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 TREND - 영국]
스킬 기반으로 조직이 바뀐다는 것은
스킬 기반으로 조직이 바뀐다는 것은 조직/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직원들의 스킬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난 호에서는 스킬 기반의 조직(Skill-Based Organisation, SBO)이 어떤 개념인지 살펴보았고, 그 특징은 무엇인지, 스킬 기반의 조직으로 변화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인지, 또 글로트(Gloat) 기업 사례를 통해 유니레버(Unilever), HSBC, 네슬레(Nestlé), 마스터카드(Mastercard)와 같은 기업들에 스킬 기반의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더 돕기 위해 에이트폴드(eightfold.ai)라는 기업에서 스킬 기반의 조직을 어떻게 서비스하고 구축하고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사례를 한 차례 더 소개함과 더불어, 스킬 기반으로 조직으로 변화시키고자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겠다.
케이스 스터디 - 스킬 기반의 HR 솔루션: eightfold.ai
에이트폴드(eightfold.ai)는 직원 후보자를 채용하는 것부터 직원 유지 및 관리까지 인공지능(AI)을 통해 해당 직원의 인재 수명주기를 관리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HR 솔루션이다. 에이트폴드가 제공하는 주요 기능에는 채용, 직원 프로필, 셀프 서비스 포털, 학습 및 개발, 360도 피드백, 이력서 구문 분석, 인터뷰 일정, 채용 페이지, 이메일 템플릿 등이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서비스가 스킬(skill) 기반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각 직원의 스킬 측정 뿐만 아니라 인증, 또는 직무의 전환에 따라 필요한 리스킬링에 대한 것들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스킬 기반의 접근은 채용 및 평가, 인재 유지 전략 등에도 모두 연계되어 있어 해당 기업이 스킬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에이트폴드를 통해 스킬 기반의 HR 및 조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다음의 특징을 갖는다.
1. 경력관리(Career Planning)
스킬 기반으로 직원에게 적합한 ‘맞춤형’ 경력 커리어 경로를 제안한다. 해당 직원의 스킬을 다른 여러 요소, 즉 프로젝트, 학습 프로그램, 멘토, 관심사, 직무경험 등과 결합하여 직무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해진 커리어 경로가 아닌, 직원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커리어 경로를 제안한다.
2. 스킬 개발
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떤 스킬은 그 중요성이 줄어드는 반면, 또 다른 스킬은 새롭게 익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직무별로 필요한 그리고 필요할 스킬을 정의하고,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나 학습코스를 제안하는 것 역시 스킬 기반의 접근법의 장점이다. 직원 개개인별로 맞춤형 스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스킬을 개발할 수 있게 한다.
3. 내부 인력이동 및 인력재배치
Internal Mobility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특히 조직의 규모가 큰 경우,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더 적합한 프로젝트나 업무에 직원을 연결 배치하기 위해 내부 인력이동 시스템이나 HR 정책을 갖춘 기업들이 있다. 이때, 스킬 기반의 판단과 매칭은 조직 내 공정성을 더할 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새롭게 런칭하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스킬을 어떤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함으로써 TFT를 구축할 때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직원 입장에서도 자신의 스킬과 관심사를 시스템에 등록된 프로필에 공개 어필함으로써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관리할 수 있고, 이 역시 조직 내 인력 재배치를 유도한다.
4. 탤런트 마켓플레이스(Talent Marketplace)
많은 이들이 이 개념을 내부 인력시장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위의 3번째 언급한 항목과 같은 개념이 아닌가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완전히 별개의 개념은 아니지만, 탤런트 마켓 플레이스는 단순히 조직 내 인력 시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는 ‘직원 관점의 기회’에서 시작한다. 즉 직무, 프로젝트, 각종 TFT와 같은 업무, 다른 동료들과의 관계, 개인 성장 및 만족도 등을 함께 고려하여 직원 몰입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5. 승계계획
승계(succession)라는 단어가 한국어 맥락에서는 무언가 리더와 같은 중요한 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의미하는 어감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이는 모든 업무에 대해 후임자에게 과업을 넘겨주는 개념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적합한 후임자를 선택하고 발탁할 때, 개인 간의 네트워크나 관계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각 직무에 필요한 스킬을 정하고 이에 걸맞은 스킬을 보유한 직원을 탐색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더 나은 승계 계획을 준비할 수 있다.
스킬 기반의 조직 변화 시작은 스킬이 아니다!?
스킬 기반의 조직(Skill-based Organisation) 실행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은, 아주 당연하게 그 첫 단추로 조직 내 직원들의 스킬을 데이터베이스 작업화하는 것을 떠올린다. 물론 이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조직에 필요한 스킬, 활용하고 있는 스킬, 그 가치가 점차 상실될 스킬 등 전체적으로 어떤 스킬이 있는지를 리스트업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킬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스킬을 취합하고 리스트업하는 것은 스킬 기반의 조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첫 번째로 우선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다.
스킬 데이터 구축은 사실 ‘스킬’이 아닌 다음의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당신의 직무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당신이 일을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즉, 각 직무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의 활동이 세분화되어 해체되어야, 비로소 그 활동과 연관된 스킬을 매칭할 수 있다. 이렇게 직원들의 스킬이 아닌 활동을 직무 단위별로 해체하는 과정을 전문용어로 잡 디컨스트럭션(Job Deconstruction)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을 통해 향후 기술에 의해 자동화될 수 있는 직무별 태스크(task)를 재정의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새롭게 필요한 스킬(skill)도 리스트업 할 수 있다.
스킬에 앞서, 직무 활동 조사/분석의 필요성
- 향후 자동화가 될 것인가?
직무의 자동화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림 2]는 이 3가지 측면을 도식화한 것이다.
첫째, 우리가 각 직무를 활동(태스크; Task) 단위로 구분하게 되면 그것이 반복적인지 아니면 변동성이 있는 과업인지에 대한 여부
둘째, 개인 독립적인 활동인지 아니면 타인과 상호협력 소통하면서 하는 활동인지에 대한 여부
셋째, 육체적인 활동인지 정신적인 활동인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업이 반복적이고/독립적이며/육체적일수록 점차 기술 및 기계에 의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스킬을 재정의하는 과정에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활동에 대한 스킬은 점차 그 필요성과 니즈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조직 내에서 채용, 배치, 보상, 교육 등 HR의 전 영역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스킬을 논하기 앞서 직무 활동을 해체한다는 것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위에 언급한 기준을 토대로 직무 활동을 해체하는 작업을 선행한다는 것은 다음의 [표1]과 같이 직원들의 활동을 먼저 취합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굴착 및 시추 작업을 하는 드릴공을 예로 들어보자. 이 직무를 하는 사람의 활동은 여러가지가 있다(표1의 2열).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필요한 혹은 직무의 성과와 연결되는 기준이 별도로 있다(표1의 3열). 각 활동은 [그림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반복적-변동적(가변적)’, ‘개인적-협력적’, ‘육체적-정신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러한 활동(task)이 현장에서 이뤄지는지 혹은 원격으로도 가능한지도 조사 가능하다. 표에는 삽입하지 않았지만 해당 활동(task)의 소요 시간이라든지, 또는 해당 직무에 특히 민감한 요인이 있다면 그러한 부분도 추가 변수로 하여 삽입할 수 있다.
이러한 조사 과정이 이루어진 후에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를 통해 관련 스킬을 조사하고 매칭해야 의미가 있다. 스킬 기반의 조직 변화를 도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나, 조직 내부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직무 활동에 대한 조사로 먼저 접근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일단 어떤 스킬들이 있는지 나열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철저히 ‘기업관점’이 아닌 ‘직원관점’으로 접근해야
HR 분야에서 자주 언급하는 대명제로 “The right people are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이 있다. 이 문장은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장소와 적합한 때에, 즉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을 자원(resource)으로 간주하고 활용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소비되는 자원을 최소/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SBO 방식으로 조직이 ‘제대로’ 변화하려면 위와 같은 접근 방식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The right people are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은 철저히 기업관점의 명제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전통적으로 직원을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원으로 이해하고 이들의 역량과 에너지를 최대한 발휘하여 비즈니스에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 왔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대부분 그러하다. 하지만 최근 이런 관점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직원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면, 단순히 도구나 자원인 것 마냥 활용하는 객체(object)로 여겨서는 안 된다. SBO의 배경에 ‘공정성’이 중요한 가치였듯이, 스킬 기반으로 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시도하는 모든 과정의 관점이 ‘기업 중심’이 아니라 ‘직원 중심’이어야 한다. 앞서 스킬셋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떤 스킬들이 있는지 먼저 리스트업하고, 이를 카테고라이징하는 작업은 ‘관리를 쉽고 평이하게 하기 위한’ 전형적인 기업 중심적 관점이라 볼 수 있다. 반면, 번거롭지만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에 연관된 행동 과업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화 및 대체 가능 여부를 확인하면서 적합한 스킬을 매칭하는 접근은, 철저히 직원 중심으로 시작하는 관점이다. 비록 직원 중심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수고는 많이 들지만, 그 결과물의 쓰임이 분명하다. 조직의 맥락과 직원들의 행동 패턴이 가장 기초 단계부터 반영된 상황에서 구축하는 스킬셋이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표준화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결과물과는 질적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하단의 [표 2]는 기업 관점의 질문들과 직원 관점의 질문들을 예로 보여준다. HR은 언제나 적합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관점에 매몰되어 이러한 방식에 집중해 왔지만, 직원들은 결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HR은 HR 관점의 질문이 아니라 직원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접근해야 한다. HR이 하는 질문은 관리와 운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의 필요와 니즈를 서비스하는 것들로, 그리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들로 구성해야 한다.
스킬 기반의 조직 변화는 곧 가능성(potential)이다
HR에게 스킬(skill) 기반의 접근은 곧 가능성(potential)이다. 지난 과거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로 표상되는 프로덕트에 집중했으며, 현대에 이르러 이를 통한 성과를 극대화하고 효율/효과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바라봐야 할 시선은 스킬 기반으로 만들어 나가는 조직의 가능성이다. 더 면밀하게, 더 공정하게, 더 투명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그리고 직원들의 관점을 근간으로 시작하는 접근 방식의 전략에는 스킬 기반의 조직이 맞닿아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우리는 어떻게 가시화하고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다음 호에서는 스킬 기반의 비즈니스 전환으로 어떻게 수치화하여 성과 증명을 할 수 있을지, 어떤 관련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 주요 참고문헌
- Jesuthasan, R. & Boudreau, J. (2018). Reinventing Jobs: A 4-Step Approach for Applying Automation to Work
- eightfold.ai (2023). How to build an agile workforce with a skills-driven approach
글_이재진 영국 리즈대학교 HR Analytics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