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서코리아 HR Consulting]
■ 구성원의 주도적 마인드를 이끄는 HR 혁신
A사는 국내 Top Tier 패션기업이다. 주요 브랜드의 오프라인 패션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온라인 사업 활성화는 물론 F&B 콘텐츠, 부동산/금융 분야까지도 사업 확장을 추진하며 패션기업을 넘어 생활문화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경쟁기업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세도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왔다. 채널 고도화와 사업 확장, 시장경쟁력 강화 등을 다방면으로 추진하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업성장을 이끌어야 할 우수/핵심 인재들의 이탈마저 나타났다. 회사의 사업비전, 구성원 개인의 경력비전 모두 명확한 방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과를 잘 내면 좋은 보상을 받고, 조직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전반적 조직문화에서 불만족을 느꼈다.
이에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시도한다.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조직에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업의 특성에 맞지 않거나, 사업전략 추진에 저해가 되는 요인들이 있다면 과감한 개선도 추진하고자 했다.
■ Issue Finding : 위계적이고 안정 지향적인 문화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인사제도 운영 현황을 분석하는 한편, 구성원 인터뷰를 통해 내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현재의 조직문화와 인사제도는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들은 Top-down 방식의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수직적인 문화가 강했고, 소통 방식뿐만 아니라 성과관리에서도 일방적인 경향이 짙었다. 각 사업/조직의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해 합의하기보다는, 도전적인 수준의 목표를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식이었다.
공격적인 목표를 통해 성과향상을 ‘Drive’ 하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구성원들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인해 의욕을 잃고 있었다. 개인의 성과관리도 마찬가지다. 상호 협의나 소통, 피드백보다는 관리자는 일을 지시하고, 구성원들은 수동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성공적인 사업전략 추진을 위해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할 요인도 부족했다. 매년 성과급을 지급하나 소속 조직/브랜드의 실적에 따라 차이가 벌어졌다. 적자 브랜드나 신규사업에 속한 직원들에게 성과급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느껴졌다.
반면 흑자 브랜드에 속하면 개인별 성과나 역량이 부진해도 많은 성과급을 받는 프리라이더들이 있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동기부여보다는 어차피 안될 것 포기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구성원들도 많았다.
회사는 혁신과 도전을 추구하나, 전반적 조직 분위기는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다. 도전해서 실패하기 보다는 적당히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많았다.
계속된 도전으로 성공경험을 지속적으로 확장하자는 회사의 전략과는 달리, 구성원들은 도전에 대한 리스크, 이를 통해 가질 수 있는 보상 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전반적 보상경쟁력의 점검도 필요했다. 동종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보상수준이 전 직급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고성과자, 우수인재 대상의 보상기회나 제도적 지원도 타사 대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구성원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나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한다는 인식에, 성과를 잘 내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불만이 있는 상황이었다.
■ Solution : 사업가적 마인드 높이는 체계로
이에 보다 수평적이고, 역량과 성과를 중심으로 하는 HR 체계로의 변화를 추진했다. 구성원들이 업무적으로 대등한 관계에서 일하고, 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을 키우며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자 했다. 또한 구성원들이 성과에 몰입하고 이를 통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모습을 고민했다. 구성원 개개인이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지는 HR 체계를 지향했다.
① 역량 기반 레벨제 도입
기존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방식의 전통적 직급은 폐지하고, ‘매니저’로 호칭을 통일했다. 직급과 연공서열에 따른 수직적/위계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일’ 관점에서 모두 대등한 주체라는 인식을 주고자 했다.
대신 보유 역량/전문성을 중심으로 하는 ‘레벨제’를 새롭게 도입한다. 경력년수를 중심으로 하는 직급 상승이 아니라, 직무 전문성에 따라 역량레벨이 상승하는 체계다. 6단계 역량 레벨을 통해 구성원들이 지속적인 성장/상승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우수한 성과와 역량을 보인 직원일수록 보다 빠르게 성장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개인별 레벨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일하고 성장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
② 산업/직무 특성 고려한 평가
대부분의 업무가 시즌 단위(봄/여름, 가을/겨울)로 이뤄지는 패션업의 특성을 고려해, 반기평가를 도입한다. 실제 업무 주기에 맞춰 평가를 진행해 성과관리 실효성을 높이고, 구성원이 보다 적시에 성과리뷰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반기평가 결과에 따라 ‘평가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누적된 마일리지를 기반으로 역량레벨 상승/하락에 연계한다.
동료 간 협업평가도 시행한다. 기존에도 다면진단을 운영해왔으나, 같은 팀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했다. 새로운 협업평가에서는 소속에 관계없이 실제 업무상 협업했던 동료 모두가 협업평가의 대상이 된다. 단, 구성원들이 협업평가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최소 문항으로, 보다 직관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업무성과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특성에 초점을 둬, 동료 간 건전한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협업평가 결과는 평가마일리지와 함께 레벨 상승 심사에 활용된다.
③ 역량과 성과 중심의 보상
레벨제 도입과 함께 기본급과 연계한 새로운 보상체계를 도입한다. 레벨 단계를 기준으로 기본급 Pay Band를 설계해, 경력/연차보다는 실질적 역량수준이 개인의 처우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 이때 보상경쟁력 강화를 고려한 Band를 구성해, 역량/성과가 우수한 직원들이 업계 경쟁력이 있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연간 인상 방식도 레벨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기존에는 정률인상의 방식으로, 동일한 평가를 받으면 급여수준이 높은 직원일수록 기본급이 더 많이 상승했다. 새로운 체계에서는 Band 기준 정액인상 방식으로 전환한다. 동일한 레벨에 속한 구성원은 평가등급에 따라 동일한 인상액을 적용 받는다. 경력/연차에 따라 누적된 보상수준이 아니라, 현재의 레벨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를 강조했다.
반기평가와 함께 반기성과급의 체계로 변화한다. 시즌 단위 업무 사이클에 따라 평가받고, 이 결과를 토대로 반기성과급이 결정된다. 실제 업무 주기에 따라 적시에 평가와 보상을 받으며, 성과관리와 보상의 효과성을 높이고자 했다. 이때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기존 성과급은 소속 조직/브랜드의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좌우되는 경향이 커, 업무역량과 성과가 부족해도 소속에 따라 성과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새로운 제도에서는 개인성과의 영향력을 높인다. 소속 조직의 실적이 부진해도 개인의 역량과 기여도 수준이 높으면 기존 대비 많은 성과보상이 가능하다. 부진한 브랜드에 속해 있더라도, 내가 잘하면 많이 받을 수 있다.
■ 주도적 마인드를 위한 제도/체계가 필요하다
기존의 수직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를 깨고, 구성원들이 보다 주도적인 마인드로, 생동감 있는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변화 방향을 모색했다. 구성원들은 ‘어차피 회사는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때문에 보다 과감한 변화 시도가 필요했고, 직급 폐지와 호칭 통일, 레벨제 도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또한 내가 잘하면 더 많은 보상과 조직 안에서 성장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이러한 HR 혁신은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고, 새로운 비전 제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구성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기업이 많다. 주인의 마음으로 보다 업무에 몰입하고 주체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A사는 겉으로 드러나는 직급이 아닌 나의 역량레벨 상승에 집중하고, 충분한 성과를 냈을 때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를 지향했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이를 통해 나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이를 위해 주체성을 가지고 도전하고 몰입하는 ‘사업가적 마인드’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주인의식, 주도적 마인드를 강조하나 이는 하나의 구호일 뿐, 회사의 체계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구성원이 보다 주도적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게 하려면, 이에 맞는 제도와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구성원들의 자발적 몰입과 주도적 성장을 위해 어떠한 체계를 갖추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 _ 손송민 머서코리아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