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까워지고 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위드코로나 라는 이름으로 예전의 기업분위기가 돌아오는 듯하여 조직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일을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기대가 크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조직 분위기’다.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일하는 데 분위기가 그렇게 중요합니까?”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의 이면에는 ‘우리’가 아닌 ‘내가 중심이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내’가 분위기에 약한 사회적 동물이라는 데 있다.
배달의민족이 잘나가는 이유
친한 후배가 엔지니어링 관련한 SW개발 회사에서 일하다 1년 전 건설회사로 이직했다. 그런데 이곳의 분위기가 이전 직장과 사뭇 달라 요즘 고민이 많다고 토로한다. 보수적인 조직이라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있다는 것이다. 분위기를 바꿔보려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우리 업종은 무거운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하며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괜히 이직했나? 하는 약간의 후회를 담은 뉘앙스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분위기도 업종에 따라 달라야 하나요?”
절대 그렇지 않다. 업종 직무에 상관없이 조직 분위기는 무조건 밝고 환하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즐겁고 유쾌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하지, 칙칙하고 어두운 사람하고 어울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밝고 환한 분위기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나오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긍정의 에너지는 조직성과로 이어진다. 때문에 조직은 무조건 구성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즐거운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례 하나 소개하겠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어느 유명 일본기업의 한국법인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회사는 전기전자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1천명 정도의 직원들이 일하는 규모가 상당히 큰 회사였다. 대표이사는 일본 본사에서 항상 내려왔는데 주로 퇴임을 앞둔 사람들이 잠시 거쳐 가는 그런 자리로 자리매김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들의 마인드가 ‘현상유지’의 생각뿐이었다. 개선을 위한 기획이나 실행 제안은 일종의 금기사항으로 인식되어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금지어’가 되어 있던 것이다.
대표 임기가 보통 3년 정도로, 이런 사람들이 몇 번 거쳐가다 보니 조직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어떤 현상이 순서대로 일어나는지 아는가? 우선은 똑똑하고 의욕적인 젊은 직원들이 퇴사를 한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조직을 떠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뭔가 의식이 있는 친구라면 아이디어도 내고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토론도 하는 그런 직장생활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조직에 공헌하고 있다는 일의 의미도 느끼고 싶어하는데, 그런 것들을 못 하게 하니 의욕이 꺾이면서 조직을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구성원의 행동양식에 미치는 영향이다. 예상했겠지만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하루 8시간 정해진 동선을 따라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로봇과 같은 수동적인 자세만 보일 것이다. 보다 못한 인사 임원이 사장에게 이런 분위기에 대해 보고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우리는 어려운 공정을 처리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짜여진 대로 정해진 일만 처리하면 됩니다. 문제없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과연 문제가 없을까? 물론 그곳의 대표이사가 말했듯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정해진 대로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어디까지나 세상이 현 상태로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다. 경쟁사도 그대로이고 사업환경도 그대로이고 하는 이런 조건들 말이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리 가만히 있나? 우리가 잠들고 있을 때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심지어 우리가 잠깐 쉬고 있는 그 찰나에도 경쟁사는 앞으로 뛰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1,000여 명에 이르렀던 직원들도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거의 반으로 줄었다. 스스로 떠난 사람도 있지만 타의적인 인력감축도 있었다고 한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일본 본사의 주문이 줄어든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을 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국법인에 대한 매력을 점점 잃어갔고 그러면서 현지 부임을 꺼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이번에는 할 수 없이 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게 된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와 한국법인을 조용히 정리하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외부에서 영입한 대표가 일을 저질렀다. 재임하는 동안 적극적인 개선활동과 함께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을 이룬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본사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이는 적극적인 세일즈 활동을 통해 일본의 최신제품을 가져온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일부 제품은 연구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끔 도모한 것이다. 분위기가 바뀌면서 매출은 과거보다 10여 배 가까이 오르고 직원들의 신규채용도 3배나 느는 등의 대변신에 성공했다.
이런 변화에 필자도 미력이나마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자랑스럽게 회사 이름을 드러내놓고 성공사례로 말하고 싶은데, 이곳 대표이사의 요청으로 사명은 그냥 묻어두기로 한다. 한 번은 대표이사와 식사를 하면서 “이런 드라마틱한 역전을 이룬 비결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분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조직은 분위기가 전부입니다.
”정말 요즘은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가 전부인 것 같다. 아래의 문구는 어느 유명기업의 직원 행동 지침서다. 일종의 사훈 같은 것으로 그 회사의 정문 현관에 액자화 되어 크게 걸려있다.
2019년 12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우리 돈으로 약 4.8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배달의 민족’ 이야기다. 배달앱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법인명은 우아한 형제들이다. 그러나 브랜드 이름인 배달의 민족으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필자는 처음 이 회사 홍보영상을 보았을 때, “우와~ 진짜 이름 잘 지었다”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배달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입니다”로 시작하는 슬로건은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 없게 만든다. 코믹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는 이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이런 내부 분위기는 ‘치물리에’로 또 한 번의 대박을 친다. 일종의 ‘치킨감별사’라는 뜻의 치물리에는 ‘냄새를 맡고 어느 회사에서 튀긴 어느 부위인지를 맞추는 시험’이다. 내부에서 재미 삼아 시작했다고 하는데 워낙 톡톡 튀는 아이템이라 여러 방송사에서 취재도 하고 심지어 해외 방송에서도 대거 방영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이벤트로 성장했다.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회사라는 슬로건을 가진 사내 분위기가 상품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재미와 즐거움은 바로 성과로도 반영이 되었다. 아래의 놀라운 실적을 보라. 경이롭지 않은가? 직원들의 즐거운 직장분위기가 외부의 고객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되는 듯한 느낌이다.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조직 분위기가 어떻게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실험을 한 분이 있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의 루비 나들러(Ruby Nadler) 교수다. 2010년 발표한 논문(Better Mood and Better Performance: Learning Rule-Described Categories is Enhanced by Positive Mood)에서 그녀는 “즐겁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성과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방법>
연구자들은 87명의 참가자에게 유튜브에서 수집한 음악과 동영상을 제공했다. 여기에 사용된 음악과 동영상에 대한 기쁨과 우울함의 정도를 정하기 위해 사전에 파일럿 테스트를 하였고, 실험에 사용된 음악과 동영상에 대해 모두가 각각의 점수를 메기게끔 하였다.
그리고 다시 그들을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즐거운 음악과 긍정적인 내용의 동영상(A그룹),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내용의 음악과 동영상(B그룹), 우울한 음악과 심각한 내용의 음악과 동영상(C그룹)을 듣고 시청하게끔 했다. 그런 다음 나들러 교수는 참가자들을 컴퓨터 앞에 앉히고 모니터에 나타나는 여러 개의 -가버패치(Gabor Patch)라 불리는 것-들을 보고 패턴들 간에 존재하는 법칙을 찾아내는 과제를 냈다.
<연구결과>
실험결과 예상대로 사전에 즐거운 음악과 긍정적인 내용의 동영상을 접한 참가자들(A그룹)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월등한 성적을 냈다. 즐겁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법칙기술범주(RD)의 상황이든 비법칙기술범주(non-RD)의 상황이든 과제를 보다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것은 비범칙기술범주의 상황에서는 우울한 무드의 그룹(C그룹)과 중립적인 무드의 그룹(B그룹)의 성적이 거의 비슷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일정한 패턴이 없는 상황에서는 중간과 우울함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즐겁고 긍정적인 분위기는 질서가 있든 없든 성과향상에 도움이 된다. 질서가 있는 상황에서의 성과는 즐거움-중간-우울의 순서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정한 패턴이 없는 상황에서는 보통의 상황과 우울한 분위기의 상황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사업모델에 따라서 내부 분위기가 성과에 미치는 결과도 일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도표는 신뢰도가 높은 조직과 신뢰도가 낮은 조직의 ‘조직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다. 전체 335명의 표준집단을 선발해서 물어본 것인데, 조직신뢰가 높은 조직일수록 조직차원의 의도적인 노력을 많이 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신뢰도가 높은 조직이 신뢰도가 낮은 조직에 비해 2배더 의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내부 분위기의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차원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이상의 결과를 봤을 때,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직장 분위기는 확실히 조직성과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런 조직 분위기를 ‘개인 차원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조직이 나서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시대적 상황이 갈수록 이런 분위기를 요구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를 잘 만들어 내는 회사가 좋은 회사, 우량기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업종에 대한 차이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