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인재경영 어젠다인 ‘인게이지먼트’를 주제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의와 자문을 하다 보면, “그건 미국에서나 가능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미국 기업에서 직원들이 높은 인게이지먼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인재경영에 대한 투자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인게이지먼트가 낮고 이직률이 높은 기업들도 있다. 또한,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는 미국에서도 위계적 의사결정 구조와 권위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있다.
미국에서도 직원들의 높은 인게이지먼트를 보이는 기업들은 인재경영의 기본 원칙들을 지켜가며 각 조직에 적합한 HR제도를 꾸준히 실행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직원들의 높은 인게이지먼트와 조직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미국 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본 코너에서는 앞으로 몇 달간 글로벌 세계 최대 직장 평가 플랫폼인 글래스도어(Glassdoor)의 평점과 리뷰를 바탕으로 혁신 기업들이 어떻게 직원들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고 있는지, 또는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첫 번째 사례는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환자들과 함께하는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당당히 일하기 좋은 최고의 병원에 이름을 올린 MD 앤더슨 암센터 이야기다. 

MD 앤더슨 암센터의 리더십 개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 사회는 헬스케어 인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병원들은 헬스케어 인력의 높은 이직률과 인력 부족 문제 등 경영상의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병원의 직원 이직률은 20.7%를 기록했다. 헬스케어 인력들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인해 이직하거나 근무 시간을 줄이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MD 앤더슨 암센터는 2024년 글래스도어 미국 전체에서 일하기 좋은 최고의 직장 리스트 78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고 인사 책임자인 쉬부 바게스는 MD 앤더슨의 이직률이 10% 미만이라고 밝히며, “우리의 직원 유지율은 사상 최고입니다”라며 성공적인 인재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래스도어에서 MD 앤더슨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2점이며, 최고 경영자인 피터 피스터스에 대한 지지 점수는 100점 만점에 91점에 달한다. 긍정적인 리뷰는 주로 경쟁력 있는 급여, 훌륭한 동료들, 그리고 조직 문화에 관한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리뷰는 내부 승진 가능성이 낮고 매니저들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헬스케어 인력의 이직률과 번아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특히 간호사 부족 문제가 국가적 과제인 미국에서 MD 앤더슨은 어떻게 인재경영에 성공했을까? 그 핵심에는 2018년 개원한 리더십 인스티튜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리더십 인스티튜트는 리더십 파이프라인 5단계(Leading Institution, Leaders, Teams, Others, Self)에 맞춰 리더들의 리더십 스킬과 행동을 개발한다. 이는 경영진 승계 계획의 일환으로 운영되며, 리더들이 미래의 리더십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병원 조직의 리더십이 팀 단위에서 발현되는 맥락을 고려해, 팀 역동성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조직 진단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팀 효과성 증대와 팀 빌딩을 위한 조직개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리더십 인스티튜트의 핵심은 코칭이다. MD 앤더슨은 다음 네 가지 종류의 코칭을 통해 학습과 성장을 원하는 모든 직원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 온보딩 코칭: 새로운 경영진 및 의료진 리더들을 위한 필수 과정
• 일반 코칭: 리더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중점
• 리더십 교육 연계 코칭: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다양한 순간에 필요한 스킬 연습
• 온디맨드 코칭: 팀원이 자기 평가를 기반으로 코칭을 신청하면, 매니저가 코칭 참여를 지원

리더십 인스티튜트는 출범 이후, 코칭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왔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의 분석 결과, 코칭을 받은 그룹의 이직률은 9%로, 코칭에 참여하지 않은 그룹의 이직률 20%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는 코칭이 직원들에게 조직이 자신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어 소속감을 높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코칭을 통해 설정된 성과 목표와 조직 내 경력 개발의 가능성이 직원들의 조직 참여를 촉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리더십 인스티튜트는 리더십 역량 체계를 기반으로 코칭을 적극 활용하여 리더들의 리더십 개발뿐만 아니라, 직원 개인의 성장과 팀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향상시켜 전체 직원들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최근 인적자원개발 분야에서는 대규모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 연수원(Corporate university) 모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달리, MD 앤더슨 암센터의 리더십 인스티튜트는 전통적인 인적자원개발의 접근법을 활용해 조직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적자원개발의 기본 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며, 변화하는 조직의 맥락에서 재해석되고 적용될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글_권기범 텍사스 A&M-커머스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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