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상처 주지 않는 비폭력 대화법

Q. 상사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나 봅니다. 말을 할 때 좋게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일을 지시할 때도,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도 항상 기분 나쁜 말만 골라서 합니다. 직장 상사니까 최대한 맞추려 해도 계속 감정이 상하고 기분이 나빠지니, 대화가 점점 줄어듭니다. 상사가 ‘말 잘하기’ 교육이라도 받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상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 사례 연구>

“팀장님, 상무님이 오전에 갑자기 급한 일을 지시하셔서 오후에 보고하기로 했던 자료를 내일 오전까지 드려도 될까요?”

“지금 정신 나갔어요? 직속 상사는 난데, 상무님이 일을 주셨다고 내가 시킨 일을 미루는 거예요? 어떻게든 시간을 맞출 생각을 해야지 갑자기 미루면 어쩌자는 겁니까?”

“제가 업무 속도가 좀 느려서 오후까지 전부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럼 일을 빨리 하려고 더 노력을 해야지, 무조건 미루는 게 잘 하는 일인가요? 나 원 참…. 일을 같이 할 수가 있어야지.”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상사와 일할 때 부하 직원들이 가장 난처해하는 경우는 처한 상황도 모르면서 상사가 말을 함부로 할 때입니다. 물론 상사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막말을 들어야 하는 부하 직원들은 감정 소모가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요? 요즘 세대들이라면 말대꾸하듯 바로 응대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참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간접적으로 피드백을 한다 해도 리더가 되면 말하는 스타일이 잘 바뀌지 않습니다.

특히 부하 직원의 피드백이나 조언으로는 바뀌기가 더 어렵습니다. 조직이 큰 경우에는 HR팀에서 소통에 문제가 있는 리더들을 관리하고 교육시키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그냥 묵인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사의 옳지 않은 행동이 반복될수록 직원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의욕이 저하됩니다.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 말하기에 문제가 있는 상사들은 반드시 교육이나 코칭 등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36년 전 공감 대화 프로세스를 창안하고 발전시킨 마셜 로젠버그(Marshall B. Rosenburg)의 비폭력 대화가 대표적인 ‘공감하는 말하기’입니다. 사람들이 말로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욕구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공감은 그것을 아는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비폭력 대화(Non Violent Communication)는 마음 안에서 폭력성이 가라앉고 우리의 자연스러운 본성인 연민을 품은 상태를 말합니다. 즉 사람이 가진 선한 본성을 유지한 채 말하기와 듣기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정직하고 명확한 표현을 통해 경청과 솔직한 관심을 이끌어내, 궁극적으로는 관계에 효과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말하기 방법이라고 보면 됩니다.

비폭력 대화를 하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갈등이 쉽게 해소되고 긍정적인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또 먼저 생각하고 말하기 때문에 실수를 적게 합니다. 조직 내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이 서로 비폭력 대화로 말하게 되면 인정과 칭찬이 이어지고,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돼 조직의 성과가 향상됩니다.

마셜 로젠버그는 좋은 말하기를 ‘기린의 대화’라고 했습니다. 기린은 육지에 사는 동물 중 가장 큰 심장과 긴 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심장으로 상대를 품고, 긴 목으로 주변을 살피며 공감하는 것이 곧 기린의 대화입니다. 기린의 태도를 취하면 상대방에게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느낌과 욕구에 초점을 맞춰 내면의 평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를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에 나쁜 말하기는 ‘자칼의 대화’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칼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한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를 탓하면서 변명하거나 자리를 피하고 이후 죄책감, 우울증,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말을 할 때는 상대의 말을 모두 공격으로 받아들여 반격, 비난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상황의 모든 책임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며, 분노와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결국 비폭력 대화란 내 마음을 알고 상대 마음을 알아주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대화법입니다. 상대방에게 말을 할 때는 상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이때 자신의 말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자신과 상대방이 원하는 바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 모두의 욕구가 평화롭게 충족되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대화를 계속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자신의 생각, 선입견, 기대, 가정, 조언하고 싶은 마음 등을 버리고 가르치려는 충동을 절제한 뒤 상대가 가진 느낌, 욕구, 부탁을 잘 관찰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는 비난의 말은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비극적인 표현일 뿐, 나에게 향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타인과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곧 비폭력 대화인 셈입니다.

비폭력 대화의 프로세스는 관찰(“내가 ~을 들었을 때”), 느낌(“나는 ~을 느껴”), 욕구(“왜냐하면 나는 ~을 원하기 때문이야”), 부탁(“~할 의향이 있니?”)의 4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례에서 팀장은 어떻게 말하면 좋았을까요?>

“김 사원이 상무님 일 때문에 급한 보고서를 좀 늦게 준다고 했을 때(관찰) 순간 당황했어요(느낌). 상무님이 일을 주셨을 때 나랑 먼저 상의를 해서 일정을 조율했으면 좋았을 텐데요(욕구).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먼저 나하고 상의했으면 좋겠는데, 어때요(부탁)?”

이렇게 말하면 부하 직원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사례처럼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상처 주는 대화 방식을 고수한다면 둘의 관계는 더욱 나빠지고, 소통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도의 철학자인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는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은 인간 지성의 최고 형태”라고 말했습니다.

비폭력 대화 프로세스에서 관찰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는 것입니다. 개인의 판단, 의견, 추측, 선입관 등의 평가를 섞지 않고 보고 들은 그대로의 사실만을 진행형으로 표현하면 되죠. 이때 상대를 비난하거나 상대의 잘못을 들추려 해서는 안 됩니다. 관찰하며 느끼는 강한 감정은 다음 단계인 느낌에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상대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기거나 인용하는 것 또한 관찰에 포함됩니다. 이때 평가와 관찰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네가 나를 무시했을 때”는 평가고, “‘너는 그것밖에 못하니’라는 말을 나에게 했을 때”라고 말하는 것이 관찰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은 대부분 평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대화할 때 기분이 쉽게 나빠지는 것입니다.

“우리 상사는 이번 결정을 질질 끌고 있어”라고 평가하지 말고 “우리 상사는 이번 결정 기한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라고 관찰한 사실만을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 상사는 직원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저 상사는 직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라고 감정을 뺀 채 말하는 것이 대화할 때 도움이 됩니다.

비폭력 대화 프로세스 중 2단계인 느낌은 상대방을 관찰한 것에 대한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으로 자극을 받았을 때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표출입니다.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좀 더 쉽게 다른 사람과 원만하고 부드러운 정서적 관계를 이루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느낌을 표현할 때는 생각이나 평가를 섞기보다는 그 밑바탕에 있는 진정한 감정을 찾아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무시당한 느낌이야!”라는 말에서 ‘누군가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나의 생각이고, ‘서운하다’가 진정한 느낌 표현에 해당됩니다. “내가 나쁜 상사처럼 느껴져”라는 말은 자신의 생각입니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워”라고 말하는 것이 느낌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입니다. 생각과 느낌을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의 느낌을 이해할 때는 공감과 반응을 구분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은 공감이 아닌 5가지 반응입니다>

“~은 해 봤어?”는 해결책 제시입니다. “~를 했어야지”는 충고, 조언입니다. “걱정하지 마. 넌 너무 예민해”는 상대방의 감정을 축소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그 팀장이 너를 질투하는 것 같아”는 분석입니다. “뭐 그런 인간이 다 있어!”는 판단입니다. 이런 말들은 반응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감이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무의식 중에 단순한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단계인 욕구는 자신의 느낌이 내면의 어떤 욕구와 연결되는지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빙산이 있습니다. 물 위에 보이는 빙산은 나의 행동과 태도, 즉 겉모습입니다. 생존 방식, 기쁨, 흥분, 즐거움 또한 물 위의 빙산이며, 물 아래 숨어 있는 것들은 나의 욕구와 내 삶의 대처 방식입니다.

이는 소망, 자유, 존중 등과 같은 근원적인 신념이나 가치관과 연결돼 있습니다. 결국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 태도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감정과 욕구까지 파악하는 일입니다.

부탁은 바라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부탁과 강요를 구분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꼭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상대방이 거절했을 때 마음이 상하거나, 비난이나 처벌을 가하고 싶어지는 것은 일그러진 태도로 강요한다는 증거입니다. 부탁을 할 때는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 봐야 합니다.

부탁할 때 구체적으로 말하기, 긍정적으로 말하기, 의문형으로 말하기도 지켜주면 좋습니다. “다음 주에 보자” 대신 구체적으로 “다음 주 토요일에 보는 거 어때?”라고 말하고, “너 오늘 늦지 마” 대신 “오늘 약속 시간 꼭 지켜줄래?”라고 긍정적으로 말하고, “조용히 해” 대신 “소리가 조금 큰데 낮춰줄 수있니?”라고 의문형으로 말하면 상대방이 부탁을 더 잘 들어줄 것입니다.

비폭력 대화를 사용하면 대화가 물 흐르듯이 편안하고, 상대방과의 협력이 가능해집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비폭력 대화의 핵심입니다.

<사례에서 김 사원이 비폭력 대화를 배웠다면 팀장에게 이렇게 말했겠죠>

“팀장님이 어제 기획서를 보시고 저에게 무책임하다고 하셨잖아요(관찰). 그때 저는 매우 서운했습니다(느낌). 전날 밤까지 새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기획서를 작성했거든요. 팀장님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었습니다(욕구). 물론 기획서에 부족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가 노력했다는 것을 조금 더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부탁).”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쉽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다시 담기는 어렵습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이 서로에게 비폭력 대화를 사용한다면 말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직장인 베스트셀러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 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에 대한 모든 솔루션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유경철 <소통과 공감> 대표의 글을 통해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을 전합니다.


글 _ 유경철
소통과 공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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