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가는 한국과 일본의 노조 조직률 1) 증가하는 한국의 노조 조직률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2000년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조합원 숫자는 3년 연속 2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노조 전체 조직률은 14.2%였으며 전체 조합원 수는 280만 5000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조직률 12.5%에 비해 1.7%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조합원수도 전년도인 2019년 254만 명에 비해 무려 26만명이 늘어났다.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폭이다. 이전 최대 증가폭은 2018년에 기록한 24만 3000명이었다. 노동조합 숫자도 6,564개로 전년도에 비해 500개 이상 증가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다만 조직률은 공공부문이 69.3%, 민간부문이 11.3%로 공공부문이 훨씬 높았다.
사업체 규모별 조직현황을 살펴보면,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이 49.2%를 기록해 압도적으로 높았고, 대기업 근로자 270만 명 중 132만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0~299인 사업장은 10.6%였고 30~99인 사업장은 2.9%, 30인 미만 사업장은 0.2%에 그쳐 소기업일수록 노조 조직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의 총 근로자 수는 1,177만 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는 2만 명을 조금 넘긴 수준이었다. 2) 장기적 하락세 접어든 일본의 노조 조직률
일본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내림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NHK방송은 후생노동성 자료를 인용, 일본의 노조 가입 근로자는 2021년 6월 1천 7만 8천 명으로, 1년 전 시점과 비교해 3만 8천 명 줄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렌고(連合)가 3만 명 감소한 699만 명이었고, 전(全)일본금속산업노조협의회(금속노협)가 1만 5천 명 줄어든 201만 8천 명으로 파악됐다. 의료노조, 교직원노조 등이 가맹한 전국노조연락협의회(전노련)는 1만 4천 명 적어진 72만 4천 명이었다. 반면에 기업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51만 명 늘어난 5천 98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노조 가입자 비율을 나타내는 조직률은 16.9%(추정치)로 전년 같은 시점과 비교해 0.2%포인트 낮아졌다. 기업 규모별 가입률은 종업원 1천 명 이상에서 39.2%에 달했지만 99명 이하 기업에선 0.8%에 머물러 차이가 났다. 시간제 근로자 중 노조 가입 인원은 136만 3천 명으로, 1만 2천 명 줄어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간제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8.4%로, 1년 만에 0.3%포인트 낮아졌다. 일본 후생성은 노조 가입률의 장기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도소매업 등 일부를 제외한 많은 업종에서 하락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 노조 조직률 하락시키는 일본기업의 노동 환경 일본은 세계 3위 규모의 경제 대국이지만 평균임금은 OECD 35개 회원국 중 22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격차가 컸던 한국에도 추월을 당한 상태다. 아사히 신문은 “아베 정권 때 시작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도 이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며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침체는 노조 조직률의 하락과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 OECD 자료를 엔화 기준(1달러 110엔 환산)으로 보면, 2020년 일본의 평균임금은 물가 수준을 고려한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연간 424만엔(약 4,300만원)으로 조사됐다. 1990년에 영국, 프랑스보다 임금이 높은 수준이었으나 30년 동안 4.4%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쳐, 22위까지 추락했다. 일본의 임금은 사실상 거의 오르지 않았다. 미국이 1990년과 견줘 30년 동안 339만엔이 늘어난 반면 일본은 18만엔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2015년부터 한국보다도 낮아졌으며, 2021년엔 38만엔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아사히 신문은 “(임금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섬뜩할 정도”라며 “선진국에서도 평균 이하가 되고, 격차가 컸던 이웃 한국에도 추월당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평균임금이 오르지 못한 데는 노조의 약세와 비정규직 확산이 영향을 줬다. 일본의 기업들은 임금이 저렴하고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려왔다. 1990년 전체 임금노동자 중 20%였던 비정규직은 현재 37.2%까지 증가했다. 일본 국세청 자료(2019년 기준)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 수입은 175만엔으로 정규직(503만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건비가 싼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 평균임금이 낮아진 것이다. 노동생산성의 하락도 노조 조직률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9년 기준 일본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주요 37개국 중 26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간판 산업인 자동차 등 제조업조차 2018년 16위까지 내려갔다. 든든한 허리 구실을 했던 중소기업도 1인당 노동생산성이 2003년 이후 거의 그대로다.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로 생긴 기업의 관행도 노조 조직률의 상승을 누르고 있다. 버블 붕괴 당시 일본 기업들은 대대적인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이를 교훈 삼아 기업들은 실적이 좋아도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위기 때 해고나 임금 삭감을 자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도 임금 인상보다 고용 유지를 우선하면서 전반적으로 힘이 약화됐다. 연봉제가 보편화된 미국 등과 달리 일본에서는 개인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기업 환경도 아니다. 아사히 신문은 “임금은 오르는 것이라는 토양 조성과 함께 생산성 향상, 노사관계 방향의 근본적인 재검토 등 여러 방법을 조합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의 노조 조직률 격차는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 쇠퇴하는 노동운동과 노조 활동 1) 기업 단위 개인친화적 적극적 인사활동 강화 일본의 기업은 자회사, 관련회사, 하청기업으로 구성된 기업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로자의 이동도 기업 내 노동시장을 초월해 기업그룹으로 확대된다. 일본의 대표적인 인사제도인 출향제도는 출향자가 비조합원인 경우, 출향기업으로 전적 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실질적인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평가다. 아울러 성과주의에 의한 처우가 강화되면서 집단적 인사관리에서 개별적 인사관리로 이행되어 획일적·일률적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춘투’ 자체가 무의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노조는 정규직 조합원은 감소하였으나 파트타임 조합원이 증가하는 추세로 비정규직을 어떻게 조직하는가에 따라 조직률이 변화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2) 노사협의제도를 통한 노사협력 문화 일본의 경영참가제도는 특별히 법제화되지 않고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노사협의제는 기업경영, 노동조건 혹은 하나의 산업에 대한 문제에 대해 사용자와 협력하여 결정 또는 시행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반영시키는 제도이며, 천차만별의 배경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노동조합 조직체제가 기업별 체제이기 때문에 단체교섭과의 구분이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노사협의회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협력을 기본이념으로, 기업의 이익과 노조의 이익이 일치된다는 사상이 지배적이다. 3) 소집단 활동을 통한 소통과 고충 해결 일본의 산업현장에는 QC서클활동이나 ZD운동 등 7~8명의 노동자가 소집단을 편성하고 각 소집단이 리더 아래 직무나 작업의 개선을 도모해 나가는 활동이 직장생활의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1960년대 후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하여 70년대에 이르면서 많은 대기업 생산부문에 도입되어 직장수준의 참가 형태로 종업원들의 생산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시도되었다. 이러한 소집단 활동은 현장에서의 자율적인 소통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활동 과정에서 나오는 종업원들의 고충과 건의사항들이 경영에 반영되도록 하여 노조 이슈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4) 산업별 노동 간담회를 통한 노사정 대화 일본의 노사협의는 기업별 수준뿐만 아니라 산업수준에서도 이루어지는데 노사대표들에게 노사정책의 주요내용 및 정책도입배경 등을 실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여 정부와 노사 간의 신뢰를 높이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노동간담회는 정보의 교환과 상호 이해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5) 임금협상에서 점점 작아지는 노조의 영향력 도요타는 2021년 임금인상 요구 총액을 9,200엔(약 9만 5,740원)으로 결정했으며 요구 총액의 구체적인 구성 항목(정기승급, 기본임금, 수당 등)의 요구 금액은 설정하지 않았다. 이에 타기업들은 각 기업의 자율적인 교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도요타의 인상안을 고려하여 임금인상을 결정했다. 혼다, 마쓰다, 미쓰비시 노조도 기본임금 인상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고, 임금결정의 대원칙에 따른 임금협상을 함으로써 노조의 영향력이 점점 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 노조 조직률 증가와 노사관계 양상 노조 조직률에 따라 노사관계에도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인구 5천 만명·고용률 70% 이상 국가’(이하 5070국가)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의 고용환경 특징을 분석한 결과, 5070국가 4개국은 한국보다 협력적·균형적 노사관계, 낮은 고용부담 및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협력적·균형적 노사관계를 구축한 5070국가와 달리 대립적·후진적 노사관계로 인해 기업들이 상당한 손실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EF의 노사협력 순위를 보면, 5070국가 4개국은 조사대상 141개국 중 5~33위로 최상위권인 반면, 한국은 130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10년간(2009~2019년) 임금근로자 천 명당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를 살펴보면, 한국이 연평균 38.7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영국 18.0일, 미국 7.2일, 독일 6.7일, 일본 0.2일 순이었다. 한국의 근로손실일수는 일본의 193.5배, 독일의 5.8배, 미국의 5.4배, 영국의 2.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한국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원인 중 하나로 노조 중심의 법제도를 지적했다. 한국은 5070국가들과 달리 경영자의 대항권인 쟁의행위시 대체근로는 금지한 반면, 노조의 부분·병존적 직장점거는 허용하고 있어 법제도가 노측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한경연은 평가했다. 또한 한국은 5070국가들과 비교하여 고용부담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2010~2020년) 제조업 기준 시간당 임금 연평균 상승률은 한국이 3.4%로, 4개국 평균(1.6%)의 2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수준과 증가율도 5070국가들과 비교하여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6%로, 5070국가 4개국(31.6~55.1%)에 비해 최대 31.0%p 더 높았다. 지난 5년간(2015~2020년)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도 9.0%로 가장 컸고, 이어서 영국(5.6%), 일본(2.8%), 독일(2.0%), 미국(0.0%) 순으로 나타났다. 5070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높은 노동유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WEF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를 보면, 한국은 141개국 중 97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한 반면, 5070국가 4개국은 3~18위로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파견·기간제 사용규제의 경우, 5070국가 4개국은 대부분 업무에 파견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파견 사용기간도 독일(18개월)을 제외하면 제한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간제 사용기간 역시 제한이 없고, 일본의 경우에는 1회 계약 시 36개월의 제한이 있으나 계약 갱신이 가능하여 사실상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경비·청소 등 32개 업무에 한해서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으며, 파견과 기간제 사용기간 모두 최대 2년까지 제한하고 있어 경직적이다. 한국은 정규직 해고 측면에서도 규제가 엄격하고 비용이 높은 편으로 조사되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정규직 해고규제 유연성 순위는 OECD 37개국 중 20위로, 5070국가 4개국(1~16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1명 해고 시 퇴직금 등 법적 제반비용으로 5070국가 4개국은 평균 8.8주 치의 임금이 소요되는 데 반해, 한국은 약 3배 이상인 27.4주 치의 임금이 소요된다. 한경연은 “대립적 노사관계, 경직적인 노동시장은 기업에 과도한 비용부담을 지우고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제한하여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국내 고용률 개선을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노사균형 확립을 위한 경영자 대항권 보완, 고용·해고규제 완화 등 관련 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한국의 노조 편향적인 정책과 제도들은 근로자들의 노조에 대한 지지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노조 설립을 통한 노사 이슈 해결도 이어져 노조 증가와 조직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