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성장이 멈춘 시대, 성과관리를 말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골머리를 앓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과관리 즉, 평가이다. 어떻게 하면 같은 노력과 자원을 투입해서 최고의 아웃풋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오랜 염원과 더불어, 여기에 수반되는 환경적인 복잡한 요소들로 인해 다양한 성과관리 솔루션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과관리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복잡한 숙제이다.  성과를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인에게 상이나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은 1900년대 초 프레데릭 테일러에 의해 과학적 관리기법이 소개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테일러의 업적은 작업자의 업무에 있어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한 공장에서 작업자의 일을 감독하던 엔지니어 출신의 테일러는 노동자 한 명이 하루에 표준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을 결정해서 기본급여로 책정했다. 또, 그 이상을 생산한 노동자에게는 더 많은 급여를 주는 시스템이 조직의 생산성 증대에 큰 기여를 한다고 주장했고 당시 많은 사람의 공감과 지지를 얻게 된다. 여기에 1920년 엘튼 마요라는 학자에 의해 인간 작업자는 기계와 성과를 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며, 일에 대한 관심, 조직/동료에 대한 소속감 등이 그 사람의 성과를 결정하는데 더욱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알려졌다. 나아가 이는 성과관리에 있어서 “왜 일하는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 이에 더해 피터 드러커는 “MBO: Management by objective”라는 경영원칙을 알리면서 기업은 구성원 각자에게 본인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 주고, 구성원은 달성을 위해 스스로 세부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이라는 것을 설파했다. 이로써 연초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이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는 성과관리의 체계가 갖추어지게 된다. 이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방식의 장단점, 정성적 지표와 정량적 지표의 효과성에 대한 논의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나아가 IT툴의 활용으로 평가시스템은 인사체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로 자리잡게 되었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에 대한 이해 (“왜 일하는가?), 회사의 전략과 연계된 명확한 개인 목표(“무엇을 달성할 것인가?”), 그리고 달성을 위한 각 구성원의 노력(“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으로 구성되는 성과관리 시스템은 개념상 완벽한 체계이긴 하나 여전히 많은 조직에서 소수의 성공 사례와 대부분의 그저 그런 혹은 실패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영환경과 구성원 인식이 워낙 역동적이고 다양하다 보니, ‘계약’과 같이 일정 기간 안에 목표를 설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듯하다. 매일매일 바뀌는 세계 정세는 경영환경에 있어 여러 위기 요인과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고, 연초에 수립한 목표는 1분기만 지나도 의미 없는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대하고 복잡한 조직구조하에 애써 수립한 연간계획을 재수정하여 구성원들과 이를 소통하는 프로세스는 그야말로 가성비 제로의 활동일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연말에 구성원 개인에게 통보되는 (혹은 통보조차 되지 않는) 평가결과는 주로 긍정적인 경험이라기보다는 구성원의 동기를 저하시키고 조직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증가시키는 고약한 경험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과평가는 조직이 일정 기간 (주로 1년) 개인이 기여한 활동과 성과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면서 발전의 기회를 찾아가는 중요한 연중 경영활동이자 리더십 행동이다. [그림 1]은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인 콘페리가 전세계적으로 진행한 수만 건의 구성원 몰입도 조사 설문 중, 성과에 대한 직속상사의 역할에 대해 고성과자 직원과 평균 이하 성과자 그룹 간의 긍정응답률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즉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을 지원하고, 구성원에게 적절한 성과관리 코칭을 제공할 때 해당 구성원의 성과는 고성과로 발현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매니저라면 이쯤에서 ‘나는 없는 시간 쪼개가며 부서원들에게 성과 개선을 위한 코칭을 하고 있는데 왜 성과가 개선될 기미가 안보이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많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대다수의 팀장과 부서장은 격무에 쫓기면서도 부서원에 대한 코칭이나 피드백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매니저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정확한 의도로 전달되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성과관리 명목의 코칭과 피드백이 어떤 장소, 어떤 시간대에, 어떤 톤과 매너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매니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꾸지람, 잔소리, 취중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피드백의 타이밍 밀린 숙제하듯 연말에 이뤄지는 성과평가 면담은 당사자의 성과개선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그저 앞으로 받게 될 평가결과에 대한 일종의 사전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불과하다. 구성원의 성과개선에 목적을 둔 피드백이라면 매니저가 구성원의 일상에서 탁월한 행동을 했을 때, 혹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관찰되는 시점에서 가급적 즉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가장 선명한 상태에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고 받아들이는 구성원의 입장에서도 보다 객관적으로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다.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상사의 면담 요청이 주로 안 좋은 일을 통보하는 경우로 받아들이므로 어떤 이벤트가 진행된 이후에 잡는 면담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보통은 2~3주에 한 번씩, 짧게는 10분 정도라도 규칙적인 면담 일정을 잡아 두고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서 그때그때 당사자와 잘하고 있는/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상대방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사로서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에 대해 쌍방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업무보고를 받다가 갑자기 주는 피드백이나 식사자리에서 취중진담이라고 하며 꺼내는 대화는 상대방에게 유용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방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시간대와 장소를 선정하는 것도 피드백을 전달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일방향 아닌 쌍방향 소통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려지는 드라마나 책 속에서의 등장인물은 누가 악인이고 누가 착한 사람인지가 대체로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현실 속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 잘못된 의도를 가진 경우는 드물다. 매니저의 입장에서 기대 성과가 나지 않는 구성원에 대해 일차적으로 파악해야 할 부분은 해당 구성원이 본인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요즘 본인이 수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떤 부분에서 본인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어떤 부분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지난번 작성하고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라는 개방적인 질문을 통해 좀 더 구성원의 현재의 마음상태를 파악하고 이해를 통해 상사와 구성원 간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피드백의 중요한 역할이다. 매니저가 “나는 이렇게 생각해”와 같은 성급한 결론을 내버린다든지 “어떻게 일을 그렇게 할 수 있지?”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론이 먼저 나와버린다면 당사자의 행동교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피드백을 줄 때 본인과 구성원 중 누가 더 말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 보자. 대화의 반 이상을 매니저 본인의 이야기로 이끌어 나간다면 피드백이 아닌 잔소리가 되어 버린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더라도 정적을 두려워하지 말고 상대방이 말을 꺼낼 수 있는 시간과 인내를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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