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그들은 누구인가
은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 지인인 한 중견기업의 회장이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도와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오너와 연 락이 닿았고,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 인사팀장과도 통화가 됐다.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어떤 채용 사이트 를 활용했는지, 헤드헌터는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그 업 체의 이름과 담당 컨설턴트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했다. 다른 질문엔 특이사항이 없었는데, 헤드헌터 관련해서는 모두 잘 모르겠다는 답변뿐이었다. 문제가 있음을 감지했다. 질문 하나를 더 던졌다. “괜찮은 헤드헌터가 있다 면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고 인재를 찾는 작업을 맡기실 의향이 있습니까?” 당연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문성이 부족한 부분은 응당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특히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후보자 중간에서 ‘게이트 키퍼(Gate keeper)’ 역할을 하는 헤드헌터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하나의 채용절차처럼 인식될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그 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헤드헌터는 기업 고객들의 채용 의뢰를 받아서 인력시장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검증된 인재들을 찾아내서 고객들에게 추천을 해 주고 주로 채용이 성사되었을 때,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들을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고, 국내에서도 이제는 대 기업, 중견기업을 넘어 정부 산하기관 공직자와 대학의 보직 교수 채용 시에도 헤드헌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재전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이기에 기업과 인 재를 연결하는 헤드헌터라는 에이전시의 역할을 어떤 형태로든지 진화하며 지속될 것이다. 그들은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인가?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의뢰하는 기업이 그들의 실상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소명감과 보람을 갖고 이 업(業)을 진행하는 전문 컨설턴트도 많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무늬만 헤드헌터인 사람 역시 많기 때문이다.

헤드헌터 감별법
최적의 헤드헌터를 찾는 것만큼이나 만나서는 안 되는 헤드헌터를 감별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 범해서는 안 되는 실수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먼저, 고객사의 외견상 까다롭고 디테일한 요구사항에 명확한 논리 없이 그 조건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한다면 일단은 그 실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서비스 보증기간은 자꾸 짧게 가져가려고 하면서 자신들은 인재채용 활동에만 집중해야 성공률이 높다고 말하는 업체가 있다면 이 또한 피해야 할 대상이다. 헤드헌터는 기업에 인재를 추천해서 채용이 된 이후에도 그들이 채용한 인재가 잘 근무하고 있는지도 신경 써야 한다. 아니, 근본적으로 쌍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연결해주면 그 위험은 사라지게 되는 법이다. 그럼에도 그 후보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 그 사람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 일정기간 내에 받았던 수수료를 돌려주든지 동급의 인재를 다시 충원해 주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려는 업체가 있다. 이를 조심해야 한다.

또한 현재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성공에 집중하기보다는 자꾸 담당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에 더 치중하거나 다음 오더나 ‘턴키(turnkey-based)’ 오더까지 내심 은연중에 욕심을 내는 업체들이 있다면 이 역시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객사의 비즈니스나 시장의 현황에 대한 이해력 부족을 빈번히 드러낸다면 계속해서 그 업체를 사 용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다. 거기에 제대로 된 후보자 보고서나 평판조회 보고서가 없거나 부실하다면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정리하면, 고객의 입장에서 비즈니스를 폭넓게 이해하고 고민을 나누려고 하기보다는 단순히 사람 한 명을 충원하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헤드헌터는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러한 ‘만나서는 안 될 헤드헌터’를 감별하려면 인사 실무자도 안목을 키워야 한다. 우선 할 수 있는 작업은 헤드헌팅 업체 자체의 평판을 조회하는 것이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주요 클라이언트 명단과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담당자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프로젝트명까지 는 알기 힘들 수 있겠지만, 클라이언트가 누구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는 비즈니스 관련 지인에게 검증된 업체를 소개받는 것이 안전하다. 필자는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검증된 경험 많은 컨설턴트에 의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더러는 믿을 수 있는 인사전문가들 모임에서 현직 실무담당자에게 소개받기도 한다.

이와 함께 기업 담당자의 전향적인 마인드 세트도 필 요하다. 헤드헌터들을 단순히 하청업체 정도로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들을 잘 활용해서 기업의 브랜드 홍보대사나 시장에서의 지지자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충분히 정보를 주고, 교육시키고, 단순히 사 람만 빨리 찾아달라는 요구는 지양해야 한다. 헤드헌터를 선정하기까지는 숙고하고 신중히 결정해야 하지만, 일단 일을 맡겨볼 만하다는 확신이 서면 그 때부터는 그들이 성과를 잘 낼 수 있도록 장기적 관계의 파트너처럼 ‘양성’ 을 해내야 한다. 지속적인 체크와 적절한 긴장감 조성은 필요하지만 정확한 시장 상황파악도 없이 그저 기대한 시간 내에 흡족한 후보자를 데려오지 못한다고 해서 조바심에 중구난방으로 여러 업체에게 동일한 오더를 내리는 것은 피해야 할 큰 실수 중의 하나다. 다수의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이다. 검증된 자료도 없이 막연히 다다익선이 좋을 것 이라는 믿음에서 이런 접근을 한다. 전수조사를 해본 적은 없으나 대략 국내의 20여 개의 톱 클래스의 헤드헌팅 업체의 대표 컨설턴트들에게 한 가지 동일한 질문을 던져 본적이 있다. 만약 어떤 클라이언트가 이미 여러 헤드헌팅 업체에게 인재를 구해달라는 오더를 주고 당신 회사에게 또 다시 동일한 오더를 준다면 이 의뢰인의 요청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용의가 있는가하는 질문 이었다.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최선을, ‘사력을 다하겠다’는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점을 국내의 기업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등 유수의 다국적기업에서 인 사총괄임원으로 근무할 때 필자는 한국지사 대표이사와 미국 본사의 최고경영자나 아시아태평양 본부의 최고경영자의 방문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꽤 있었다. 미국 본사의 주요 인력이 한국을 방문할 때 종종 요구하는 의제가 시장의 핵심 인재와 한국 노동시장 현황을 브리핑해달라 고 하는 것이었다. 이 때 필자는 한국 시장의 실력 있는 헤드헌터를 대동하고 시장 브리핑을 요청한 적이 적지 않다. 워낙 시장에는 별의별 헤드헌터들이 득세하고 있고,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기에 헤드헌터의 존재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최고경영자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멀리하기보다는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기업을 돕는 파트너로 변신시키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접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1차적으로는 우리가 필요한 최적의 인재를 찾아 주는 존재로 그리고 그 단계를 넘어서는 때로는 기업이 놓치는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외부의 비즈니스 파트너의 역할까지 말이다.  


글_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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