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인사와는 어떤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흥미는 있지만 정작 인사와는 큰 관련이 없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사실 메타버스는 AI 와 디지털 HR, 더 넓게는 일의 미래(Future of Work)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최신 버전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로블록스 같은 게임산업이나 제페토에서의 공연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도가 메타버스로 완전히 바뀌는 것은 이미 익숙한 소식이지만, 뜻밖에 인사만큼이나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건설 현장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업체들이 나타나면서 그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와 같이 산업과 기업의 일이 바뀌면, 그에 맞추어 일하는 방식과 인사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한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 기술을 앞서서 인사에 적용한다면 기업의 미래를 앞당기는 진정한 전략적 인사가 될 수 있다.  이번 호부터는 인사의 각 영역을 메타버스 시각에서 살펴봄으로써 일의 미래(Future of Work)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최신 사례를 확인해보겠다. 관련한 연재의 첫 시작으로 한류 열풍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메타버스가 인사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운을 띄운다.  메타버스, 경계의 벽을 허물다 - 하루아침에 수입이 20배

메타버스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글로벌 시장의 벽을 단번에 허문다는 것이다. [그림 1]에서 보듯 미국의 흑인 가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이 2020년 포트나이트를 통해 진행한 메타버스 공연의 성과를 그 이전 해와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우선 관객 동원 수를 보자. 전통적 방식의 라이브 공연은 58회 동안 총 850,000명의 관객을 동원하였지만,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연은 단 4회 공연으로 무려 12,300,000명 관객을 동원했다. 시장의 규모가 30배 넘게 확대된 것은 물론이고, 참여한 관객도 1230만명에 달한다. 이는 벨기에의 인구수보다 많은 숫자다. 이를 4회 공연으로 나눈다고 해도 회당 3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인데, 사실 이런 라이브 공연장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가 가까운 미래에 다른 산업들에도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유추해보면, 글로벌 시장으로 몇십 배의 시장 규모 확대와 더불어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아예 가능하지 않았던 규모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비드 직전인 2018~2019년(더 정확히는 공연했던 4개월간) 이 가수가 공연하면서 벌어들인 총 공연수익이 한화로 약 700억원이었던 반면, 2020년 포트나이트에서 진행한 단 이틀간의 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200억원을 넘었다. 인사담당자라면 당연히 관심이 있을 1일당 노동 생산성으로 환산해 보면, 공연일 하루당 라이브의 경우는 한화로 약 5~6억원의 수입을 올린 반면 메타버스에서는 하루에 100억원이라는 수입을 올린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노동생산성이 20배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첨예한 예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메타버스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일의 미래의 모습 중 하나다.  메타버스가 인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글을 시작했는데, 앞에 소개한 예만 보아도 그 답은 확실하다. 글로벌 시장의 벽을 깨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 위치했든지 상관없이 기업이나 심지어는 개인도 전세계로 마켓이 확대되는 것이다. 앞에 트래비스 스콧의 예시로 보았듯 만약 경쟁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30배씩 확장하고 노동생산성을 20배씩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발맞추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미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일의 미래를 앞당기는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에 한국의 위치는 어떨까? 앞서 살펴본 예와 같은 맥락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살펴보자. 주지하다시피 블랙핑크가 메타버스 공간인 제페토에서 진행한 신곡 발표 공연과 아바타와 함께 사진을 찍는 사인회에 팬 5,000만명이 모였다. 트래비스 스콧의 메타버스 공연 관객보다도 두세 배 많은 인원으로, 쉽게 말해 대한민국의 전 인구가 참석했다고 보면 된다. 그런가 하면 메타버스는 아니지만 유튜브에서 라이브스트림으로 진행한 ‘더 쇼’는 90분 공연에 입장료 수입만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남성그룹인 방탄소년단 또한 포트나이트 상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발표하였으며 메타버스 게임인 배틀로얄에 포함되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메타버스 시대의 출발점에서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메타버스에서 엿볼 수 있는 흐름은 다문화 간 협업이다. 블랙핑크는 지역 간 경계가 없다는 메타버스의 특성을 살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히스패닉계 미국 가수인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비대면 근무와 온라인 미팅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요즘, 지구상 어디에 있든 다양한 인재풀과 협업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기업들 사이에 어떤 성과 차이가 날 것인지도 주목된다. 메타버스, ‘문화’의 경계를 허물다 - 미의 기준도 한류로!  메타버스는 디지털 HR과 일의 미래를 보여주는 첨병이라는 전제로 글을 시작하였다. 이렇게 지역의 경계가 무너지는 트렌드 역시 비단 글로벌 시장을 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 각지에 상품이나 서비스 노출을 끌어올려 문화의 경계도 허무는 효과를 동반한다. 이렇게 교역이 증가되면 자연히 다양한 문화의 교류가 따라온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실크로드로 잘 알 수 있는 바,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는 21세기의 실크로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예가 ‘미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Judith Langlois 교수와 Lori Roggman 교수의 1990년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의 눈에 아름답다고 보이는 얼굴은 그때까지 접한 유사 연령대와 성별의 얼굴들의 평균인 얼굴이라고 한다. 메타버스에서도 기세가 등등한 한류로인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불과 몇 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빈도로 한국인의 얼굴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한국인의 얼굴이 평균값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탓일까? 한 잡지가 전세계 183개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성’의 투표에서 방탄소년단의 V가 60만표를 얻어 가장 잘생긴 남성으로 선정되었다. 한편, 최고급 의류 브랜드인 루이비통이 오징어게임의 배우인 정호연과 모델 계약을 했다는 소식도 같은 날짜에 필자의 피드에 떴다. 한마디로 올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한국인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역시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양인에 대한 관점이 매우 우호적인 실리콘밸리에서조차 필자의 지인인 한국인 남성들이 본인들은 결혼시장에서 남성들 중 선호도가 꼴찌라는 자조적인 농담들을 하곤 했으니 말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인사는 이렇게 밖으로는 기업의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안으로는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핵심인 문화의 경계를 허물어트리고 있다. 전략적인 인사가 되기 위해 왜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영계도 한류? 미주 파나소닉의 CEO는 한국 여성 때마침 메타버스 시대의 인사를 선도적으로 실행하던 리더가 대기업의 CEO로 선임된 소식이 들려왔다. 더욱이 한국 여성이라고 하니 경영계에도 한류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반가웠는데, 그 주인공은 미주 파나소닉의 인사총괄(CHRO)로 6년간 활약하다 올 10월에 최고경영자(CEO)이자 회장직으로 승진한 이명원 씨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미주 파나소닉에서 인사, 전략, 혁신 등의 핵심분야를 담당하며 내공을 키워온 인물로 파나소닉의 최초의 여성 CEO이다. 이명원 씨의 CEO 선임 소식을 알리는 기사들은 특히 그의 신사업 리더십과 디지털 인사 그리고 파나소닉의 다양성/포용성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력을 강조했다. 그녀가 인사를 맡은 시기는 파나소닉이 2008년에서 2018년 사이 연매출 8조원에서 13조원으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기업고객의 비중을 49%에서 95%로 올려 비즈니스 모델의 전폭적인 혁신을 이룬 시기이기도 하다. 인사와 다양성/포용성을 통한 혁신이 메타버스 시대의 경영과 기업 혁신 성공의 핵심 요소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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