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유치원생 열 중 아홉이 갖는다는 궁금증이다. 실은 고금동서에 걸쳐 성인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논쟁거리였다. 그 출발은 둘 다 자신의 서식처에선 가장 강한 맹수이기 때문이다. 물어보자,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둘 중 덩치가 더 큰 쪽이 이긴다고. 그럼 둘 다 같은 체급이라면? 음~ 좀 더 천착해 봐야겠다고.
한데 말이다, 위 물음이 사자와 호랑이가 아닌, 사람 간 대결이라면 대답은 명확하다. 평소 강한 ‘경쟁의식(Competitive Spirit)’을 지닌 쪽이 이긴다. 경쟁의식을 지녔다는 건 늘 싸움에 대비해 철저히 단련해 해왔다는 의미다. 누군가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길 소망한다면, 그에게 안겨줘야 할 최강 무기는 경쟁의식이다.
“우리란 존재는 우리가 한 ‘선택’의 결과다(We are our choices).”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이다. 그는 ‘삶은 출생(B)과 죽음(D) 사이의 선택(C)’이라고도 했다. 오늘 하루도 힘든 선택의 기로에 서 있건만, 21세기 자본주의를 사는 우리에겐 또 다른 C 하나가 어김없이 붙어 다닌다. 바로 ‘Competition(경쟁)’이다.
지고지선의 가치가 행복이거늘 삶에다 경쟁을 들이밀어 급기야 나락으로 몰아세우냐며 항변해도 좋다. 하지만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 삶의 무수한 장면에 경쟁은 이미 녹아있다. 노력해도 승리할 수 없을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과 초조함에 경쟁을 부정하는 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알고 보면 경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삶이란 경기장을 벗어난 이들 뿐이다.
평소 꿈꿔온 승리란 과실을 맛보기 위해선 타인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기업의 신제품・점유율 경쟁에서 학생의 입학・수험 경쟁, 직장인의 승진・성과 경쟁 등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언뜻 무모하게 느껴질 정도다. 최고의 자리는 과거든 현재든 늘 한정돼 있음에도 인간은 그에 대한 욕망을 한시도 접은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경쟁과 그 의식은 문명을 일구는 동인(動因)이 됐다.
“인간이 경쟁을 통해 좋아진 게 있느냐?”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드 부크홀츠(Todd Buchholz) 교수. 그는 과거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물음에 이런 답을 했다.
“우리는 경쟁으로 더 오래 건강하게 살게 됐다. 인류의 수명은 지난 200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9세기 초 미국의 기대 수명은 47세였으나 지금은 80세다. 각 회사가 경쟁적으로 의약품을 만들고, 의료 시스템을 개선한 덕분이다. 에어컨・난방・스마트폰 등도 인류가 경쟁으로 만들어낸 거다. ‘경쟁을 없애 인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소련의 담대한 실험은 오히려 알코올 중독자만 늘리는 것으로 끝났다.”
소련과 북한, 쿠바 등을 손꼽지 않아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성공한 반면에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실패한 건 경쟁의 유무(有無)에 있었다. 노력과 무관하게 보상이 모두 공평하다면 누가 더 잘하겠다고 노심초사할까? 경쟁을 통한 차별적 보상은 그래서 값진 거다.
인간 본성이 경쟁을 싫어하거나 경쟁적이지 않을지라도 경쟁은 우리에게 부작용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과 효용을 가져다줬다. 경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사회와 조직은 정체와 쇠락을 등에 지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오늘도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그대에게 축배를!
글_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