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쇼크로 지난해 -5.2%라는 역대급 불황을 겪은 일본 경제는 올해 올림픽 특수 및 백신 효과 등을 고려하여 4.0%의 성장목표를 정하고 전산업계가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줄어들 줄 모르는 확진자와 세 차례의 국가 재난상황 선포, 올림픽 특수의 감소 등으로 올해 성장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이런 와중에도 일본 기업들은 자동차, 전기, 전자, IT 업종을 중심으로 코로나19와 상관없이 호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현 경영상황 타파를 위한 신 인사제도 및 노동 유연성의 확대, 근무형태의 다양화, 성과주의 및 생산성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 코로나에 대응하는 일본기업 HR의 혁신전략 1) 퇴출의 기로에 놓인 연공서열제 지금까지 일본을 지탱해온 연공서열제는 근로 연차에 따라 승진시키고, 연봉도 차곡차곡 올려주는 제도다. 한국 기업도 여전히 상당수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제시해 애사심을 이끌어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직원의 혁신과 도전 의식을 약화시키고 자리 보전에만 집착하게 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원조 국가인 일본에서도 사라지는 추세다. 도요타가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인상을 폐지키로 했고, 150주년을 맞는 미쓰비시케미컬도 100% 직무 성과로 연봉을 결정하는 성과 연봉제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후지쓰·히타치도 성과 연봉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도요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성과 평가제 도입에 나섰으나, 업무 범위와 평가 기준이 불명확해 자칫 직원 불만을 키우고 팀워크를 해칠 수 있다며 연공서열제를 유지해 왔다. 보수적 금융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손보재팬은 연공서열제를 없애며 ‘20대 과장'의 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본 금융권에서 과장이 되려면 40세를 넘겨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위해 승진 심사 과정을 대폭 축소하고 상사 재량으로 ‘특급 승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사제도에 승진까지 재임 연수 기간을 적어놨던 관행도 없애 능력과 실적만으로 승진을 심사토록 했다. ‘특명과장’ ‘업무과장’ ‘부장(副長)’ 등 인사 적체로 인한 자리 부족을 해소하려 만들었던 옥상옥(屋上屋) 자리도 모조리 없애고, 직함도 상하관계가 아닌 직무를 나타낼 수 있게 개편했다. 2) 성과중심 보상체계 확대 일본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탈시간급제도는 임금을 노동시간이 아닌 성과만을 기준으로 책정하며 자유롭고 유연한 근무시간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반면 잔업, 휴일, 야근수당 등 각종 수당은 완전히 폐지하는 제도이다. 연봉 1,075만 엔 이상의 고액 전문직 근로자이며 딜러, 애널리스트 등이 대상이다. 또한 재량근로제는 이미 연구 개발, 정보처리시스템 설계, 디자이너, 취재∙편집, 프로듀서 등의 전문적 업무와 기업의 기획업무에 활성화되어 있고, 이를 일부 영업업무 및 기업 본사의 전략기획업무로 확대하는 것으로 추진 중이다. 3)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영 일본의 법정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다. 개정법률에서는 초과근무 상한을 원칙적으로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으로 정했다. 노사가 협정을 체결하면 갑자기 업무가 대폭 증가하는 예상 못한 사정이 있을 때도 월 100시간, 2~6개월 평균 80시간, 연 720시간을 한도로 두었다. 이러한 일본의 탄력적 노동시간 단축규제는 업무량이 많은 시기에 탄력적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설계되어 있고 노동시간 단축의 영향이 큰 일부 업무 즉, 자동차운전업무, 건설사업, 의사업무는 5년간 적용을 유예하였고 신기술 및 신상품등 연구개발업무는 규제적용에서 제외되었다. 일본의 탄력적 근로시간 운영은 노동력 부족 심화와 노동생산성의 지속적인 침체를 막기 위해 시작되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5년 약 8,700만 명을 정점으로 2017년 약 7,500만 명까지 무려 1,200만 명이나 감소한 것이 그 배경이다. 4) 비정규직 인력 운영 활성화 일본의 비정규직 비중은 37.3%에 이르며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 금이 59.4%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정규직과 비정 규직 근로자 사이의 불합리한 대우 격차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비 정규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와의 처우상의 차이가 있을 경우, 그 내용 및 이유를 설명할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였다. 무엇이 불합 리한 처우인가를 판별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동일노동∙동일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본원칙 및 적절한 차별과 불합리한 차별의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기업현장에서 공정한 처우 확립의 기준을 제 시하고자 하였고 행정 및 사법적인 절차를 통해 불합리한 처우를 시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비정규직 인력의 활성화를 꾀 하고, 기업에서도 더 많은 비정규직 인력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다 졌다. 2. 코로나 상황 극복 HR 시스템 혁신 사례 및 프로그램 1) 우수인재가 파견가는 출향제 활성화 일본 기업에서 운영되고 있는 출향은 기존 기업의 소속을 유지한 채, 자회사나 다른 회사에 적(籍)을 옮겨 그 회사 직원처럼 일하는 제도다. 한국의 ‘파견’과 비슷하지만, 일본에선 잘못을 저지른 직장인을 내쫓는 일종의 ‘귀양살이’다. 출향되면 승진길이 막힌 채 본사 후배들에게 업무 지시를 받다 정년에 쓸쓸히 물러나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 기업 문화의 보수성과 출세지향적 분위기를 상징하는 인사제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일본 기업에 인사혁신 바람이 불면서 출향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제조업체 도시바(東芝)는 올해부터 이 회사의 경영 간부 후보를 스타트업과 관공서, 중견기업 등 다른 회사에 1~2년간 출향시키기로 했다. “파견 간 회사에서 얻은 경험과 인맥이 본사에 돌아와 자산이 되고, 향후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도시바는 자금 조달과 신규 사업 개척 등 본사에선 경험하기 힘든 직무를 중심으로 출향 기회를 만들고, 올해 10명 안팎으로 시작해 향후 수십명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출향이 벌이 아닌 회사 울타리를 넘어 이뤄지는 인재 양성 코스로 바뀐 것이다. 세계적 전자전기 부품 업체인 무라타제작소(村田製作所)도 내부 직원 2명을 스타트업에 출향시켰다. “직원들이 무라타제작소라는 큰 조직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으면, 일을 배우는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 이 회사의 판단이다. 반면 스타트업에선 직원 개개인이 담당하는 업무 영역이 넓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만큼 일을 배우는 속도도 빠르다. 무라타제작소는 이 제도를 ‘조직의 경계를 넘어 배운다’며 ‘월경(越境) 학습’이라 부른다. 파나소닉은 이미 2018년부터 로봇 벤처 회사 등에 10여 명의 직원을 출향 보냈다. 간사이미라이은행은 입사한 모든 20대 신입사원이 30대 초반까지 최소 2~3년간 출향 경험을 쌓게 할 계획이다. 또한 전자제품 판매 대리점 노지마는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 과 일본항공(JAL)으로부터 출향한 직원 300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노지마의 영업점 판매 담당이나 콜센터 업무를 맡는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AEON)은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침니로부터 임대받은 직원 45명 가운데 10명을 자사 직원으로 영입했다. 이자카야에서 쌓은 접객과 조리 경험이 슈퍼의 생선 판매 코너에서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이다. 2) 정년연장 아닌 고용연장의 정착화 ‘70세 정년 퇴직’ 시대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일본에서는 모든 기업이 종업원의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거나 다른 업체로의 재취업, 창업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신(新)고령자고용안정법'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강제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법을 70세 정년이 일반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고용 연장은 우선 벌칙 없는 조항으로 출발하나 정부는 장래에 의무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0세 정년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종업원은 65세가 되면 퇴직하거나 5년간 정년 연장, 65세 정년 후 재고용되는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가 돼 자신이 일했던 회사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거나 유상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도 있다. 이때 회사는 종업원이 안정적으로 재출발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회사가 이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으나 가급적 고용 연장 요구를 들어주라는 게 이 법의 취지다. 3) 근무형태의 다양한 시도와 사회이슈 해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재택근무가 일본에서 저출산·고령화, 도농격차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지쓰는 부서와 지역에 관계없이 일하는 원격근무를 인정하고, 단신 부임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노부모 간병, 배우자의 전근 등 특수한 사정을 인정받으면 원격근무가 가능해 진다. 이미 도쿄 본사 소속이면서 간사이 지역의 나라현이나 규슈 후쿠오카현에서 근무하는 사원이 나왔다. 약 4,000명에 달하는 단신부임자도 본인이 희망하면 집에서 근무하는 원격근무를 허용하였다. 후지쓰는 재택근무를 사무직의 기본 근무형태로 인정하고, 3년 이내에 남는 오피스의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위성사무실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근무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수처리 대기업 메타워터와 식품업체 칼비도 재택근무를 활용해 단신부임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 회사인 시프트는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재택근무 전문직을 신설했다. 새 채용제도 덕분에 지사가 없는 히로시마에서 엔지니어를 채용할 수 있었다. 휴가지에서 업무를 병행하는 방식인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항공은 688명의 직원이 워케이션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미국 세일즈포스닷컴 일본법인은 와카아먀현의 유명 관광지 시라하마를 워케이션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또한 내각부가 2020년 12월 전국 근로자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일본의 재택근무 실시율은 21.5%로 1년 만에 두 배 늘었 다. 도쿄 23개구에 위치한 기업의 재택근무 실시율은 42.8%로 1년 새 2.4배 증가했다. 재택근무가 활발하게 보급되고 정착되면서 감 염 방지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도 진화하고 있는 것 이다. 4) 주 4일제 근무 나서는 일본 기업들 최근 주 4일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실험을 공식화한 일본의 결정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주 4일 근무제 추진을 공식화한 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회원사들에 재택근무와 주 4일 근무제를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일본이 주 4일제 근무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스페인에 이어 선진국인 일본의 주 4일제 도전을 조명하며 "일본이 민관 부문 간 강력한 조정 능력과 집단 중심 문화를 통한 하향식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오는 노동시장의 변화와 더불어 주 4일제가 근로자에게 보다 많은 자기 계발과 인적 교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는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젊은 층에게 더 많은 접촉을 유발해 저출산 문제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가 시간에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역량을 키우는 근로자가 많아져 기업이 인재를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여가 시간을 겸업 기회로 활용하면 가계소득 증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이 각자 사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주 4일제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수립했다. 5) 일본 기업들의 임금 협상의 변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은 지금 완성차 업계 임금 제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임금 협상 주기를 길게 잡거나 무분규 협상, 성과제 도입 등을 통해 갈등을 줄이고 미래차 경쟁에 주력하려는 방향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최대 자동 차회사 토요타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토요타 노조는 올해 노사 교섭에서 2021년 1인당 월평균 9200엔의 임금 인상을 회사 측과 합의했다. 특히 토요타 노조는 7년 만에 일률적인 기본급 인상안을 버리고 총액 인상안만 제시하는 변화를 택했다. 성과가 좋은 직원이 더 받을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연공서열과 종신고용 체계 아래 일본 기업들은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기본급을 올리는 '베이스업(base-up)' 방식의 임금인상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대로는 인재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노사 교섭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토요타가 성과 중심으로 제도 손질에 나섰다. 혼다와 미쓰비시 노조도 올해 임금 협상에서 8년 만에 베이스업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토요타 노사는 2021년 무분규 합의를 이뤄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겪는 위기감을 노조가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니시노 카츠요시 토요타 노조위원장은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위기라고 할 정도로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이다. 전 직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6) 현장에서의 원가절감과 부가가치 혁신 노력 일본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일하는 자세와 Skill, 프로세스의 개선도 지속되고 있다.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의 원가절감 노력으로 만들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직원들이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방법과 작업환경을 끊임없이 개발하여,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 파트타이머, 일용직, 아르바이트 등 인력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불량은 만들지도, 내보내지도 않겠다는 자기공정 품질확보, 한 사람이 여러 공정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과 Skill을 확보하는 다능공 육성, 나아가 자기 일에서 부가가치 있는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 개인의 업무에서 철저하게 낭비를 찾아내 개선하는 활동에 집중 하고 있다. 직원 개개인이 쓸데없는 일, 쓸데없는 것,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사고와 ‘내 업무의 90%는 개선이다’는 각오로 글로벌 일등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일하는 문화는 일본전산, 신일본제철, 무라다제작소, 마쓰시다 등 일본의 기업들에도 거세게 불어 직원 개개인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의 부가가치 혁신과 원가절감을 위해 현장에서의 OJT 및 교육훈련 강화를 통한 Skill향상, 부하직원을 관리자의 수준까지 역량을 끌어올려 놓아야만 다음 단계로 승진할 수 있는 도제제도, 협력사의 개선활동과 품질혁신, 원가절감을 지원하고 직접 개선하는 자 주연구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7) 업무 효율화를 통한 근무 시간 축소 일본 기업의 경우 여러 기업의 자율출퇴근과 조기 퇴근 문화 정착 노력을 하고있다.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은 개인별 시차 출근제를 시작했다. 1일 근무시간(7시간 15분)은 지키되 업무시작 시간을 오전 7시 45분부터 10시45분까지 15분 간격으로 고를 수 있게 됐다. 직원들이 직접 효율적인 근무시간을 정하게 함으로써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이나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종합상사인 이토추 상사에서는 아침형 근무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제도 도입 이전에 비해 월 평균 잔업시간이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차원에서 아침형 근무 제도 이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오전5~8시 근무에150% 할증 임금 수당을 지급하고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조근을 장려하고, 오후 8시 이후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2016년부터는 과장∙국장 등 고위 간부의 개인 평가 필수 항목에 ‘업무 개선 추진 실적’을 넣는 등 철저한 운용 감시체제를 갖추고 있다. 외식 체인점을 운영하는 로얄홀딩스는 70% 매장에서 영업시간을 평균 1시간 20분 단축했는데 대표 패밀리 레스토랑 로얄호스트는 영업시간 축소에도 매장 매출이 6억 엔 증가했다. 영업시간을 줄인 만큼 인력을 탄력적으로 활용한 덕분이다. 8) 유연하고 탄력적인 고용 형태와 근무 방식 일본의 코로나 위기극복 노력은 일본인의 일과 휴가를 포함한 삶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일본 유명 의류 기업 아오키(AOKI)에서는 직원들이 생애주기에 따라 근무형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서 20~30대엔 정사원으로 입사했다가 출산 이후엔 ‘한정 정사원’으로 근무지∙시간을 정해 일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이 됐다가 다시 정사원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일본 KFC는 주 3일을 쉴 수 있는 ‘시간 한정 사원’ 제도를 도입했다. 근무를 주 20시간으로 줄이고 희망하는 날에 쉴 수 있게 했다. 이런 제도를 통해 근로자는 자신의 환경에 맞는 일자리를 찾고,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주고 사람을 더 많이 뽑을 수 있다. 화장품회사 카오는 시간제 근무와 재택근무를 일반화한 데 이어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 첫 5일을 유급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 최대 건축업체인 스미토모임업은 30%인 휴가 소진율을 50%로 올리는 목표 하에 2,4,6,12월에 각각 나흘씩 전국의 지점과 영업소 80곳을 일제히 쉬도록 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 소매업 브랜드를 운영하는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주요 계열 8개사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일제히 휴가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많은 일본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근무 조건을 고집해선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근무조건을 개선해서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업무 방식을 바꿔야 여성 인재 확보도, 일자리 나누기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3. 한국기업에 주는 시사점과 향후 과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환경의 변화는 이제 위기상황이 일상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심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개인화와 비대면 경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상이 되었으며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기업의 생존이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 기업의 코로나 극복 노력은 일본의 경제발전과 기업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적인 근로시간 중심에서 질적인 근로시간으로의 전환, 성과 중심의 임금과 관리 시스템, 직무몰입과 생산성 향상 중심의 업무관리 등은 성장과 혁신에 필수적인 방향들이기 때문이다. 괄목할만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일본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분명 의미 있는, 반드시 가야 할 전략으로 평가된다. 일본 기업들의 코로나 극복 노력은 최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의 노동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선, 고임금저효율의 현장을 극복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업무개선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OECD국가 중 하위수준에 머물러 있고, 부가가치 없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우리 기업에 더욱 시급한 과제이다. 둘째, 철저한 성과주의의 실현이 필요하다. 역량을 발휘한 만큼, 성과를 낸 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보상받는 성과주의야말로 변화와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장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며, 직무급 및 성과연봉제가 정착되어야 한다. 셋째, 자신의 일에 대한 의식 변화와 낭비 배제가 필요하다.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관과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소명의식을 확고히 하는 한편, 일을 하기 위한 시 간, 노력, 자원 등의 Input을 철저히 계산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과감히 줄여나가는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넷째,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탄력적이고 생산적인 근무 분위기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경영층과 중간관리자들의 솔선수범과 변화된 자세가 나타나야 하며,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근무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노사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 간의 지혜와 협력, 양보와 배려가 현장에 자리잡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생산성 혁신과 제 역할 다하기가 수반되어야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