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이다. 이맘때쯤 조직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과제가 있다. 구성원에게 성취감을 느끼게끔 해주는 일이다. 조직이 이루어낸 실적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끔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적정한 시점에 개입하여 피드백해 주어야 한다. 관련하여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해 본다.  책임감 분산 효과 사회과학 용어 중에 ‘제노비스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관여된 사람이 너무 많으면 책임감에 대한 분산현상이 발생하여 방관하게 된다는 뜻으로, 용어가 생겨난 배경은 이렇다. 1964년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정체불명의 한 남성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뉴욕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살인사건이 일어났기에 이 사건은 그리 큰 주목을 받을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일어나고 며칠 뒤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이유는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무려 36명이 있었음에도 피해자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을 대서특필한 뉴욕타임즈는 1면 머리기사에서 제노비스 살인사건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 생명이 위험에 처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수십 명의 목격자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는 막연한 책임회피가 충분히 살릴 수도 있었던 젊은 여성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 사건을 보도한 매스컴에서는 "서구사회의 개인주의적 문화가 제노비스 사건의 본질”이라는 말로 사건 발생의 정의를 내린다. 저명한 인류문화 전문가들의 코멘트도 이어졌는데 이들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는 동양 문화권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동양 문화의 공동체 의식에 높은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의 말처럼 정말로 동양에서는 이런 사건이 상상하기 힘든 일일까?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다음의 사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985년 6월18일 일본 오사카(大阪) 기타구(北區)에서 뉴욕의 제노비스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도요타 상사의 나가노가즈오(永野一男) 회장이 이날 구속된다는 정보를 듣고 기자들이 현장 중계를 준비하고 있던 순간에 그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참고로 도요타 상사는 자동차로 유명한 도요타그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다. 또한 사건의 주인공인 나가노 회장은 2000억엔(당시 우리 돈으로 7500억원)이 넘는 고객 돈을 가로챈 ‘다단계 금괴펀드’로 사기행각을 벌인 경제사범이다.  오후 4시, 괴한 2명이 취재준비를 하고 있던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노의 집 앞으로 접근한다. 괴한들은 기자들에게 피해자들의 부탁을 받았다. 나가노 회장을 죽이러 왔다”고 말하면서 품속에서 칼을 꺼내고 태연하게 나가노 회장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비명이 들리고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온 괴한은 "경찰을 불러라, 우리가 나가노 회장을 죽였다”고 소리친다. 이상이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도요타 상사 나가노 회장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나가노 회장은 머리와 복부 등 13곳을 난자당했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있었지만 아무도 괴한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된다는 ‘방관자효과(Bystander effect)’의 대표적 사례로 MBA 교과서에도 실리게 된다. 결국 방관자효과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느 상황에서 책임감이 발생하게 되는가?”와 같이 인간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테마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심리에 대해 일찍이 관심을 갖고 연구한 이가 있다. 독일의 농공업학자 링겔만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단체의 규모와 구성원 개개인의 기여도 사이에 존재하는 역학관계를 알기 쉽게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단체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단체는 점차 비효율적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여기서 유래가 되어 링겔만효과(Ringelmann Effect)라는 이름이 나왔고, 아래는 그가 제시한 실험모형이다.  <연구방법> 링겔만이 28명의 개인을 모집해서 줄다리기의 협동력을 측정해 보았다. 실험의 목적은 혼자 했을 때와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쳤을 때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힘이 10인 사람 두 명이 같이 줄다리기를 하면 20의 힘이 나오는지, 아니면 그보다 작은 힘이 나오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다고 한다.  <연구결과> 한 사람의 힘을 1이라고 가정했을 때, 줄다리기를 하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개인이 쓰는 힘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이 할 때는 혼자 할 때보다 93%의 힘만 쓰고, 3명이 할 때는 85%, 4명일 때는 77%의 힘만 사용했다. 그러다가 8명이 되면 원래 쓰던 힘의 절반도 채 쓰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된다. 1의 힘을 가진 사람 8명이 줄다리기를 하면 최소 8, 혹은 그 이상의 힘이 나올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3.92만이 나온 것이다. 시너지가 나온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이것을 조직의 상황으로 가져가 보자. "Everybody`s Job is Nobody`s Job”이라는 말 들어 보았을 것이다. 책임감 분산 효과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이것은 네 일이야”라는 의식을 콕 집어서 심어주지 않으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있는데, 일명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가 HR 컨설팅펌의 대표로 있던 시절의 일화이다. 2010년 정도에 있었던 일로 기억이 되는데, 당시 인사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 중의 하나가 재택근무제도였다. 지금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대중화되어 별 거부감 없이 많은 기업이 도입해서 쓰고 있는 제도지만, 당시에는 도입하는 기업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라 큰 이슈가 되기도 했고 인사의 주요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노동환경의 변화로 시공간의 효율화를 위해 지역거점근무(Satellite Office)나 재택근무(Telecommuting)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 필자는 먼저 HR 컨설팅펌이었던 자사에 도입을 추진해 보기로 했다.  당시는 포스코와 같은 일부 대기업에서 위성사무실이라 불리는 지역거점근무 정도만 시행하고 있었고, 재택근무까지는 가지 못한 시절이었다. 30여 명 정도되는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였지만 과감하게 1분기에 해당하는 3개월을 재택근무로 돌려보았다. 결과가 어땠을까?  당시 필자 회사가 컨설팅을 진행하던 곳이 3개 사였는데, 이들 고객사 모두에 대형 클레임이 들어오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고객에게 납품하는 프로젝트 결과물들에 큰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최종 납품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알게 된 것이다. A고객의 결과물에는 조사대상의 부서 하나가 빠져 있고, B고객의 결과물에는 통계수치가 잘못 표시되어 있고, 심지어 C고객의 결과물에는 과제 하나가 통으로 누락되어 있는 등의 심각한 오류가 고객사 보고 직전에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 납품 전에 이런 실수들이 발견되어 밤낮으로 작업을 해서 납품일에는 무사히 맞출 수가 있었다. 고객사 보고회의 자리가 끝나자 마자 나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관련자들의 개별인터뷰와 집단토론, 상호 대질심문 등을 거쳐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 원인은 간단했다. 바로 사회적 태만 때문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무실에서는 따로 회의시간을 갖지 않아도 궁금하거나 의문점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러나 재택의 상황에서는 정말 중요한 안건이 아닌 이상은 상대방에게 연락을 해서 확인하는 작업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이야 ZOOM과 같은 초간단 커뮤니케이션 툴이 있지만 2010년 당시는 대부분 전화통화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 간 처리하기로 한 과업에 있어서 정확한 일정이나 과업의 범위지정에 혼선이 있었던 것이다. 암묵적 동의라는 말이 있다. 구체적이 아닌 대략적인 방향으로 모두가 암묵적 동의를 하는 실수를 범하기 시작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정확한 영역구분의 설정이 실패한 것이다. 사후 조사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장이 “내 일인 줄 몰랐다”는 말이었다.  이후 재택근무 연장 없이 사무실 출근으로 복귀했다. 3개월이라는 한시적 제도였던 탓도 있었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책 마련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무임승차의 원인과 예방책 지금까지의 상황은 건전한 조직에서 있을 수 있는 실수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태만의 원인을 분석해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두가 이렇지 않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주어진 일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적인 관심사에 업무시간을 소비하는 이들이 적지가 않아서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만은 대개가 여기서 비롯된다. “나는 열심히 일해서 이만큼의 대우와 보상을 받고 있는데, 저 친구는 저런 식으로 일하는 데도 나와 똑같아”라는 생각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조직안으로 들어오게 하느냐에 있다. 혹시라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에 대한 문제가 오히려 더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는 기업도 적지가 않다. 집단은 전염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혹시라도 사회적 태만을 일삼고 있는 직원을 방치할 경우 이런 분위기가 조직 전체에 퍼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아무런 공헌 없이 동료들이 만들어 놓은 성과를 공유하려는 사람들, 열심히 노를 젓는 동료들의 옆자리에 앉아 그냥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내버려 둔다는 것은 ‘썩은 사과’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과의 썩은 부위를 그냥 내버려 두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예방책을 논하기 전에 우선 무임승차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할 듯하여 구글 검색을 해 보았다. 무임승차가 미치는 영향과 예방책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의 빈센트 페냐로하(Vicente Penarroja) 교수라는 분이 무임승차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정도에 대해 연구한 것이다. 다음은 그가 발표한 논문(Reducing perceived social loafing in virtual teams: The effect of team feedback with guided reflexivity, 2017)에 담긴 내용이다.  <연구방법> 총 212명의 학부생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평균나이는 23.91세이며 4인1조로 54개의 팀이 완성되었으며, 이 중 무작위로 28개의 실험집단과 26개의 통제집단을 구성하였다. 실험은 일정한 간격을 갖고 3주간 연속적으로 진행이 되었으며 라운딩이 끝날 때마다 실험집단(A)은 피드백과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였으나 통제집단(B)은 이런 시간을 생략하였다. <연구결과>

위에 있는 붉은 선은 무임승차가 없는 집단을 의미한다. 그들을 기준으로 아래 파란 선이 무임승차가 있는 멤버를 둔 집단이다. 붉은 선을 기준으로 파란 선, 즉 우선 무임승차가 일어난 실험집단의 수치를 대조해 보도록 하자. 조직결속력(-0.75), 팀만족(-1.12), 결과만족(-0.85) 모든 면에서 하락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정도의 하락을 보이는지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무임승차가 발생하고 그 팀 안에서 의욕저하가 뚜렷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작업에 임하는 실험자들의 행동을 보면서 무임승차를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자신의 기여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작을수록 무임승차 현상이 발생했다. 둘째, 그 과제의 수행으로부터 오는 결과물이나 보상이 개인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지각될수록 무임승차가 일어났다.  이 말을 뒤집어서 말하면, 개인이 노력을 기울이는 동기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첫째, 목표 달성에 자신의 기여도가 중요하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둘째, 그 목표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냐는 것이다. 즉 집단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자신의 기여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낮을수록 사회적 태만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제의 수행으로부터 오는 결과물이 본인과는 그리 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올라갈수록 역시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