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은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구성원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가 혼자 진두지휘하며 의사결정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너무 많고, 구성원들 또한 그저 집단 일원으로 취급당하며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기보다, 가치 있는 공동 목표에 스스로 동참하고 기여하면서 성장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위계적인 구조하에서 리더가 일방적이고 지시하는 형태로 구성원을 일사불란하게 이끄는 형태의 리더십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대신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내적으로 동기부여하여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다. 구성원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효과적인 네 가지 리더십 요건들을 살펴보자. “지금은 리더십에 대한 정석을 모두 뒤집어야 할 때이다.” 『두려움 없는 조직(The Fearless Organization)』의 저자인 하버드 대학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가 한 말이다. 지금까지는 위계적인 조직 구조하에서 리더들이 그간 축적한 개인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끄는 형태의 리더십이 유효했다. 그런데 이미 많은 리더들이 체감하고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방식의 리더십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건강한 조직 문화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가? 우선 경영 환경의 변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커진 비즈니스 환경에서,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잘 짜인 업무를 부여하거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이제는 리더 혼자 진두지휘하며 의사결정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결국 구성원들은 리더의 ‘손발’이 아니라, 각자가 조직의 ‘머리’가 되어 제 역할을 해야 하고, 함께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특성 또한 바뀌고 있다. 구성원들은 더 이상 개인에 대한 존중 없이 그저 집단의 일원으로 취급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들은 단순히 시키는 대로 일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공동의 목표에 스스로 동참하고 기여하면서 성장하고 싶어 한다. 또한 아무리 업무 역량이 뛰어난 리더라도 합리적이지 않고 독단적이거나 인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구성원들은 ‘영혼을 빼고 시키는 일만 하자’는 태도로 반응하기 쉽다. 결국 리더 개인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조직이 된다. 이처럼 불확실성 시대, 탈집단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의 자발성은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물론 조직을 개편하고, 호칭을 변경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내적으로 동기부여하여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다. 구성원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리더십 요건 지금까지 유효했던 일방적, 지시적 리더십은 구성원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대신 그 대안으로서 리더의 진정성을 전달하여 구성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게끔 영향력(Influencing)을 발휘하는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관련하여 리더십 연구자들이 구성원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요건으로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①리더가 조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Self-Awareness), ②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직접 실천하며(Self-Regulation), ③구성원과 투명하고 솔직하게 소통하고(Relational Transparency), ④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며 합리적으로 판단(Balanced Processing)하는 것이다. 구성원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 네 가지 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성찰하기(Self-Awareness) 구성원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리더가 조직의 현재 모습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조직의 목적이나 철학, 실천하고 싶은 가치,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의 목적이나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고민 없이 단기 목표 달성에만 급급하다면 구성원들은 일의 가치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조직의 모습에 대해 주기적으로,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2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 년에 두 번 ‘생각 주간(Think Week)’을 실천하고 있다. 평소에는 바쁜 업무로 깊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찰을 위한 시간을 의도적으로 따로 마련한 것이다. 생각 주간 동안 그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일주일을 보내며 조직과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 주간 마지막 날에는 일주일간의 생각을 정리하여 동료들에게 메일로 공유한다. 특히 1995년 생각 주간 중에 마이크로소프트 임원들에게 발송한 ‘The Internet Tidal Wide’라는 제목의 메일이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당시 생각 주간을 통해 그는 다가올 미래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뤄야 할 가치를 고민했고, ‘앞으로 조직 역량을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는 고민의 산물을 동료들에게 공유했다. 2) 언행일치, 솔선수범을 통한 실천적 모습 보이기(Self-Regulation) 리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리더 본인은 뒷짐 지고 있거나 혹은 다른 행동을 한다면, 구성원 자발성은커녕 신뢰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특히 구성원들은 리더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리더는 세세한 부분까지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월마트 CEO인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은 ‘리더십이 말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리더십을 삶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단기 성과주의와 극심한 내부 경쟁으로 인해 정체의 늪에 빠져 있었던 ’14년에 새로운 CEO로 선임됐다. 그는 내부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조직 문화를 개혁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겸손한 자세로 배우려는 태도인 Growth Mindset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이 Growth Mindset의 표본이 되어 구성원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예를 들어, 주간 경영진 회의가 끝난 후에 “오늘 회의에서는 제가 너무 고정 관념(Fixed Mindset)에 사로잡혔던 것 같네요” 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또한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고객 중심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보고서 작성 최소화, 디지털 솔루션 활용 등)과 관련하여서도, 본인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며 구성원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이렇듯 나델라는 CEO로서 조직의 변화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제도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직접 솔선수범하며 일관된 행동을 보였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진심을 전달하고 동참을 이끌어냈다. 3) 투명하고 솔직하게 소통하기(Relational Transparency) 구성원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충분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소통에 있어 리더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다. 소통 과정에서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면 리더로서 권위가 떨어지고 사람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완벽하게 내용이 정리되고 철저하게 준비가 끝났을 때, 잘 짜인 각본대로 소통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소통 방식은 일방적 전달을 전제로 하고, 횟수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소통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대, 혹은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완벽한 연설보다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솔직하고 잦은 소통이 더 효과적이다. 하버드 대학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 역시 ‘리더가 잘 모르는 것은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요타 자동차의 CEO 토요다 아키오(Toyoda Akio)는 전임 CEO들과 달리, 자신이 직접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대본 없이 즉각적으로 질의응답하는 것을 즐긴다. 이 덕분에 아키오 사장 취임 이후 조직 내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상사의 지시에 토를 달거나 질문을 하는 것이 금기시되었던 과거 조직 문화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한 그는 수평적이고 소탈한 성격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성격 요인도 솔직하고 활발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성공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즉, 구성원들에게 리더는 어려운 존재인데, 아키오 사장은 수평적이고 소탈한 모습으로 다가감으로써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느끼는 어려움, 불편함을 줄이고 보다 솔직하고 활발한 소통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4) 다양성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기(Balanced Processing) 구성원과 솔직하고 활발하게 소통했다면, 소통 과정에서 청취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합리적으로 검토하여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구성원 의견을 듣는 척만 하고, 의사결정할 때에는 자신이 이미 정해놓은 방향대로 결론을 내리는 리더들이 적지 않다. 집단 창의성을 연구한 린다 힐(Linda Hill) 교수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구성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도록 북돋고, 활발하게 의견을 교류하여 더 좋은 결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한다. 구성원 생각 중 받아들일 만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인정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때, 구성원들은 더 재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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