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 - TREND - 일본]
일본의 남녀 간 격차 현황
일본의 남녀 간 격차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2022년 7월 공표한 ‘Global Gender Gap Report 2022’에 의하면 일본의 남녀 간 격차 순위는 146개국 중 116위(한국은 99위)로 하위권에 위치했으며, OECD 가맹국 중에서는 터키(124위) 다음으로 낮은 순위를 보였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고 있는 남녀 간 격차 지수는 경제, 교육, 건강, 정치 4개 분야의 데이터로 작성되는데, 일본의 각 분야별 순위는 교육 1위, 의료 63위, 경제 121위, 정치 139위로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한국은 의료 52위, 교육 97위, 경제 115위, 정치72위).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하고 있는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의하면 남성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의 임금은 2010년에 69.3포인트, 2021년에 75.2포인트로 임금격차는 축소했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불과 5.9포인트밖에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오타니는 리쿠르트워크스연구소의 ‘전국취업실태패널조사(JPSED)’를 이용해 2020년 시점의 남녀 간 임금격차를 연령대별로 분석했는데 분석결과에 의하면 남성의 임금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20대 여성은 79.4포인트, 30대 여성은 54.8포인트, 40대 여성은 46.8포인트, 50대 여성은 42.1포인트로 연령계층이 높아질수록 임금격차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30대 이후 격차가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 주된 원인으로 30대 이후 여성은 출산 및 육아 등을 경험하면서 정규직으로 계속해 근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고용형태를 전환하거나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점을 들었다.
코로나19는 여성의 취업이 많은 서비스업 등 접촉형 산업에 마이너스 영향을 줘 여성의 경제상황을 악화시켰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사태선언이 발표된 2020년 4월 취업자수는 3월에 비해 남성이 39만 명이 감소한 데에 비해 여성은 70만 명이나 감소했다.
2008년에 발생한 리먼쇼크가 남성의 참가율이 높은 제조업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 점을 들어 ‘남성불황‘이라고 불리는 데에 비해, 코로나19에 의한 경기침체현상을 ’여성불황‘이라고 부르는 점은 코로나19가 여성의 경제활동에 마이너스 영향을 얼마나 줬는지 짐작하게 한다.
교토대학의 마루야마 사토미 준교수(이하 마루야마)는 2021년 12월 NHK TV방송에 출연해 여성의 빈곤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루야마는 기혼여성 그리고 친정에서 살고 있는 여성의 경우 실제로는 경제적 DV(남편이나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를 당하고 있거나, 일을 하고 있지만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일하는 빈곤층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일본의 경우에는 빈곤을 가구수입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남편이나 부모에게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경우 여성의 빈곤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루야마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조사에서 ‘박탈지표’를 채용할 것을 제안했다. 박탈지표는 영국의 사회학자 피터 타운젠트가 1979년 제창한 빈곤 측정법 중 하나로 빈곤을 수입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의 관점에서 정의한 개념이다.
마루야마는 타운젠트의 박탈지표를 참고해 ‘필요한 때에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1년에 한 번 이상 새로운 속옷을 살 수 있는지’, ‘사이즈가 맞는 구두를 두 켤레 이상 가지고 있는지’, ‘월 1회 친구 또는 가족과 외식을 하는지’, ‘개인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인지’ 등을 빈곤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활약추진법’ 등 일부 개정
일본정부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향후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가운데, 취업활동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6년 4월 ‘여성의 직업생활 활약 추진에 관한 법률’(여성활약추진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2019년 5월 29일에는 여성활약추진법 등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6월 5일 이를 공포했다. 개정법에서는 일반 사업주 행동계획의 책정·신청 의무 및 자사의 여성활약에 대한 정보공개의 의무대상 기업을 상시 고용 근로자 301명이상 사업주에서 101명이상 사업주로 확대했다(2022년 4월 1일 시행).
또한 여성의 활약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을 인정하는 ‘에루보시인정제도’와 이를 개선한 ‘플래티넘 에루보시인정제도’를 창설해 시행하고 있다. 인정을 받은 사업주는 에루보시 또는 플래티넘 에루보시를 상품이나 광고 등에 붙일 수 있으며, 여성활약 추진 기업임을 홍보할 수 있다(우수한 인재 확보와 기업 이미지 향상 등에 효과).
더욱이 일본정부는 2022년 5월 20일 수상관저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를 개최하고 기업에 대해서 남녀 간의 임금 차이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침을 결정했다.
의무화 대상은 상시 종업원수 301명 이상 사업주로 1만 7650개사에 달한다. 일본정부는 여성활약추진법의 성령을 개정해 2022년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결산 시기가 3월인 기업의 경우 내년 4월 이후 홈페이지 등에 남녀 간의 임금차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남녀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노력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 향후 동향이 주목된다.
글 _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 / 아시아대학교 도시창조학부 특임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