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기 원티드랩 대표이사
대규모 공채가 축소되고 직무별 수시 채용, 경력직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저마다 필요한 인재를 빠르게 수급하겠다는 전략인데, 실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직무나 요구사항이 세세해진 것도 보다 검증된 인재를 찾기 위함이다. 달라진 채용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며 그들만의 리그로 통하는 구인/구직 시장에 빠르게 이름을 알린 기업이 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 사이에선 이미 필요한 인재를 찾는 성지(?)로 통하는 원티드랩(이하 원티드) 이야기로, 실제 원티드는 지인 추천 기반 채용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채용시장 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복기 원티드 대표는 “기업들은 이제 채용공고에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변별력 없는 100명의 인재보다 직무에 적합한, 즉 검증된 인재를 찾는 쪽에 관심이 많은데, 지인 추천 기반으로 경험과 역량이 검증된 인재를 안내하는 원티드의 서비스에 많은 인사담당자가 만족했기에 지금의 원티드가 자리한다.”라고 설명했다.
트렌디한 인재들이 찾는 채용 플랫폼, 원티드를 만났다.
ㅣ 먼저 원티드를 소개해 달라.
원티드는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던 지인 추천 채용을 온라인으로 옮긴, 지인 추천 기반 채용 플랫폼이다. 추천할 지인을 플랫폼에 등록, 지인이 취업에 합격하면 추천인은 물론 지인도 일정 비용을 보상받게 되는 서비스로, 2015년에 시작해 줄곧 사람과 일자리를 더 인간적이고 효율적으로 매칭하기 위해 전력해왔다. 올해부터는 채용을 넘어 사람들의 커리어 성장과 행복을 돕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그에 부합하는 활동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 국내외 포함 200만 유저와 1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ㅣ 치열한 구인/구직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비결을 꼽는다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때를 잘 만났다 생각한다. 공채 중심에서 수시 채용으로, 신입직에서 경력직 채용으로 채용 패러다임에 바뀌고 있는 상황에 변별력 없는 100명의 지원자가 아닌 해당 직무에 적합한 인재,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 3~4명으로 압축해 안내하는 우리의 서비스에 많은 인사담당자가 호응한 것이고, 나아가 원티드를 통해 입사한 인재들이 기대 이상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에 치열한 구인구직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생각한다. 서비스 관점에선 철저히 유저 입장에서 설계한 것이 주효했다. 다른 취업포털 등에선 채용 공고가 첫 화면으로 보여지는 반면 원티드는 채용돼야만 기업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 특성상 유저 중심의 공고를 먼저 보여준다. 사업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져간 것도 크게 한몫했는데, 경력직 개발자부터 시작해 디자인, 마케팅, 사업 개발 등 특정 직무에 집중, 해당 직무에 있어서 최고의 인재만을 추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참고로 이쪽 분야에서는 “원티드 아니면 안 돼!”라는 평가가 주를 잇는다.
ㅣ 구체적으로 다른 채용 플랫폼과의 차이를 설명해 달라.
모든 것이 유저(구직자) 중심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다른 취업 포털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화면이 기업들의 로고다. 노출 빈도에 따라 가격이 차등돼 있는데 즉, 유저가 들어갔을 때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쓴 기업들이 먼저 보이는 방식이다. 원티드는 매칭이 되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의 특성상 유저가 합격할 확률이 가장 높은 기업들 위주로 페이지가 구성돼 있다. 유저 정보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가장 적합한 기업을 추천할 것인가가 첫 화면이다. 나를 알아주는 플랫폼이라는 걸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취업 포털은 오랜 기간 광고비로 수익을 내고 있어 광고 이후에 사람들이 지원하고 서류 합격하고 최종합격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트래킹할 이유도 없었다. 트래픽을 모아서 지원 버튼을 클릭하는 게 주요 데이터다. 우리는 매칭 서비스다 보니 즉, 채용으로 연결돼야 수익이 발생하다 보니 서류합격, 최종합격으로까지 트래킹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이는 결국 합격률을 높이는 주요 자원이 되는 것으로, 단언컨대 예상 합격률에 있어서는 업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ㅣ 시장 내 자리매김하기까지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인 추천을 통해 등록된 사람을 일일이 손으로 매칭했었다. ‘이 사람은 이 기업에 맞겠다.’ ‘저 사람은 저곳에 맞겠다’ 해서 관련 전문가도 채용하고 했는데, 실상 합격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이 합격하는 게 아니었다. 구인기업과 구직자의 이른바 합이 맞아야 채용으로 연결되는 것을 확인했는데, 심지어 포지션이 없거나 포지션과 전혀 상관없는데도 채용되는 것을 확인하곤 일일이 손으로 매칭해 줄 게 아니라 어떤 사람과 어떤 기업이 만났을 때 합격하는지를 데이터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원티드 플랫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지금은 사람이 하던 매칭 작업을 AI가 대신하고 있다. 추천인이 됐던 직접 지원을 했던 간에 사람이 들어오면 기업과 포지션을 매칭해서 결과를 학습하고 있는데, 지난 5년간 쌓은 데이터만 130만 건에 달한다. 이제는 어떤 사람과 어떤 기업이 만났을 때 합격이라고 예측할 확률이 80%를 상회한다. 유저와 기업 모두 사람과 일자리를 찾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채용시장의 많은 비효율과 낭비를 해결하고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ㅣ 실제 인재 매칭에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머신러닝 AI 기술을 활용해 구직자의 이력서를 분석한다. 등록된 이력서에 입력된 단어들은 키워드로 추출된다. 이와 동시에 기업 채용 공고도 분석하는데 산업 영역, 직군, 요구되는 자격 등이 역시 키워드로 추출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구직자의 키워드와 기업의 키워드를 매칭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를 토대로 개인별 맞춤형 추천 기업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데, 기업과 구직자의 매칭 확률을 더욱 정교하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ㅣ 원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 반응이 궁금하다.
IT 분야 개발자 매칭을 시작으로 디자이너, 마케터, PO, QA, 디지털 사업경영 등 꾸준히 직군을 늘려가고 있다. 이제는 잘나가는 스타트업 사이에선 “원티드 아니면 안 돼!”라는 평가가 주를 잇는다. 의도적으로 특정 직무에 집중했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잘 맞았다는데 긍지를 느낀다. 시장 변화에 민감하고 신기술을 잘 활용하는 이른바 트렌디한 사람들이 원티드에 많이 있다 보니 고객들로부터 원티드에서 채용한 사람들은 역시 다르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ㅣ 최근 구인·구직 시장의 동향을 짚어달라.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신입직에서 경력직 채용으로 빠르게 패러다임이 재편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함으로, 실제 내부에서 소화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인재를 빠르게 외부에서 수혈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공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몇몇 대기업들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내부에서 키우기보다는 필요한 인재를 외부에서 수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참고로 수시채용 비중이 공채를 넘어선 지는 5년이 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그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데, 밀레니얼을 중심으로는 이직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지원자들을 선별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다수의 인재 풀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채용 기준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학력·경력 등 이른바 스펙을 중시했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 도전적 상황에서 팀을 이끌었던 리더십, 자신만의 특별한 전문 역량, 실무 경험 등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ㅣ 구직자들에게 달라진 채용 패러다임에 발맞춘 구직·이직 전략을 조언한다면.
수시채용 시장은 공채와 완전히 다르다. 일단 채용공고가 잘 안 보인다. 공고가 나왔다고 해도 금세 사라지기 일쑤고 또 직무나 요구 사항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세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구직자들이 많은데, 그러나 정작 준비는 이전 공채 준비했을 때와 같은 스펙 위주로 준비하는 구직자가 대부분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수시, 경력직 채용으로 넘어간 이유는 기업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서 해결하기 위함으로 문제해결 역량, 경험 등을 보는 건데 여전히 엉뚱한 국·영·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언이라면, 일단 이력서를 작성해서 선배나 멘토를 찾아갈 것을 주문하고 싶다. 본인 역량에 대한 객관화 작업이 필요하다. 수시채용 시대에는 업계 멘토와 상사, 선배 등이 중요한 자산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구직 준비를 혼자서 하거나 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데, 보다 빠르고 쉽게 합격할 수 방법은 본인이 희망하는 기업의 재직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실제 고급정보는 3년에서 5년 앞서간 사람들에게 있는데 이들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만들어 볼 것을 추천한다. 가령 모 기업에서 마케터를 채용한다고 공고가 나오면 일반적인 마케터에 대한 이해가 아닌, 해당 기업 내에서 마케터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참고로 취업에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을 그룹을 나눠놓고 차이점을 조사한 서울시 연구자료에도 실패하는 사람의 제1 정보원은 인터넷이고, 성공한 사람의 제1 정보원이 선배나 지인으로 확인됐다. 원티드 내 채용 데이터에도 추천을 받은 지원자가 일반 지원자에 비해 직군에 따라 2~5배나 합격률이 높다.
ㅣ 세 번의 창업 시도 끝에 오늘의 원티드를 만난 줄 안다. 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에게도 한마디 한다면.
창업, 결코 쉽지 않다. 솔직히 주변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창업하지 말라”고 말리는 편이다. 창업은 자신의 한계치를 계속해서 뛰어넘어야 하는 마라톤이다. 주변 지인들에겐 “호랑이 등에 타서 10년을 달려야 하는데 자신 있냐?”고 이야기하며 만류하는데, 본인에게 이 어려운 여정을 완주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지, 이일을 하지 않으면 미칠 정도로 중요한 일인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절대 혼자서는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어렵고 힘든 여정을 혼자서 완주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나와 함께 뛰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에너지를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함께 뛰어줄 파트너는 자신의 강점을 빛나게 해주고 약점을 보완해 줄 동료여야 한다.
ㅣ 검증된 인재를 매칭해주는 역할 외에 새롭게 시도하는 사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날로 커지고 있는 프리랜서 시장에 맞춰 원티드 긱스(gigs)라는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제 막 6개월여 시간이 지났는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저의 커리어 성장, 행복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자인 컨퍼런스, HR 컨퍼런스 등를 열어 분야별 이슈, 동향 등을 안내하고 연사들과 네트워킹 시간 가지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참석자의 반응이 뜨겁다. 참고로 디자인 컨퍼런스, HR 컨퍼런스에 많게는 2000명 이상 참석한다. 이외에도 기업고객 대상으로도 채용 외 인사관리, 평가보상, 근태 등 HR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시장의 스타트업과 협업하여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ㅣ 10년 뒤 원티드의 모습을 그린다면.
고객의 커리어 성장과 행복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굳건히 자리해 있기를 기대한다. 적합한 인재를 찾는 채용 플랫폼 기능 외에 유저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서 커리어 성장과 행복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즉, 유저가 평소 만나고 싶었던 멘토를 찾거나 혹은 필요한 교육을 찾거나,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고자 할 때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하기를 소망한다.
ㅣ 본지의 독자인 인사담당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더해 코로나19까지, 아마도 많은 인사담당자가 올 한 해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채용에서부터 교육, 평가/보상, 조직문화 등등 새로고침해야 할 것들이 많을 줄 아는데, 원티드가 제공하는 HR 컨퍼런스가 모쪼록 가지고 있는 고민,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사담당자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앞으로도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원티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