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소환한 HR 역할, 지금은 HRBP 시대
HRBP(HR Business Partner)는 회자되는 것에 비해, 실제 국내 기업에선 좀처럼 운영되고 있지 않은 HR 기능이다. HR의 궁극적 목표가 역량 확보를 통한 사업 성공이라면, 사업목표와 사업방식에 특화된 인사관리가 핵심 성공요인이다. 다시 말해, HR과 사업, 즉 비즈니스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주 역할과 책임이 있는 포지션인 HRBP가 핵심 성공요인인 셈이다. 글로벌 유수 기업들의 HR Governance나 조직도를 보면, 예외 없이 HRBP 포지션이 존재한다. 사업별로 존재하는 경우가 흔하나, 때에 따라선 상품별 혹은 지역별로 존재한다. 그러나 결국, 특정 지역에서의 사업이 특수성을 가지거나, 특정 상품이 매우 규모가 큰 경우에는 지역별 혹은 상품별로도 존재함으로, 결국 사업특성 단위에 따라 존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의 경우를 보면, HRBP가 필요한 대기업이나 복합사업기업의 경우도 해당 포지션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포지션 명칭이 HRBP가 아니지만, 해당 사업조직이나 사업장 내 현장에 특화된 HR운영과 빠른 대응을 위한 이른바 현장인사담당자(On-site HR)가 존재하긴 한다. 그리고, 이를 이유로 자사는 HRBP 포지션도 존재하고, 기능도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엄연히 현장인사담당자와 HRBP는 다르다. 즉, 필자가 보기엔 국내 기업에 체계적이고 진정한 HRBP가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는 극소수나 거의 없다. 필자가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HRBP의 역할과 책임, 이에 맞는 역량과 경험을 생각해 보면, 필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갈 것이다. 첫째, HRBP의 핵심 책임은 해당 사업부문리더가 사업을 영위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인재를 확보, 유지, 개발하는 것이다. 즉 사업부 역량확보와 개발의 1차 책임자이다. 해당 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사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도출하고, 사업부가 이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얼마나 기존 역량의 추가적인 확보 혹은 새로운 역량의 확보가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사업부에 특화된 인재 충원 및 육성에 대한 관점과 전략적 방향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장인사운영 포지션이나 기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사업부 내 인사는 현장운영이나 노무관련 업무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CEO Agenda를 HR화 하여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중장기 전략적 방향과 로드맵을 그리는 역량이 미흡하다. 따라서 이런 포지션을 HRBP라 하기는 어렵다.
둘째, HRBP의 핵심 역할은 사업부와 HR COE(Center of Excellence)의 연결이다. HR COE를 국내 기업의 맥락으로 표현하자면 본사HR조직, 혹은 본사HR기획조직이다. HRBP는 사업부 사업리더들의 사업전략이나 사업환경변화에 대한 인풋을 청취하고, 이를 대입하여 사업부 내 역량과 인재의 상태를 점검한 후, 개선방향을 상향식으로 본사HR에 잘 설명하고 알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인사제도기획이나 운영 전문성을 가진 본사HR이 해당 사업부에 더 적합한 제도의 개선안이나 운영의 개선안을 입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역할이 그치지 않고, 본사HR이 제안한 제도적/운영적 개선안을 다시 사업부리더에게 수긍이 가도록 설명하고, 사업부리더가 관련하여 해야 할 일 및 지원하여야 할 일을 도출하여 결정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개선과 변화의 실행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도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만, 이는 주로 현장 직원들의 불만이나 분위기 파악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해당 사업부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분석, 그리고 사업리더의 전략적 고민 등이 상시 체계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인사제도나 운영의 변경과 개선은 본사HR주도의 하향 일방향적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현장에선 그냥 지시를 이해하고 수용하여 실행하는 역할만 주어진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늘 개선과 변화에 큰 잡음이 따르며, “현장과 동떨어진 안이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의미의 HRBP가 활성화된 조직이라면, 사업부의 HR 관련 인사이트가 먼저 본사에 전달되고, 본사HR에선 그룹으로서 타 사업부와의 균형이나 본사 전체 재원 등을 고려하여 수용 가능한 안을 HRBP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는 쌍방향적인 개선과 변화가 진행된다.
셋째, HRBP는 사업부 출신 중견급이 맡는 경우가 많다.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적어도 VP 이상에 해당하는 포지션이다. HRBP의 핵심은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도이다. 따라서, 사업부 내 조직관리에 탁월한 역량과 성과를 보인 중간관리자급 인재를 본사HR에 파견하여 HR기획역량을 기본을 갖추게 한 후, 이후 이들 인력이 다시 사업부로 복귀하여 HRBP 스텝 역할을 수행하다 HRBP 리더가 되는 과정으로 육성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임명된 HRBP들은 사업부리더와 쉽게 대면 가능하고 말이 통할 뿐 아니라, 본사HR과도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에선 HRBP가 사업부리더와 대등한 관계인 경우도 많은데, 사업부리더의 조직인재관리 관련 컨설턴트이자 코치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또한. 사업을 잘 알고, 인사분석과 기획의 기본능력을 갖춘 시니어이기 때문에, 본사HR의 지시를 받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사업부 인력운영과 인사제도관련 이슈를 본사에 선제적으로 제기하며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일례로 글로벌 선도테크기업 M사의 경우, 각 사업부 소속 HRBP 규모가 800명이상이고, HRBP 헤드급은 대부분 VP 이상의 포지션이다. 그리고 HRBP들은 Talent Management(인재관리), HR Consulting(인사제도나 운영개선안 마련), Employee Relations(노무관리) 3가지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변화나 개선방안 마련에 깊이 관여한다. 이 회사의 경우, 일종의 본사HR이라 할 수 있는 HR CoE(Center of Excellence)조직도 매우 잘 갖춰져 있다. 그렇지만 HR CoE는 (1) 전사차원의 시너지 전략 실행에 필요한 보다 장기적 인재확보와 인력운영변화 전략, (2) 인재관리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솔루션도입, (3) 보다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인재관리를 위한 각종 데이터분석과 인사이트 산출, (4) 인사운영서비스 업그레이드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반면, 현재 사업수행에 필요한 역량과 현 사업부내 인력 간의 괴리를 줄이고, 사업부 내 인력이 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동기부여 시키는 일은 HRBP가 선제적으로 리드한다.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아직도 HRBP를 현장HR운영자이며 중간관리자급 이하 실무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 즉, 현장에서 HR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본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하는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 있으면, HRBP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또한, 인사를 운영하여야 하기에, 사업적 이해도가 있는 인재보다는 회사 내 인사관련 기능이나 부서에서 대부분 경력을 보낸 인력들이 많다. 물론, 사업부 출신 인사운영담당자도 꽤 존재는 하지만, 사업부에서 사업을 경험한 기간이 경력 초반이었을 때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업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이를 HR화 하는 능력이 있는 담당자라 보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의 HR Organization은 HRBP, HR CoE, HRSS(HR Shared Service) 3대 축으로 구성된다. HRBP는 엄연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중요 기능이다. 이를 HRSS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국내기업들이 HRBP라 여기는 포지션이나 담당자 중 상당수는 사실 HRBP가 아니라 HRSS에서 가깝다. 사업별로 요구하는 전문성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리고 경쟁과 제품 사이클이 단축될 수록, 사업부에 특화된 역량, 특히 skill 확보와 개발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즉, 사업을 잘 알며 사업을 위한 HR적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HRBP가 있고 없고가 작금의 환경에선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HRBP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기업들의 향후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