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인재를 끌어당길 수 있다, 그 반대이든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국내 노동시장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경력직 중심 채용시장으로의 전환이다. 어느 때보다도 현장 매니저의 ‘매의 눈’이 필요한 시기다.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시작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신만의 독보적인 ‘확인 사살’ 수준의 질문이 있는가?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도 지원자로 하여금 ‘이 면접관님 때문이라도 이 회사에 꼭 들어가야만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끔 하는 통찰력 있는 질문 ‘레퍼토리’는 있는가?
인터뷰 진행을 요청 받고 마지못해 자리를 지키는 자가 아니라, 가장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인재를 자신 있게 변별해 낼 수 있는 훈련된 면접관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큰 자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커리어를 구하는 ‘지원자’로서 필자의 몸에 밴 독특하지만 괜찮은 습관이 있다.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음에도 아무나 시도하지 않는 습관. 그것은 숱한 잡 인터뷰(Job Interview)를 마칠 때마다 인터뷰 때 받은 질문과 나 자신의 답변을 메모로 정리해 복기(復碁)하는 것이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의 발견과 시사점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과연 어떤 질문을 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다. 참고로 필자를 인터뷰 한 거의 대부분은 톱클래스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었음을 밝힌다.
일곱 가지 질문의 숨은 뜻
흥미로운 것은 수많은 사람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80% 이상은 크게 일곱 가지 소주제로 압축된다는 것이다.
1. 왜 지원했는가? 본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2. 우리 조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3. 우리의 상황이나 문제,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가?
4.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5. 여러 지원자 가운데 우리가 당신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6. 당신이 우리 조직으로 입사하는데 가장 큰 의사결정 요인은 무엇인가?
7. 우리에게 궁금한 점 있으면 질문하라.
첫 번째 질문은 지원 동기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지원자가 해당기업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개괄적인 질문이다. 기업에 기여하지 못할 사람을 선발한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움직이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이 부분이 상당히 명확하다. 한국 기업도 이제 경력사원 중심이나 소수 정예로 가기에 이 부분을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질문은 기업 그 자체와 비즈니스, 일하는 문화 등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는지 확인한다. 직무는 제대로 이해하는지, 기업이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냥 그저 일자리가 필요해 지원하며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을 초일류 기업에서는 절대 선발하지 않는다.
네 번째 질문은 한 자연인으로서 그 사람의 일반적인 성격이나 유형 그리고 관리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스타일 등을 확인한다. 다섯 번째는 그 사람만이 보유한 가장 차별화되는 ‘원-투 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그 사람만의 독특한 ‘브랜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여섯 번째 질문에서 질문의 성격이 확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을 우리 회사로 영입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될까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근무환경과 기업문화에서 동기부여가 크고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급여 등을 포함해 기대하는 처우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출근이 가능한 시기가 언제쯤인지, 입사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물을 수 있다.
마지막 질문도 흥미롭다. 궁금하면 질문하라는 거다. 다국적기업에서 이 부분에 대해 부여하는 가중치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질문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몇 가지 질문을 하는가, 어떤 종류의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후보자의 기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 학습 정도, 남다른 통찰력을 이 질문 하나를 통해서 거의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표현을 사용해 질문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첫 질문으로 던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거의 통상적으로 첫 질문으로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는 국내 기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위의 일곱 가지 질문과도 연결되고 중복되는 부분이지만 직무역량이나 지식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 리더십 등 특정 역량에 대한 질문, 실제 또는 가설적 상황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거의 빠짐없이 점검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질문에 대답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지원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상대의 공감이나 설득을 끌어내는 능력을 체크해 본다고 할 수 있다.
효과적인 인터뷰 질문법, 연구하고 연습해야 할 때
기업의 리더들이 죽더라도 꼭 기억해야 할 영어 단어가 있다. Inter(사이, Between)와 View(보다)의 합성어인 ‘인터뷰(Interview, 면접)’다. 즉,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고 체크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20여 년 동안 만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시장의 고수들, 핵심 인재들은 인터뷰를 할 때 반드시 면접관의 질문과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내가 가도 되는 회사인지 아닌지를 평가한다.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회사가 후보자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후보자도 회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가 직업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만큼, 회사의 면접관도 좋은 인재를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를 해야만 하는 시기다.
리더가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그 자리를 AI 면접관이 가로채지 말라는 법도 없다. 효과적인 인터뷰 질문법을 연구하고 연습해야만 할 때다.
글 _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