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STUDY]

1. 최근 채용 실패가 늘고 있다던데?

여러 고객사 인사·채용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채용이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 순간이 있다. 채용은 예산뿐 아니라 모집부터 선발까지 여러 인력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채용 실패는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다.

채용 실패의 첫 번째 케이스는 ‘입사 후 조기 퇴직’이다. 필자의 회사는 채용대행 과업을 하는데, 근래 들어 초기 계약 규모보다 채용 인원이 늘어나는 등 과업의 규모가 더 커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고객사 사유를 들어보면 예기치 않았던 퇴직자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것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력들의 퇴사가 많다. 

젊은 세대들은 퇴사에 대한 결정이 매우 쉽고 신속하다. 게다가 조용한 퇴직(Quite Quitting) 역시 큰 부담이다. 정성껏 채용한 인재들이 의욕을 상실해 마음이 떠난 상태로 머물다 사라지는 경우, 기존 구성원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채용 실패 이슈는 입사 인력 중 일부가 조직 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다. 기존 구성원과의 협업과 융화 거부는 가벼운 사안이다. 선을 넘는 ‘갈등’을 불러일으키거나 갑질 이슈를 제기해 직원 간 고소고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입사를 시키지 않는 게 낫다는 사내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회사 리더급이 새로운 세대 전체를 오해하거나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조직 부적응자’를 채용 단계에서 파악하는 노력도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2. 채용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러한 채용 실패가 특히 근래 들어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다양해진 MZ세대의 니즈(Needs)

예전에는 넉넉한 급여와 후생 그리고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면 대개 만족하고 장기근속을 했다. 그러나 평생직장의 개념은 이미 허물어졌고 지금은 평생직무 시대다. MZ로 대표되는 젊은 구성원은 일단 재직하는 곳에서 본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면 굳이 오래 머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근무지 특성과 조직의 문화, 개인의 가치관과의 매칭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맞지 않을 경우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② 채용 인재상에 대한 인식 차이

‘어떤 인재를 선발할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수립해 채용을 진행하는 곳이 드물다. 채용을 잘한다고 이름난 기업의 경우에도 채용과 관련된 ‘인재상’이나 평가에 대한 ‘기준’ 정도는 있지만 보통 키워드와 개념적인 용어로만 정리돼 있어 면접관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다.

H사의 경우 ‘대인관계’라는 채용 인재상의 역량이 ‘발이 넓어서 여러 지인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사람’인지, ‘여러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인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곤 했다. 

H사 인사과장이 “채용, 특히 면접은 ‘쇳복’(운, 복불복)과도 같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 채용에 임하는 관련자들끼리 공통된 기준을 가지고 임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운에 좌우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어떤 면접관은 인재를 판단할 때 ‘인성’을, 어떤 면접관은 ‘인재상’을, 또다른 면접관은 ‘직무 경험’을 중요시 여긴다. 적절한 공감 과정 없이 진행된 면접 결과를 분석하다 보면 확실히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구직자들이 필기시험은 공정하다고 믿는 반면 최종 합격이 결정되는 면접 등의 결과에는 의구심을 갖는다. 어떤 면접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당락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③ 채용 주체의 공감 부족

채용 인재상을 잘 수립하고 서류, 필기, 면접전형 및 평가 기준을 잘 설계해 적절한 과제를 출제한 회사라 할지라도 정작 그것을 활용할 평가자나 면접관에 대한 공감 노력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인사담당자 대상 강의 때 잘 쓰는 장표가 있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인물이 누구인지 물어보곤 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외국인 감독이기도 해서 어지간한 축구 팬이 아니면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다음엔 손흥민 선수의 사진을 보여 준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둘 간의 인지도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인사담당자들은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든 감독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축구는 손흥민 선수 같은 플레이어가 하는 것이다. 채용의 플레이어, 주체는 평가관과 면접관이다. 그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해 인재를 선발한다.

인사담당자의 어려움 또한 충분히 이해된다. 채용에 있어 평가관 혹은 면접관은 대개 그 기업의 핵심인재나 고위직인 경우가 많다. 다들 업무에 바쁘고, HR 담당자의 컨트롤에 쉽게 응해 주지 않는다. 그들을 제대로 교육, 공감시키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인사담당자들이 적당히 타협하는 이유다.

3. ‘Right People에 대한 공감’ 중요

채용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Right People(딱 맞는 인재)에 대한 공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에는 ‘Best People(우수 인재)’을 선발해 적절히 배치해서 양성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의 인재상뿐 아니라 직무별로도 우리가 선발하고자 하는 타깃의 모습이 매우 다르다.

또한 전기했듯 개개인이 가진 니즈 역시 다르고 각자의 개성이 풍부한 시대다. 그들에게 획일적인 기준으로 ‘우리에게 맞추라’고 한다면 결국 퇴직자만 늘게 될 것이다. 기업에 필요한 ‘Right People을 정의’하고 이를 ‘평가자들에게 공감’시키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방법이 매우 유용하다.

① SME 인터뷰를 통한 사례 수집

채용 직무별로 SME(Subject Matter Expert) 인터뷰를 하면 매우 좋다. 가급적 인사담당자가 직접 근무현장에 방문해 SME들을 면대 면으로 만나 사례를 수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 현장에 가면 직무수행자가 근무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인터뷰어가 오감을 동원하니 파악되는 정보 또한 매우 입체적일 수 있다.

개념적인 설명보다 실제 사례를 듣는다면 인재상이 좀 더 명확히 파악된다. 앞서 의미가 불분명했던 H사의 ‘대인관계’를 ‘(불특정 다수가 아닌) 고객, 협력사, 지원 부서와의 원활한 관계 정립’, ‘쿠션 용어, 스몰 톡을 통한 아이스브레이킹’, ‘부담 없는 선물과 칭찬 멘트를 통한 관심 표현’ 등이라고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필자가 실시한 SME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SME 인터뷰를 위해서는 숙련된 인터뷰어가 필요하다. 준비된 질문지에 기계적으로 답을 수집하는 미팅에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SME들에게서 실질적인 내용을 끌어내기 위해 인터뷰어는 해당 직무에 대한 사전 학습뿐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사례를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SME의 답변에 대한 격려도 덧붙여야 한다.

SME 선정도 중요하다. 이름 그대로 해당 직무를 대표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여야 한다. 인터뷰이에는 입사한 지 2~3년 이내 젊은 직원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입사한 지 오래된 직원들이 갖기 쉬운 매너리즘이 없으며, 채용 타깃인 신입 직원들의 마인드에서 채용을 검토할 수 있다.

② 트렌드에 맞는 채용 전형 설계

우리가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과 명확한 직무기술서를 도출하면 그러한 타깃을 선발하기 위한 채용 전형을 설계해야 한다. 적절한 방식의 서류, 필기, 면접 전형을 선정하고 그에 걸맞은 과제도 개발해야 한다. 최근 경영 환경에서는 두 가지 정도의 이슈가 있다.

일단 지원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는 전형은 지양하는 것이 대세다. 실용적이고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채용 과정을 통해 해당 기업을 판단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지원자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력 직원을 선발하는데 불필요한 필기·인적성 검사, 지원자의 오랜 시간을 앗아가는 AI 면접, 합숙 등 집단 액티비티 면접, 직무·업무와 상관없는 MBTI 유형 요청 등은 빈축을 사고 있다.

취업난의 장기화로 채용시장이 상업화, 고도화, 전문화돼 있다. 따라서 인기 있는 기업의 전형은 그 파훼법이 금방 개발, 전파되곤 한다. S은행은 지원자가 특정한 물건을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면접을 선호했다. 그런데 몇 차례 해보니 똑같은 멘트로 판매하는 지원자를 여럿 경험할 수 있었고 이후 전형 방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자의 본래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형 방법을 1~2년 주기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③ 평가관/면접관 타깃의 각별한 공감 노력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서류전형 평가관과 면접관이 HR에서 준비한 인재상, 사례, 채용 전형 설계, 과제에 ‘공감’하도록 해야 한다. 채용 실패의 발생 유무는 여기서 갈린다. 전기했듯 채용 평가관들은 핵심인재, 고위직들이라 자기 색이 강한 인물이 많다.

그들을 어려운 인사 용어로 점철된 과도한 자료로 가르치려 들면 효과가 좋을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다양한 사내외 사례를 소개하고 그들의 평가 철학에 응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면접관 교육은 면접 직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채용환경 변화와 채용절차법 법제화에 따른 면접관 리스크(Risk)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며칠 간 하는 곳도 있다. 면접관 역시 본업이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집중해서 교육하고, 자격을 부여해도 오리엔테이션 내용을 잊기 쉽다.

따라서 면접관 교육은 같은 메시지를 부담 없이 다양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K은행은 ▲동영상 교육을 통해 사전교육을 하고 ▲오프라인 강사의 심화교육 및 ▲모의면접 실습을 하며, 면접 당일에는 ▲짧은 동영상과 ▲HR 담당자의 OT를 갖는다. 유사한 메시지(One Source)를 이틀간 5회에 걸쳐 부담 없이 다른 방식(Multi-Channel)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면접관 교육의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모의면접 실습’이다. 아무리 강사가 강의를 잘하고 면접관들이 공감한다 하더라도, 직접 실습하고 상호 피드백을 주는 방식만큼 훌륭한 것은 없다. 실제 면접관들이 면접을 하면서 자신의 표정, 태도, 말투에 대한 세심한 조언을 받게 되면 비약적으로 면접 스킬이 상승한다. 

특히 면접관의 자세는 지원자들에게도 확실하게 각인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단체 채팅방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 기업의 채용브랜드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긴장하기 쉬운 지원자들이 ‘면접포비아’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필자 제공
사진=필자 제공

면접관 교육의 콘텐츠는 보통 면접의 기본 스킬, 면접관 예의, 채용절차법과 관련된 면접관 리스크(Risk) 탈피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에 채용해야 할 ‘인재상과 평가 기준’이며, 이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채용공고, 직무기술서 정독도 필요하지만 SME 인터뷰 때 수집한 채용 직무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면 더욱 좋다. 채용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면접관이 사전 티타임 때 다른 면접관에게 직무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있다.

또한 금기 면접의 설계 취지, 과제 출제 의도, 평가 시 유의점을 인사담당자가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특히 전형 과정이 복잡할수록 평가 오류도 높아진다. 신입사원 채용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서류함 기법을 활용해 면접 평가를 한 모 회사는 짧은 OT 탓에 면접관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고를 겪고 말았다. 의도된 바와 전혀 다른 면접을 경험한 지원자들은 과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

4. Right People 공감 통한 J사의 채용 실패 극복 사례

필자의 고객사였던 J사 인사처장과 채용 관련 이슈를 심각하게 논의한 바 있다. J사는 전국 순환 근로가 약점이었다. 과거에는 군소리 없이 받아들였던 직원들이 현재는 여러 이유로 발령을 거부하고, 심할 경우 전직을 해 버려 걱정이라고 했다.

또한 입사한 인물 중 일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악용해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인사위원회를 이용하는 등 조직에 불화를 일으켜 우려를 자아내고 있었다.

2022년 J사는 여러 노력을 통해 과거 채용 실패를 어느 정도 극복한 듯하다. 면접관 선발에도 꽤 공을 들였고, SME 인터뷰를 실시해 사례를 수집해 전달했다. 면접관 교육 때는 모의면접을 활용해 역량을 높였다.

특히 과거 채용 시 조직 부적응자 이슈로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대처하는 전형 및 과제 그리고 그것에 면접관들이 집중하도록 하는데 각별히 노력했다. 그 결과 5개 다른 현업부서에서 ‘이번에는 정말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를 채용하느라 고생했다’는 감사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글 _ 엄명섭 (주)트리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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