안감으로 회사와 업무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한다는 양면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맥마스터(McMaster) 대학의 캐서린 코넬리(Catherine Connelly) 교수 역시 “위기에 빠진 조직의 구성원들은 통상적으로 회사에 대해 매우 낮은 수준의 애정과 충성심을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이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으로 이들이 위기극복에 얼마나 헌신적으로 몰입할지, 또한 위기 극복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조직에 남아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업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모두가 한 뜻 한 마음으로 뭉쳐서 헤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탁월한 경영자라 하더라도 아래에서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런데 앞의 설문 조사 결과처럼 구성원들의 마음이 회사를 떠나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구성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정과 몰입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받고 있는 보상이 적다고 생각해서, 혹은 담당하고 있는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일수도 있고, 같이 일하는 상사나 동료와의 인간 관계가 불편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기업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어려움에 처한 시점에서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된다. 신뢰 상실의 원인과 해법 사람들은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실패라는 사건에 접할 경우, 잘못과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는 귀인(Attribution)이라는 심리적 과정을 겪게 된다고 한다. 흔히, 회사 성공의 대표적인 원인 중의 하나로 경영진의 역량과 리더십을 지목하듯이,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역시 구성원들은 그 원인을 경영진에게서 찾곤 한다. 문제는 경영진이 위기의 원인으로 인식될 경우, 구성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진의 구상과 제안에 귀기울이기보다는, ‘과연 정말 잘 될까’라는 의구심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영자교육센터(Center for ExecutiveDevelopment)의 파트너인 로버트 갤포드(Robert Galford)도 위기의 시기에 구성원들은 의지할 곳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이유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만을 찾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기 극복의 출발점은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구성원은 왜 회사와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하는지, 신뢰를 쌓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