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 - 일본]

최근 일본에서는 인적자원 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보다 인적자본 경영(Human Capital Management)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인적자원 관리에서 인적자본 경영으로의 이행

최근 일본에서는 인적자원 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보다 인적자본 경영(Human Capital Management)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적자본(人的資本)이란 인재가 교육이나 연수, 일상 업무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이나 경험, 의욕을 향상 또는 축적함으로써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자본을 의미한다. 가치창조의 원천인 자본(資本)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흔히 기업의 경쟁력은 노동력과 자본력, 기술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지만, 지난 반세기에 걸쳐 이런 것들의 총량이 크게 늘면서 범람의 시대가 됐고, 이제는 질적 측면이 보다 주목받고 있다.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유형자산보다는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무형자산의 크기가 국가경제나 기업경영의 경쟁력 결정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무형자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조직이나 기업일수록 ‘지속적 확대성장’의 경영목적 달성과 ‘장수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 전략과제로서의 인적자본 경영 강조

일본의 경우를 보면, 총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생산가능 인구도 해를 거듭하면서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노동력의 양적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종래의 인적자원 관리가 아니라 인적자본의 질적, 양적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일본이다.

2021년 10월 제100대 일본 총리로 취임한 기시다(岸田文雄)는 9년간의 경제정책 기조인 ‘아베노믹스’ 대신 ‘새로운 자본주의’를 주창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22일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국가적 전략과제로 5가지를 들었고, 첫째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일본어 연설문을 그대로 번역하면 “디지털화·그린화는 경제를 크게 바꿨다. 이제부터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 되는 것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무형자산 그 중에서도 인적자본이다. 인적자본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기타 4가지 과제는 △AI(인공지능), 양자(量子), 바이오, 디지털, 탈산소 분야 중심의 이노베이션 투자 △10년간 150조엔에 달하는 GX(Green Transformation) 투자 △2000조엔에 이르는 개인금융자산을 활용한 자산소득 배증플랜 △세계와 더불어 성장하는 나라 만들기다. 이들 4가지 과제도 결국은 인적자본의 질적 수준과 양적 크기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적’이라는 것이 최대의 걸림돌

인적자본 경영을 위해서는 다기(多岐)에 걸친 혁신과 개선이 요구된다. 일본의 경우도 한국 못지않게 노동시장 개혁이 우선 과제로 꼽혔다. 종전 이후의 고도경제 성장기에는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성장의 뒷다리를 움켜쥐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삼종의 신기’로 불리는 종신고용제, 연공주의 인사, 기업별 노조가 그 대표적인 인적자원 관리의 구태(舊態)라 할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도 구태의연한 경제∙경영 시스템을 그대로 존속시켜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물론 나름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장점보다 단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급여제도의 경우, 종래의 직능자격 제도에 근간한 연공형 직능급에서 직무와 역할에 기초한 직무역할급으로의 이행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잡(Job)형 고용관리는 종래의 종신고용 관행의 약화로 이어져, 노동력의 이동을 더욱 원활하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부르짖어온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적자본 경영을 주창하는 배경에는, 임금 시스템의 개혁만이 아니라 여성의 활용, 인적자본 개시(開示) 룰의 정비 등을 동시 병렬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내외 글로벌기업들의 투자선을 일본으로 향하게 한다는 장기적 경제전략이 있다.

요컨대 경제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급변함에 따라, 그동안 성공적으로 인식돼 오던 ‘일본적(日本的)’이란 것을 하루빨리 벗어 던지지 않으면 더 이상의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그 탈출구가 인적자본 경영으로 보여진다.

인적자본 관리 시스템의 정비와 개시(開示) 법제화

2022년 8월 30일, 일본 내각 관방에서 운영해 오던 ‘비재무정보 가시화 연구회’가 ‘인적자본 가시화 지침’을 공표했다. 그리고 금융청은 2023년 3월기 이후의 유가증권보고서(有價證券報告書)에는 인적자본 관련 데이터를 개시(開示)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에 ‘기재란’을 신설하고, 인재의 다양성 확보를 비롯한 인재육성 방침, 시대환경 정비 방침, 그리고 이들 방침에 관한 지표 내용 등을 기재토록 했다. 여성관리직 비율, 남성 육아휴업취득 비율, 남녀 간 임금격차 등에 관한 지표다.

상기 지침에 따르면, 인적자본 투자와 그 가시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의 중장기 경영전략, 인적자본 투자나 인사 전략과의 관계성, 즉 통합적인 스토리를 검토한 가운데 ▲지배구조(인적자본 관련의 리스크 및 기회에 관한 조직의 거버넌스) ▲전략(인적자본 관련의 리스크 및 기회가 조직의 비즈니스·사업전략·재무계획 등에 미치는 영향) ▲리스크 매니지먼트(인적자본 관련의 리스크 및 기회를 식별·평가·관리하기 위한 프로세스) ▲지표와 목표(인적자본 관련의 리스크 및 기회의 평가·관리에 사용하는 지표와 목표)의 4가지 요소를 베이스로 구체적 개시사항 검토를 권장하고 있다.

인적자본을 가시화하는 목적으로는 ‘자사의 인적자본 투자의 인풋, 아웃풋, 아웃컴을 알기 쉽게 전달함으로써 투자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에 의한 자사 인재전략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경영자・종업원・투자가 등에 의한 상호이해 속에서 전략적인 인적자본 형성, 나아가서는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나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하는 데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리쿠르트의 2021년 하반기 조사에 의하면 ‘ISO30414’ 주요 11영역의 인적자본 정보의 측정 및 개시 상황을 보면 약 65%가 측정·개시하며, 그 중 15%는 사외에도 관련정보를 개시·보고하고 있다.

협력적 노사관계가 인적자본 경영의 전제 요건

인적자원 관리든, 인적자본 경영이 됐든 간에 조직구성원이 한마음·한방향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그 퍼포먼스는 극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 점에서는 한일 간에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매우 안정적 노사관계를 견지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조사(2021년)에서도 92.9%가 ‘노사관계는 안정적이다’라고 응답하고 있다. 

물론 1970년대 중반까지는 경제의 호불황에 따라 기업현장의 개별적 노사분쟁과 노동계 주도의 전국적 규모 집단투쟁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쟁의건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대화와 타협을 원칙으로 한 안정적이며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돼 왔다. 쟁의활동에 있어서도 과격한 언행이나 폭력행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점 또한 한국과 크게 다르다. 산별노조보다 기업별노조의 성격이 강한데 기인하는 결과로도 보인다. 

토요타자동차처럼 대다수 대기업들이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을 병설해 사안에 따라 현장 문제점과 노조 현안을 적시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한 노동법제와 노사시스템의 기여도 크다고 생각된다.

노동조합 가입자 수는 1994년 1,269만 명을 피크로 감소하는 추세다. 노동조합 조직률 또한 1948년 55.8%를 정점으로 낮아지는 추세며, 2021년 6월 기준 16.9%로 집계됐다. 대기업과 일부 민영화된 서비스업과 공공기관, 금융보험업 등을 중심으로 노조 조직률이 높은 실정이다.

한편 쟁의행위를 수반하는 쟁의건수를 보면, 2011~2021년 사이 가장 많은 해에 연 89건을 기록했다. 쟁의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쟁의건수가 3~4배는 많은 편이며 그나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쟁의 내용을 보면 경영이나 인사에 관한 것은 거의 전무하다. 사업의 휴폐업이나 합리화가 쟁의 이유가 된 것은 단 한 건뿐이었다.

한국에의 시사점

미래(To be)와 현실(As is) 사이에는 항상 갭이 존재한다. 갭을 채울 때, 미래는 자신의 것으로 다가온다. 예컨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누구나 감지하고 있는 과제고,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존립마저 우려된다는 미래 모습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도, 한국의 출산율은 낮아질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도 기업도 인적자본 경영으로 방향타를 꺾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행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들이 너무나 많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기술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고, 경쟁력 원천도 유형에서 무형자산으로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마인드와 관행은 여전히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고, 그동안 익숙해진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훨씬 강하다. 이를 주도하는 세력이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강성의 노동집단으로 생각된다.

상생공영의 미래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노사정의 리더십 발휘와 3자간의 협력적이고도 안정적인 관계형성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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