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STUDY]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 한다. 예로부터 “친구 세 명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친구’란 ‘진정한 친구’, 즉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눈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를 말할 것이다. 관련하여서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고사성어도 있고, “진실하고 좋은 친구 한 명은 만 명의 친인척보다 낫다”라는 격언도 있다. 과연 지금 세대들에게도 이러한 ‘가까운 친구’가 정답일까?

Weak Tie? 그게 뭐지? 필자가 MBA에서 ‘조직행동론’을 공부하던 시절, 교수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앞서 언급한 친구의 경우는 ‘Strong Tie’에 속하는데 그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며, 오히려 대략 아는 사이에 불과한 ‘Weak Tie’가 좀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애인이 없는 친구에게 누구를 소개할 때 절친의 경우는 너무 가깝기 때문에 적당한 사람을 소개해 줄 수가 없지만, 어쩌다가 만나는 사이인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인재 POOL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은 파트너를 소개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늘 나에게 진심이고 나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보다, 그럭저럭 아는 사이인 SNS상의 지인이 더 유용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가족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사람 사이에 적절한 거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은 놀랍게도 ‘Strong Tie’의 대명사인 가족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오래전 필자가 인사과장으로 전사 인사발령을 담당했을 때 불미스럽게도 ‘인간백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적이 있다. 당시 사내 결혼이 예정된 커플이 같은 사업부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이들의 결혼계획을 모르던 필자가 그중 한 명을 지방발령을 내버린 것이다. 주위에서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신혼부부를 멀리 찢어 놓을 수 있느냐며 농담 섞인 놀림이 있었고, 필자는 졸지에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사담당자의 오명을 썼던 적이 있다. 그 일 이후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 한 후배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친구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는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회사의 ‘배려’로 지금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백정’이 아니라 ‘배려’라고? 그 친구 이야기로는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가 될 수 있다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부부가 매일 붙어 있으면 싸우다가 이혼까지 하기 쉬운데, 주말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만 보니까 다툴 일도 없고, 오히려 정이 더 돈독해진다는 게 이유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인식이 바뀌었다. 특히 최근에는 가족끼리도 적절한 거리, 그리고 존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부모자식 간, 형제간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했듯이 부부간에도 그렇다. 역시 이와 관련된 과거로부터 내려온 격언도 있다. “Familiarity breeds contempt - 익숙함은 경멸을 낳는다” 그렇다면 직장에서는 어떠할까?

평가자 교육 때, Quiz! 필자가 평가자 교육을 할 때 리더들에게 내곤 하는 퀴즈가 있다. “최고의 시어머니는?”  교육을 듣는 이들의 답변으로, 대개 “며느리를 잘 이해해 주는”, “재량권을 충분히 주시는”, “용돈 많이 주시는” 등등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고약한 농담 섞인 정답으로 “하늘에 계신 시어머니”라고 이야기하게 되면 모두 크게 웃으면서도 씁쓸해한다. 그렇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며느리에게 잘해도 며느리 입장에서는 한없이 어려운 존재일 뿐이고, 그냥 안 계신 게 편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상사는?”이라는 질문을 이어서 하게 되면 그제서야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한다. 회식을 할 때 눈치 없이 좇아가기보다는 법인카드를 주면서 “맛있게들 먹어.” 하는 상사가 최고인 이유가 있다. 어떤 목적을 위해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상하관계에 있는 리더와 구성원 사이는 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평가자는 피평가자와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할 때가 많다. 사자와 토끼는 친구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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