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임플로이언서’ 한 명이 핵심인재 열 명보다 나을 수도
코칭을 해주었던 한 유망 스타트업 대표이사의 하소연이 떠오른다. 회사와 갈등을 겪은 한 직원이 퇴사를 하면서 익명의 회사 평판 제보 사이트에 이 기업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로 도배를 해 놓은 것이다. 대표의 말에 따르면 사실관계 왜곡은 물론, 사용할 수 있는 최악의 멘트가 모두 동원되었다고 한다. 한순간에 자신의 기업이 절대로 입사하면 안 될 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해당 사이트에 글 삭제를 요청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해결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 퇴직자는 자신의 가장 안 좋았던 직원경험을 익명의 사이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잠재 구직자들에게 ‘뒤끝 작렬’하게 터뜨린 것이다.
‘임플로이언서’, 영어 Employee와 Influencer의 합성어로 기업 안팎에서 회사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하는 임직원을 뜻한다. 요즘같이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는 어쩌면 우호적 임플로이언서 한 명이 핵심인재 열 명보다 나을 수도 있다. 그 대표이사는 임플로이언서가 아닌 ‘테러리스트’를 키운 셈이다.
왜 ‘직원 경험’에 더 주목해야 하는가?
그 어느 때보다 ‘직원경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는 마치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소비자시장에서 브랜드 경험과 고객 경험이 눈에 띄게 중요해진 것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시장이 바뀌었고, 세대(가치관)가 바뀌었고, 기술(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바뀌었고, 삶이 바뀌었다.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개인의 힘과 영향력이 커져버렸다.
직원경험의 결과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인재 확보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경력직 중심으로 전환된 노동시장에서 톱 클래스 인재와 다른 그룹 간의 간극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는 듯하다. 실력 있는 인재들은 대개 복수의 선택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선택지를 결정할 때, 직원경험을 꽤 중요한 체크포인트로 생각한다.
둘째, 몰입이다. 그렇게 선택한 인재들은 이제 의미와 재미를 갖고 일하기를 원할 것이다.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 조직에 애정이 생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애정은 보통 내가 먼저 보여주어야 상대방도 호감을 갖고 마음을 열기 마련이다. 의미와 재미를 준다면 몰입은 깊어질 수 있다.
셋째, 생산성 향상과 지속성장으로 가는 길이다. 달라진 근무시간과 장소,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거버넌스 등으로 예전에 비해서 유연성은 배가 되었다. 아마도 전통적인 관리 기법에 익숙한 경영자들에게는 불안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효율성과 효과가 제고된다면 괜찮을 것이다. 좋은 직원경험으로 높은 몰입도가 유지된다면 이는 생산성 향성과 지속성장으로 충분히 이어질 것이다.
끝으로, 채용 브랜드로 긍정적인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결국 기업은 단순한 ‘포괄적’ 대외 이미지를 넘어 구체적인 채용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직원경험은 채용 브랜드 작업의 가장 중요한 기본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직원경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부분을 생각하기보다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집중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직원의 고용 생애 사이클에 맞추어서 관리해보라는 것, 다수의 이벤트형 프로그램보다는 소수의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 디지털 시스템 등 적절한 아웃소싱 채널을 활용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첫째, 직원의 고용 생애 기본 사이클에 맞추어서 관리하는 것이 때로는 획기적인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때로는 밋밋하고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가 있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채 획기적이고 새로운 것에 더 집중해본들 결국에 구성원들은 결코 호감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다. 제일 중요하면서도 절대다수의 기업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부분이 바로 채용 인터뷰 단계, 입사 결정 후의 온보딩 단계, 휴가 및 복리 후생 제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성과관리 피드백 및 연간 성과 리뷰 후의 구체적인 피드백 세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리스크가 큰 부분이 앞서 서두에서 언급했던 퇴직 시의 이별하는 방법(오프 보딩)이다. 구성원들이 가장 ‘마상’(마음의 상처)을 크게 입으며 최악의 직원경험으로 기억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둘째, 다수의 이벤트형 프로그램보다 소수의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여러 프로그램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니즈에 맞는 프로그램이 훨씬 더 여운이 길게 가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조용히 졸업과 진학을 하는 임직원의 자녀들을 파악해 정성스러운 손 편지와 함께 선물을 맞춤형으로 전달해주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특히, 맹목적으로 금전을 통한 직원경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이런 부류의 보상 이면에 숨겨진 인간들의 반응 심리에 대해서도 좀 더 공부를 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디지털 시스템을 포함해서 적절한 아웃소싱 에이전시를 활용하는 것은 MZ세대를 망라한 새로운 노동 인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HR 영역에서도 어느 때보다 디지털 관리나 AI 기반 인사관리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도구를 활용해서 인사관리를 도와주는 아웃소싱 에이전시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온보딩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종합적인 온보딩 프로그램이 부족했거나 일방적인 아날로그 중심의 온보딩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는데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쌍방향적인 하이브리드형 온보딩 행정절차도 선보이고 있다. 퇴직 절차에 해당되는 오프 보딩에도 이런 개념은 충분히 응용될 수 있다.
인사부 단독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
그 어느 때보다 직원경험이 중요한 HR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이 주제는 절대로 인사부 단독으로는 해낼 수가 없다. 가장 효과적인 접근이 직원의 고용생애사이클에 맞춘 관리가 될 수밖에 없기에 현장의 리더들이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직원경험을 이끌어내기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역설적이지만, 직원들을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시도해 봄 직하다. 현업에 있을 때 필자는 새로운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는 노사협의회 대표들의 요구에 역으로 직원 대표로 TF를 꾸려서 신규 프로그램을 진행해보자고 제안한 기억이 있다. 다양한 기업의 시장조사를 진행한 직원 프로젝트팀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무조건 도입하자는 생각을 유보했고 오히려 자사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주변 직원들에게 이 홍보해주는 역할을 맡아주었다.
긍정적인 직원경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때로는 막연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트렌드보다는 그 배경을 이해하고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할지 정한다면 최적의 해법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_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