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기업 본사를 찾아가 ‘왕(CEO) 만나러 왔다’ 며 뻔뻔하게 외치는 연예인이 나타났다.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 대한 얘기다. 회차가 지날수록 다음엔 어떤 협상법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된다. 더불어 코로나19 로 꽉 닫힌 지갑을, 30% 이상 낮아진 금액 덕분에 ‘즐거워’하며 돈을 쓰게 만든다. 이게 협상의 힘이다. 네고왕에서 발견한 협상법 2가지만 소개한다.

한 의류 브랜드를 찾아간 네고왕. 80% 할인이라는 엄청난 제안을 한다. 이에 30% 할인으로 맞서는 브랜드 대표. 실랑이 끝에 50% 할인으로 절충점을 찾는 듯했지만 네고왕이 다른 제안을 한다. “1%만 더, 51% 할인을 하시죠!” 당황해 하는 대표에게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은 이미 50% 할인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것. 기분 좋게 구매하게 하려면, 이미 제공되는 혜택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할인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이 협상은 51% 할인으로 타결됐다. 이 장면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협상에서 ‘정보’가 가진 힘이다. 네고왕이 50%가 아닌, 1% 할인을 더 받아낼 수 있었던 데에는 ‘직원에게는 50%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협상은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느냐의 싸움일 때가 많다. ‘갑’의 위치에 있는 협상가, 대표적으로 대기업에서 ‘구매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협상장에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이유는 개개인의 협상 스킬이 뛰어나서가 아닌, 비즈니스 포지션 상 우위에 있기 때문 이다. 그 위치는 ‘정보’로 만들어진다. 그럼, 정보가 모이지 않는 위치라면 협상에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모이지 않는다면 직접 나서서 정보 수집을 해야 한다. 상대에겐 없는 ‘나만의 정보’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내 협상력을 좌우한다. 부동의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준 덕분이다. 이를 협상에선 욕구(Needs)라고 말한다. 프로 협상가들은 항상 상대의 니즈에 집중한다.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요구한 조건을 ‘왜’ 받아들일 수 없는지 확인하는 게 첫 단계다. 여기서 상대가 만족스러운 답을 해 주지 않는다면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내가 제안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물어보자. 여기서도 답을 얻지 못했다면, 질문의 상대를 넓혀야 한다. 상대와 연관된 혹은 상대를 잘 아는 이해관계자를 찾아 ‘상대방이 뭘 중요시 하는지’ 물어야 한다. 네고왕이 ‘고객 정보 획득’을 중요시했던 다른 브랜드 대표와의 협상 경험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갔던 것처럼.

흔히들 협상에 대해 ‘조건’만이 오가는 차갑고 냉정한 자리라 생각 한다. 하지만 <네고왕>의 협상은 재밌다. 이유가 뭘까? 납득할 만한 ‘근거’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걸’ 얻어서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덥석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또, 누구 하나만 이긴다면 한 명은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판매 가격의 절반 가까이 할인을 해 주는 조건을 받아들이면서도 웃을 수 있는 건 그럴 듯한 ‘이유’로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가치’를 얻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상가는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이번 협상에서 무엇을 얻어낼까가 아닌, 나와 협상을 한 상대가 무엇을 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