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인류가 ESG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위한  활동이 인류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ESG 경영을 도입해 전개하는 이유는 ESG 활동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ESG 등급을 잘 받아 투자를 원활히 유치하고 ESG 인증을 바탕으로 수출이나 거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부수적 효과다. 오히려 조직 운영의 측면에서 구성원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대단히 크다. 본 연재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각각의 활동이 조직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환경적 책임 활동이란?

현재 기업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ESG 활동은 환경적 책임 활동이다. 탄소 중립이라고 말하는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RE 100(재생에너지 100%)을 주로 떠올리는데, 탄소 중립은 직원이 할 일이 아니고, RE 100은 모든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환경적 책임 활동에서 이것부터 떠올리면 기업이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된다. 

환경적 책임 활동은 환경보호를 위해 기업이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환경적 성과를 개선함으로써 경제적 성과와 함께 환경 지속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활동을 말한다. 주요 활동을 보면 탄소 중립, 탄소배출 억제, 재생에너지 사용 등 기후 변화 대응과 폐기물 배출 관리, 자원 재활용, 에너지 효율, 환경적 생산 활동, 환경 법규의 철저한 준수 등 환경보호를 위한 기업의 노력을 말한다. 

기업은 환경적 책임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함께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이 환경을 위해 노력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기업의 생존 유지를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필수사항이라는 의미다.

환경적 책임 활동과 경영성과의 관계

환경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 기업은 매출, 이익 등 재무적 성과가 좋을까? 또는 기업의 외부적 평판, 고객과 구성원 만족도 등 비재무적 성과도 좋을까? 

많은 연구에서 환경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자기 회사의 경영 성과도 좋을 것이라는 응답했다. 친환경 제품 생산과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는 기업은 기업 이미지 뿐 아니라 신뢰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기준에 맞는 엄격한 환경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과 느슨한 환경기준을 채택한 기업을 비교한 연구도 엄격한 환경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연구에서는 환경적 책임을 하는 기업은 이미지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만 재무적 성과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오히려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2013년 프랑스 5,22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친환경 기업의 경영성과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높다는 대규모 실증연구 이후로 이렇다 할 반론이 없다. ESG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최근 5년, 폭발적 관심을 가진 2021년 이후 연구에서는 기업의 환경적 책임 활동은 경영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 관계가 있다는 데 반하는 연구결과는 없다시피 하다.

환경적 책임 활동과 조직만족, 조직몰입의 관계

환경적 책임 활동은 구성원의 조직만족과 조직몰입에 도움을 준다. 조직만족이란 구성원이 조직에 대해 갖는 긍정적인 느낌과 감정을 말한다. 조직몰입은 구성원이 조직과 조직의 목표에 헌신하는 정도를 말한다. 다수 직원이 조직만족과 몰입을 느낀다면 기업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 대표기업으로 미국의 의류회사 파타고니아(Patagonia, 1973년 설립)를 꼽는다.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하던 기업에서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가 됐고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기업 스스로 밝히듯 의류산업은 기후 위기의 원인이다. 의류를 생산하는데 너무 많은 직물이 사용되고 염색과 탈수 과정에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 기업은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미션을 실천하기 위해 유기농, 친환경 원단을 사용하고, 단순함과 기능성을 살린 오래 입는 옷을 생산하며 매출의 1%를 기부하는 등 비즈니스 전반이 환경적 책임 활동과 연계돼 있다. 게다가 2022년 9월 창업자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 4조 1,800억 원 상당을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반대 경우도 있다. 유해성 접착제로 의류를 부착하는 과정에서 임산부가 유산하는 등 많은 직원이 질병을 얻는 기업도 있다. 염색물을 빼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폐수를 방류하다 적발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노동부 조사를 통해 과징금을 받는 기업 또한 있다. 이 두 사례 기업 구성원의 조직만족과 조직몰입에 의미 있는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환경적 책임 활동과 구성원 간의 지지, 연대, 협력의 관계

환경적 책임 활동은 구성원 간의 지지, 연대, 협력에 도움을 준다. 기업에는 구성원에게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행동이 있다. 근태를 정확히 지키는 것, 회사에서 얻은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 것, 회사의 물품을 훼손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다. 

그런데 기업에서 구성원의 활동은 의무사항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행동은 아니지만,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공식적인 보상이 없이도 구성원이 조직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하는 일련의 행동이 있다. 구성원 간에 지지, 연대, 협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이라 표현하는 개념으로 동료를 돕고 조직의 발전이나 이미지 향상을 위해 행하는 모든 행동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제조회사 더바디샵(The Body Shop, 1976년 설립)은 ‘기업이 선(善)을 위한 힘이 될 수 있다’는 미션으로 출발한 회사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여러분이 지금까지 만났던 화장품 회사가 아닙니다’라며 ‘자연에서 나온 친환경 원료를 전 세계에서 윤리적으로 구매하고, 정말 합리적인 용기에 제품을 판매하고 사용자가 쉽게 리필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다. 또한 ‘결코 여성들에게 연예인과 같은 피부를 가질 수 있다고 약속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더불어 화장품 연구개발을 위한 동물 실험을 일절 진행하지 않음은 물론 다양한 환경보호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적 책임 활동이 자신들의 최우선 목표도, 후순위 목표도 아니며 자기들이 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스며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환경적 책임 활동은 구성원에게 자기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신념을 형성하게 한다. 기업과 구성원의 가치와 신념이 일치하면 구성원들은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기의 의무를 완수하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이른바 ‘결속력’을 증가시킨다. 결국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동료에 대해 지지, 연대하고 협력하려는 의지가 강해지는 것이다.

조직만족, 조직몰입과 지지
“연대, 협력은 환경적 책임 활동과 경영성과를 매개한다”

환경적 책임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면 구성원의 회사에 대한 생각과 구성원 간의 행동 변화가 중요한 매개역할을 해 경영 성과에 도움을 준다. 환경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 기업의 구성원은 조직에 대해 긍정적 생각과 헌신의 의지를 다지게 되고 구성원 간 지지, 연대, 협력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현재 대부분 기업의 ESG 활동이 특정 부서와 소수의 담당자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음을 증명한다. 구성원과의 공감대를 강화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ESG 교육이 도움이 될 것이다. 

글 _ 정진호 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