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그~!”
“뚜껑 열리네!”
“상사가 아니라 악마야 악마!”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르고 불끈불끈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만 꾹 누르고 또 눌러 감정을 삭인다. 때론 누군가의 감정 폭발이 ‘홧김 살인·방화’라는 최악의 사태를 부른다. 또 욱하는 한국인에게 ‘도로 위 분노(Road Rage)’는 일상다반사다. 결말은 예상대로 후회막급, 수습불가 상황으로 치달아 그간 애면글면 쌓아온 인생 탑이 한 순간 우르르 무너진다.

“모든 탐구(도전)는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돼 ‘승자의 가혹한 시험’으로 끝난다”

위는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장편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흔히 초반엔 어설픈 초짜가 닳고 닳은 고수(프로)의 실력이나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초심자의 행운’을 빗대거나 이를 경계하는 말로 활용된다. 허나 필자는 ‘승자의 가혹한 시험’에 방점을 두고 싶다. 역설적으로 최종 승자는, 초심자의 행운을 자신만의 운이나 재주로 착각하지 않으며, 무던한 ‘인내’로 갖은 시련을 극복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거다.

“참을 인(忍) 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세상에 순탄하고 행복하기만 한 삶이 있을까! 도고일장(道高一丈)이면 마고삼장(魔高三丈)이다. 세상사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게 순리니, 화가 치밀어도 호흡을 가다듬고 견뎌내라는 우리네 속담이다.

<명심보감>에선 ‘인일시지분 면백일지우(忍一時之忿 免百日之憂)’라고 했다. 한 순간의 분함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한다는 조상의 혜안이 담긴 경구다. 실제로 분노 호르몬은 15초쯤에 정점을 찍고 15분이 지나면 거의 사라진단다. 그래 우린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라거나 ‘인내는 미덕’이라며 고진감래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시중엔 참을 인 세 번이면 화병에 걸린다거나 호구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화는 꼭 풀고 넘어 가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인내를 뜻하는 한자 忍(인)을 파자하면, ‘칼날 인(刃)’에다 ‘마음 심(心)’이 결합된 형태다. ‘마음속에 칼날이 꽂히는 큰 고통을 참아내다’ 혹은 ‘마음속 깊이 새기며 칼을 갈다’처럼 풀이된다.

성공과 승리의 불가결한 조건에도 참을성은 빠지지 않는다. 미국 작가 윌리엄 페더는 “성공의 첫 번째 법칙은 인내”라고 했고, 명장 나폴레옹은 “승리는 가장 끈질긴 자의 것”이라며 칼을 빼들었다. 영국 비평가 존 러스킨은 “어떤 일이든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마지막에 가르는 건 인내”라며 삶에서 인내의 무게와 위상을 일깨웠다. 

한편, 미국 여성작가 조이스 마이어는 “인내는 기다리는 능력이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 훌륭한 태도를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말인즉슨 무작정 참고 버티며 기다리는 게 인내가 아니라, 시종일관 바른 태도로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게 진정한 의미의 인내라는 거다. 실로 회한 없는 인내란 이런 게 아닐까.

인내의 가치는, 마시멜로를 안 먹고 15분 동안 참아내 그 보상으로 한 개의 마시멜로를 더 챙긴 아이가 훗날 높은 SAT 성적을 받았다는 <마시멜로 이야기>에서도 엿본다.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낸 나무가 가을에 더 견실한 열매를 맺듯, 오랜 시간 아픔을 잘 참아낸 사람이 높이 비상하는 건 불문가지! 돌연 가사(태진아) 한 구절이 겹친다.

‘인내는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글_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