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성과 창출의 원동력 “몰입에 몰입하라”
팬데믹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조직’과 ‘일’에 대한 관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근로자들은 자신의 삶을 재평가하고 보다 더 보람 있는 일과 조직을 찾아 회사를 그만두거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더 이상 나쁜 리더, 불공정, 번아웃, 일의 의미 부족 등을 용인하며 참고 일하지 않으려 하게 됐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여주고, 인간적으로 존중하며, 일과 생활의 조화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조직을 찾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대퇴사 현상이 글로벌 사회에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국내 한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적극적 구직활동 중이라는 응답이 32%, 수시로 채용공고를 살피며 기회를 탐색 중이라는 응답이 58%에 이르렀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더 경쟁력 있는 급여와 혜택을 제공하며 인재를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금전적 혜택만으로 떠나는 구성원들을 잡을 수 있을까?
맥킨지 대퇴사 보고서에 따르면, 구성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조직 그리고 리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얻어지는 연결감과 소속감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퇴사한 구성원들의 절반 이상이 조직(52%)이나 리더(54%)로부터 자신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퇴사자의 절반은 조직의 일원이라고 느끼는 소속감이 부족했다(51%)고 응답했다.
이는 곧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인간적으로 대우받으며 인정과 보살핌을 받기 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구성원 경험을 만들어 내려면 조직과 리더들에게 과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해 본다.
구성원과의 관계 개별화
대부분의 조직과 리더들은 평가 보상, 복리후생 정책 등과 같은 조직 본위의 집단주의적 접근 방식을 통해 구성원과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대규모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 분명 유효했으나 이로 인해 조직과 구성원은 거래적 관계로 전락됐고 관계의 진정성은 희생됐다.
이를 만회하려면 오랫동안 간과돼 온 관계 개별화가 필수적이다.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개별화한다는 것은, 금전적 보상을 동기부여의 핵심인 것으로 정책화했던 기존과 달리 각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재적 동기와 연결해야 함을 의미한다. 금전적 보상을 할 때 그저 돈만 주면 되는 것이 아니고 내재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과정까지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동기-역량-성과-보상의 선순환을 명확히 인지하고 연계시키는 것이다. 사람이 동기를 갖는 데는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역량을 믿고 잘 발휘하는 경우, 그 자체가 즐거운 체험이 돼 내적인 동기로 연결된다. 그래서 보상을 받는 것은 당신이 역량을 잘 발휘해서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라고, 즉 보상이 역량, 성과라는 것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제대로 피드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될 경우 보상을 받는 것은 내가 역량이 있고, 가치 있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을 통해 일에 대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동기가 부여된다. 그저 막연하게, 열심히 해서, 회사가 수익을 많이 내서 보상한다는 것은 기분이야 나쁘지 않겠지만, 주는 만큼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적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상 개별화 경향의 심화, 개인주의의 팽배는 상호신뢰와 사회적 결속에 더 갈급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주변 동료로부터 인정받고 진정으로 협력적이라는 느낌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리더는 구성원 개개인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인정과 감사의 표시를 개별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례로, 모 대형 기술회사에서는 구성원들이 서로 메모, 이메일을 통해 감사를 표현하고, 보너스를 받을 사람을 지명함으로써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는 전 구성원의 과반 이상이 Employee Resource Group, 즉 구성원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해 가치를 공유하며 상호 간 연결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지금껏 해온 보상과 복리후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직 중심적이고 집단주의, 평균주의에 근간한 기존의 금전적 보상과 복리후생이 개별화되고 차별화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가 있는 구성원의 경우 헬스장 회원권 대신 가정 청소 서비스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자녀와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는 현장 보육 서비스에 투자하는 등 개인 상황에 맞게 차별화된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조직이 나를 온전히 케어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구성원 주도 성장 기회 제공
미래를 위한 진짜 보상은 성장이다. 구성원들은 자기 실력을 키워 미래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이미 사라졌기에 구성원들은 지속 가능한 고용 역량을 갖기 원한다. 이 때문에 회사가 성장의 기회를 얼마나 제공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간주된다.
어떤 면에서는 성장 기회를 당장의 연봉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다. 신입 직원일수록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여기에 들어 왔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그건 ‘이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을 통해, 또는 동료를 통해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는 성장감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내가 미래 지향적인 실질적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 준다.
또한 구성원들은 개인의 목적의식이 조직의 목적의식과 일치하기를 원한다. 구성원들의 잦은 이직이 일상화된 시대가 됐지만, 이러한 현상의 핵심원인은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몰입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고 싶은 욕구가 증대했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들을 일시적으로 머물다 가는 용병이 아니라, 조직의 영원한 파트너로 여기고 성장비전을 제시하며 역량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EY는 구성원들의 학습을 위해 이른바 구성원 경험 펀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펀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에게 학습 기회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과 성장을 조직 전체로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다.
가트너의 HR 담당자 카롤리나 발렌시아가는 “업무와 관련된 기술적 성장을 넘어 개인적인 성장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할 때 구성원의 성장 경험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사회봉사, 직업코칭, 외국어 등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면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정서적 웰빙 지원
정서적 웰빙을 느끼게 하는 핵심은 조직과 리더가 돈으로 자신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하는데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동기를 갖는 조건 중에는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이 있다. 외부의 어떤 압력보다 자기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결정하고 선택할 때 일하고 싶은 내적 동기가 일어난다.
그런데, ‘열심히 해라. 이런 식이면 인센티브는 없다’라고 하면, ‘아, 돈으로 나를 몰아붙이는구나’라면서 돈이 나를 통제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남들보다 보상을 적게 받지 않기 위해, 소위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려고 열심히 하는데, 이것은 진정한 내재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열심은 오래가지도 않고, 일이 잘 되게 하지도 않는다. 내가 받는 보상은 내가 결정하고 행동한 그 결과로써 받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구성원들의 정서적 웰빙은 가족과 깊은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족이 번아웃과 스트레스, 우울로 고통 받고 있다면 이는 곧 구성원들에게 직결된다. 구성원뿐 아니라 구성원 가족의 건강을 케어하고, 근무유연성을 제공해 번아웃을 방지하며, 정서적 회복력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리더는 구성원이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고,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상담시설 연계, 휴가사용 권장, 업무조정 등의 필요한 리소스를 제공해야 한다. 중동의 한 금융회사 마쉬레크(Mashreq)는 개인별 맞춤화된 웰빙을 지원하기 위해 가족, 재정 등 6가지 차원에서 구성원의 웰빙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이 세분화된 평가에 따라 회사에서 제공 가능한 복지와 연계해 구성원 맞춤형 정서적 웰빙을 제공하고 있다.
“구성원은 조직과 동반성장하는 유니크한 주체”
리더들의 인식 전환 필요
진정한 리더는 돈이나 자신이 가진 권위와 권한을 가지고 사람을 움직이지 않는다. 적어도 이것들을 리더십 발휘의 전부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구성원 속에 있는 동기를 살피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단계, 개인 상황, 삶과 일을 이끄는 동력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다양성을 진정성 있게 확인하고 그것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경영철학자 게리하멜은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 바 있다.
“예산도 권위도 없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달라. 그것이 리더임을 보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필자는 이를 ‘찐리더십’이라 표현한다. 찐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구성원들을 대체 가능한 성과달성 도구가 아닌, 유니크한 존재, 조직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리더들의 인식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글 _ 박정열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전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