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주4일제, HR이 챙겨야 할 이슈는?

 

포드(Ford)사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생산성 혁신을 일궈냈다

하루 12시간 주 6일 동안 근무하던 게 일반적이었던 1926년경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는 주5일제를 발표하면서 획기적인 근로시간 단축의 시대를 열었다.

포드는 근로시간만 단축한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근무환경과 업무 프로세스를 동시에 도입해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고 시장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당시 포드가 도입한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포디즘(Fordism)’이라고 일컫는다. ‘컨베이어벨트(Conveyor Belt)’를 이용해 반자동화된 조립 라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포디즘을 통해 이동하는 컨베이어벨트 주위에 노동자와 기계를 배치해 노동자의 이동시간을 최소화하고 작업 리듬을 완전히 기계의 리듬에 종속시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 

포디즘 방식이 지금에 와서는 당연한 완성차 기업의 생산 공정이겠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인 일하는 방식의 변화였다는 점에서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와 의미를 되살려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4일제 도입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6월부터 6개월 동안 급여 손실 없이 주4일 근무하는 한 파일럿 프로그램에 영국 70개 기업에 종사하는 3300명이 참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프로그램 핵심은 노동자들이 100%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대가로 100%의 임금을 그대로 받고 노동시간을 주5일에서 주4일로 20% 줄이는 ‘100:80:100’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주관기관인 케임브리지대, 옥스포드대 연구자들은 생산성, 참가자의 삶의 질, 성평등 등에 대한 변화를 주의 깊게 측정하게 된다.

벨기에는 2022년 2월 유럽연합(EU) 회원국 최초로 주4일제를 법적으로 도입했다. 임금 변동 없이 주간 근무일수를 5일에서 4일로 단축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한 것이다. 기술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도 지난해 7월 주간 근무시간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이는 ‘주32시간 근무법’을 발의했다. 

이렇듯 주4일제에 대해 많은 실험과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실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제도 도입에 대한 발판을 깔아 주고 있다.


한국도 주4일제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도 주4일제 도입에 대해 논의가 공론화되고 있다. 에듀윌, 휴넷, 우아한형제들, 금성출판사, 카페24, 카카오게임즈 등 선도 기업들은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를 도입해 직원 복지향상을 도모하거나 워라밸을 강화해 인재 유치와 유지에 나섰으며, 특히 대상을 MZ세대에 집중하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선도 기업 업종은 주로 교육, IT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특성상 여느 제조 업종과 달리 단시간에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선도 기업들의 제도 도입 결과가 나오면 주4일제에 대한 대세적인 흐름이 굳어지면서 도입 회사의 비율이 점차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4일제는 법적, 제도적, 업무적 그리고 문화적 기준에서
검토, 도입돼야 한다

1. 제도적 기준(System Perspective)

현재 주 5일제에 맞춰 보상, 평가, 경력개발 등의 인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주5일에서 4일로 단축된다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에도 업무 생산성은 단축 전 수준을 유지해야 하므로 생산성이 20~30% 가량 향상돼야 주4일제의 취지와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주5일제가 근로시간과 업무과정에 초점을 맞춘 제도라고 한다면 주4일제는 근로내용과 업무결과에 맞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을 위주로 한 인사제도에서 탈피해 업무결과 즉 성과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이 인사제도별 개선방향을 정할 수 있다.

□ 보상제도 기본연봉의 인상률이 적용되는 Merit Grid에서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간 인상률 격차를 점차 넓혀가면서 인센티브 역시 고성과자에게 많은 재원이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 성과평가제도 고성과자 중심의 보상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성과평가를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성과평가에 포함돼 있는 근로시간 또는 근로제공 과정에 대해 평가지표가 있다면 이들을 업무결과 지표로 점차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 근로시간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해서 주32시간이 직원 각자의 책임 하에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즉, 주4일제에서 근로시간의 개념을 회사의 통제 대상이나 연장근로의 대상이 아닌 직원의 자율적 관리대상으로 전환해야 하며, 근로시간의 오너십(Ownership)이 회사에서 직원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주3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연장근로가 발생하고 그에 대해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은 주4일제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 근로시간과 업무과정을 직원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해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연장근로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징계제도 주4일제로 전환하는 회사는 근로시간은 20% 줄이면서 동시에 생산성은 20% 향상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회사의 기대와 다르게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효용을 누리되, 그에 상응하는 업무몰입도,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해선 부응하지 않는 무임승차자(Freerider)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무임승차자에 대해 고성과자 중심의 보상과 성과평가 제도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이를 통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징계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주4일제 도입 시점에 이러한 권리와 책임에 대한 확인서나 서약서를 받아두는 것도 직원들의 인식제도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2. 법적 기준(Legal Perspective)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을 중심으로 주4일제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들어가 있는 근로일 및 근로시간 관련 조항을 수정하고 주4일제가 적용될 직원들과 다시 체결해야 한다. 이때 근무일을 요일별로 정하지 않고, 주중 4일로 정해 단축되는 근로시간의 운영과 배치를 직원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다.

근로시간의 경우 단축되는 8시간을 유급휴무로 정해 월 소정 근로시간을 209시간 유지함으로써 통상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단기적으로 방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동시에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주4일제의 운영 근간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

주4일제에 맞게 설계된 기본연봉 운영방안, 인센티브, 복리후생, 성과관리, 근태관리 등을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에 담아 근로시간 단축이 인사제도 전반에 연동될 수 있도록 해야 중장기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3. 업무적 기준(Work Perspective)

근로시간 단축에 적합한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구분해 주4일제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 근무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하는 업무라면, 생산성 향상 방안이 장기적으로 실행돼 근무시간 단축을 상쇄할 수 있는 시기에 주4일제의 도입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가령 제조업, 소매업 등과 같이 월 근무계획(Monthly Roster)이나 교대제 형태로 근무하는 업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단기적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콜센터, AS센터 등과 같이 고객접점에 있는 업무(Front Office)는 고객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주중 5일 근무가 불가피해서 단기적으로 주4일제 도입에 대한 전향적 검토는 쉽지 않을 듯 하다.

만일 주4일제 검토가 가능한 Back Office와 당장 검토가 어려운 Front Office가 함께 있는 사업장이라면 직원 간 차별이슈를 방지하고 연대감을 제고하기 위해 직원 그룹별 단계적 도입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생산성 향상 방안을 직원들과 함께 모색하면서 전사적 동시 도입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문화적 기준(Cultural Perspective)

주4일제는 주 근로시간이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어든다는 변화에서 시작하지만, 이 제도의 변화를 수용하고 제도변화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직원의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기대처럼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입의 취지, 성과주의 등에 대해 전사적 공감대를 사전적으로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동시에 성과, 즉 업무결과에 따라 모든 인사가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나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성과주의 기반의 주4일제가 도입된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호손효과(Hawthorne effect)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직원 입장에서 일종의 반응현상으로 자신의 행동이 관찰되고 있는 것을 인지할 때 관찰자의 관찰 목적에 맞게끔 자신의 행동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주4일제 전환 이후, 생산성 향상 효과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주4일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취지가 직원의 인식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이행과제가 남아 있는데, 이 이행과제의 실행방안을 강화이론(Reinforcement theory)에 따라 살펴본다.

① 긍정적 강화 (Positive Reinforcement)
성과향상을 위한 행동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고성과자에 대한 높은 연봉 인상률을 예로 들 수 있다.
② 부정적 강화 (Negative Reinforcement)
성과향상을 위한 행동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더 이상 성과향상에 대해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③ 긍정적 제재 (Positive Punishment)
성과주의를 저해하는 행동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징계 조치를 예로 들 수 있다.
④ 부정적 제재 (Negative Punishment)
성과주의를 저해하는 행동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연봉동결이나 인센티브 미지급을 예로 들 수 있다

실제 적용에서는 위 네 가지 방안을 동시에 적용하지 않고, ➀번을 위주로 실행하되, 필요한 경우 ➃번, ➁번, ➂번의 순으로 보조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일시에 근로시간의 20%를 줄이는 것은 엄청난 근무환경의 변화다. 근로시간 단축과 동시에 20% 생산성을 늘려야 하는 것은 더 큰 변화이자 과제로 남는다. 이러한 큰 변화를 단 번에 실행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이행함으로써 직원에게는 성과주의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회사에게는 제도의 이행관리를 할 시간을 통해 변화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도기 제도로 근무일 단축 방안(Workday Reduction Option)과 근로시간 단축 방안(Workhour Reduction Option)을 고려할 수 있다.

■ 근무일 단축 방안
주4일로 근무일을 단축하되, 일 10시간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주4일제에 적응하면서 동일한 근로시간을 통해 생산성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1차적 적응이 된다면 일 9시간을 거쳐서 일 8시간의 진정한 주4일제로 이행할 수 있다.

■ 근로시간 단축 방안
주5일로 근무일은 유지하되, 근로시간을 줄여서 매 금요일 오후 근무를 오프(off)하는 식으로 4.5일제를 적용할 수 있다. 4.5일제 근무가 적응된다면 그 다음으로 주4일제로 이행할 수 있다.

■ Hybrid 방안
사업장 상황에 따라 근로일 단축과 근로시간 단축을 동시에 적용해점차적으로 주4일제로 옮겨갈 수 있다.


주4일제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어야 한다

필자가 앞에서 설명한 포디즘(Fordism) 사례와 같이, 주4일제는 근로시간의 단축만이 아닌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한다. 주5일제에서 익숙했던 일하는 방식이 주4일제에서도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면, 제도 취지는 달성될 수 없으며, 물리적으로 근로시간만 줄어든 결과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주4일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먼저 일하는 방식부터 논의의 물꼬를 터 나가 일하는 방식의 혁신 방향이 정해진다면, 그 다음에 주4일제 도입방안을 상세하게 논의할 것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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