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HR, 상반기 결산 & 하반기 전략

기업들은 구성원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성과관리 체계와 프로세스, 테크놀로지, IT시스템을 동원해 구성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펼쳐왔다. 더 나아가 정규직 직원뿐 아니라 외주 구성원, 긱(Gig) 구성원, 지역사회 주민 등 기업의 영향력이 닿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 대부분의 근로자는 자신의 웰빙이 지난해 대비 악화되거나 그저 유지되고 있는 정도로 나타났고, 높은 업무 스트레스가 업무 생산성, 건강, 가정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한 근로자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리더, 구성원 모두 높은 비율로 직장에서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MZ세대 근로자의 절반은 항상 또는 거의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2023년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글로벌 업무환경 실태’ 조사에서도 실제로 퇴사는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떠나서 최소한의 업무만 유지하는 ‘조용한 퇴사’를 하고 있다는 근로자의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59%에 달했다.
반면 인간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기업의 리더들은 원격 근로를 하는 구성원들의 업무 생산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서 ‘편집증’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이다. 딜로이트 서베이에서 하이브리드 업무로 전환하면서 실 업무시간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이 생산적으로 일하고 있음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기업 리더 응답 비율이 85%에 달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 가상현실과 가상 도플갱어, 인간의 뇌의 기능을 정량화하는 뉴로테크놀로지 등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기술의 발전은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리지만, 이미 현실로 인간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의 예상치 못한 사건(COVID-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발생하고, 첨단기술과 생성형 AI의 무서운 속도의 발전으로 인해 기업의 업무 환경과 노동 시장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구성원 정신건강과 웰빙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일과 업무환경에 대한 인식에 대전환이 일어나는 등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 국내 기업의 HR 주요 아젠다를 보면 여전히 성과관리 개선, 평가/보상 방식의 개선, 조직문화 개선, 새로운 인사시스템 구축 등 HR의 근본적인 혁신과 개선보다는 전통적인 HR의 역할과 관점에 기반한 혁신 아젠다가 대부분이다. 물론 글로벌 주요 기업 역시 이러한 환경 변화와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전략과 실행 방안을 마련한 기업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필요성을 머나먼 다른 기업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치부하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가파르며, 심지어 AI가 인간의 모든 일을 대체한다는 논의가 뜨겁게 가열되는 상황에서는 HR도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되겠다는 인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발표된 ‘딜로이트 2024 글로벌 인적자원 트렌드’는 기업과 구성원 간 신뢰를 일의 기반으로 두고, 인적 성과에 핵심적인 ‘인간’ 고유의 역량을 성장 및 개발할 기회가 주어지는 새로운 일의 세계를 제안하고 있다. 기업이 인적 지속가능성 목표를 실천하거나, 구성원들이 수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놀이와 실험으로 구현해 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받는다면 새로운 일의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다. 또한, HR 전문성은 인사 부서만의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 모두의 역량과 책임이 되고, 인사관리와 조직문화는 Top Management에서 하달되고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으로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간다면 기업, 구성원, 사회 모두 긍정적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이에 딜로이트는 경계가 사라진 세계에서 핵심적인 인적자원 트렌드를 다음의 7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서 2024년 하반기 및 중장기적인 HR 혁신 또는 발전 방향을 고민할 때 반드시 고려해 봤으면 하는 내용이다.

1. 인적 지속가능성 수용
구성원으로부터 외부 인력, 고객으로부터 지역사회 구성원까지 기업에 있어서 인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원칙이 잘 정립되어야 한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혁신과 지적재산부터 효율성, 브랜드 가치, 생산성, 적응력, 리스크 관리까지 기업의 가치는 이러한 인적 상호작용에서 창출된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이처럼 중요한 인적 상호작용을 우선시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는 기업이 인간을 위해 가치를 창조하려는 노력 대신, 인간으로부터 가치를 얻어내려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리더들은 인적 지속가능성의 개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페이팔은 2019년 구성원의 재정적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전 세계 구성원의 순가처분소득(NDI, net disposable income)을 26% 개선하였다. 이에 따라 구성원의 재정적 스트레스와 결근이 크게 줄어들었고 순고객추천지수(NPS. net-promoter score)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 생산성을 뛰어넘는 인적 성과의 가치 창출
오늘날 업무 환경에서 과거의 생산성 지표는 한계가 있음을 각 산업 분야의 리더들이 체감하기 시작했다. 구성원의 생산성을 투입 대비 산출로 측정하는 기존의 방식은 기업의 관점만을 반영할 뿐이다. 반면 새로운 접근법은 구성원을 인간으로 인식하고 구성원들이 기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다 실질적이고 자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생산성 지표로 현재 구성원의 기여 정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면, 무엇을 측정해야 인적 성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성과관리 접근법의 핵심은 비즈니스 지속가능성과 인적 지속가능성 간 균형을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 구성원 모두에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도출할 수 있다.
히타치는 AI 기술을 활용해 근로자의 행복도를 측정하고 개선하는 시도를 하였고, 이 시도로 회사 이익의 10% 증가, 콜센터 시간당 매출 34% 증가, 소매판매 15% 증가를 달성하였다. 무엇보다 참가자의 과반수가 현재 “행복하다”라고 답변하였다.

3. 신뢰 구축 위한 개인정보보호와 투명성 간 균형 찾기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기업 내 거의 모든 진행사항이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게 되었다. 리더들은 이러한 극도의 투명성을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 기업과 구성원이 하는 모든 일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이러한 수준의 투명성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책임감 있게 관리한다면, 인적 성과를 측정하고 그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오용된다면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AI 기반 감시가 횡행하며 구성원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 흔히 투명성이 강화되면 신뢰도 커진다고 하지만, 이는 그렇게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오늘날 기업이 투명성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외줄타기를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하면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성원과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파타고니아와 아사나는 ‘선제적 투명성(proactive transparency)의 대표적 사례로, 구성원과의 신뢰, 책임, 의사결정을 개선하거나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리더나 구성원이 의도적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로 선택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

4. 상상력 부족 극복
기업과 구성원이 인적 자원과 테크놀로지로부터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상상하는 속도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상당수 기업이 조만간 상상력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기업들은 호기심, 공감능력, 창의력 등 사람만이 가진 역량을 조직적으로 육성해야 하며, 구성원과 팀이 스스로 일의 형태를 정립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이처럼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테크놀로지 혁신이 업무에서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이 담당하는 일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케아는 글로벌 콜센터 운영에 AI 기술을 도입, 효율성을 개선하고 콜센터 직원 8,500여 명을 인테리어 디자인 상담사로 탈바꿈시켰다.

5. 탐색, 실험, 놀이가 가능한 디지털 놀이터 구축
파괴적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업과 개인이 인적 경험과 인적 결과를 빠르고 임팩트 있게 개선할 수 있도록 미래를 상상, 탐색, 공동 창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해졌다. 딜로이트는 이러한 공간을 ‘디지털 놀이터’로 명명했다. 디지털 놀이터는 특정 공간이나 가상 플랫폼이 아니라, 선별된 테크놀로지가 배치되어 누구나 이를 사용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이곳에서 구성원들은 심리적 안전성을 보장받으며 다양한 미래 가능성을 실험, 협력, 탐색할 수 있다.
BMW는 2025년 완공 예정인 헝가리 데브레첸 전기차 공장의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디지털 트윈부터 만들어서 구성원들이 가상 환경에서 새로운 공간에 익숙해지고 작업위치에 요구되는 스킬을 연습하고, 자유로운 실수 상황을 발생시키는 실험과 놀이를 하고 있다.

6. 직장 내 마이크로 문화 육성
전통적으로 기업문화는 모든 구성원이 같은 방식으로 일하도록 하는 획일적이고 고정된 문화였다. 하지만 실제로 조직은 다양한 마이크로 문화로 구성되어 있다. 기능 부서별로, 지역별로, 인력별로, 팀별로 일의 진행 방식에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이 마이크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다면 최고의 인력을 유치 및 유지할 수 있고, 변화에 민첩하게 예측하고 대응이 가능하며, 구성원 개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마이크로 문화의 파워를 활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 내 다양한 집단의 자율성을 장려하고, 이들 스스로 업무 방식을 재정립하고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이크로 문화와 사업전략을 기업의 단순한 가이드라인으로 Align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 클라우드는 구글의 여타 사업부와 달리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사업부이므로 고객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독특한 마이크로 문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구글의 성과 리뷰 프로세스상에서 모든 구글러에 대해서 팀워크 역량을 강조하는 데 반해, 클라우드 구글러들은 팀워크 평가를 고객 공감 역량으로 대체하였다.

7. 경계 없는 HR로의 전환
현업의 업무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갈수록 민첩성, 혁신, 협업이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인사 운영 모델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새로운 Use Case, 성과지표, 테크놀로지 등과 함께 새로운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인사를 모든 인적자원 관리를 책임을 지는 특정 기능 부서에서 구성원, 기업, 지역사회와 함께 가치를 창조하고 통합하는 경계 없는 하나의 전문 분야로 전환할 수 있다. 경계 없는 HR은 인사 전문성을 기업의 사업 구조에 통합하여 갈수록 복잡해지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구글 클라우드의 리더들은 HR이 제공하는 People 대시보드를 활용해 조직 구성원들의 건강과 성과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고, 팀 구성이나 역할 등의 모델 변화에 AI를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계가 사라진 세계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상당수 기업이 곧 다가올 이러한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사고방식과 운영방식의 전환을 아직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필요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단순 생산성에 의존한 성과의 틀에서 벗어나 통합 인적 성과 관리 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행동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딜로이트의 분석 결과,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더 나은 사업 및 인적 성과를 달성하는 확률이 높았다. 현재 이러한 전환을 위한 필요성과 기회의 창이 열린 만큼, 기업들은 인간의 인적 성과를 강화하고 경계 없는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AI 시대의 리더는 기업이 인적 지속가능성을 수용하는 데 성공하도록 지원하는 고유한 역할을 맡게 된다. 대부분의 리더는 인적 역량과 인간 고유의 스킬을 확대하고, 직원 몰입도를 측정하고, ESG 목표를 달성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들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성과 측정을 위해 과거의 관습에 의존하는 것일 수 있다. 생성형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레벨의 리더들이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수용하고 구성원들에게도 스스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계 없는 HR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며, 부서의 경계 또한 넘어서 모든 레벨의 리더십에서 HR 전문성을 내재화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2024년 하반기 HR 전략 수립에 있어서 이러한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참고하여 전략에 반영해 보고 크지 않은 파일럿 과제라도 반드시 실행해 보기를 추천한다. 


글_김성진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