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에도 브랜드 파워가 있다?
몇 년 전 일이다. B사에 근무 중인 마케팅 전문가 K부장에게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제안한 기업은 구직자들의 입사 선호도 조사에서 언제나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대기업 A사로 K부장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뻐하며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러나 설레던 마음도 잠시, A사의 인사담당자와 이런 저런 조건을 타진하던 중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이직하게 되면 부여되는 직급이 상무라는 것이다. ‘누가 봐도 훨씬 더 나은 회사로 전직하는데, 심지어 임원으로 승진해서 갈 수 있다고?’라는 생각에 어안이 벙벙했다. 마냥 좋아 할 수만은 없어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대답을 들은 K부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A사에서 K부장의 연봉을 맞추려면 그 회사의 임원급의 임금테이블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K부장은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하는 A사의 처우가 자신이 재직했던 B사에 비해 턱없이 못 미치는 것에 깜짝 놀랐다. 이후 이런저런 기업의 상황과 조건을 냉정히 분석하고 결국 A사에는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이렇듯 실제로는 A사가 B사에 비해 많이 부족한데도 K부장이 끌렸던, 즉 구직자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 A사는 B사에 비해 매우 강력한 채용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브랜드는 마케팅 용어 아냐?
그렇다. 브랜드는 사실 HR보다는 마케팅에서 주로 쓰는 개념이다. 브랜드는 과거 가축의 엉덩이에 특정한 마크를 불로 새겨서 소유자 구분을 쉽게 했던 관습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만큼 우수한지 고객의 시각에서 쉽고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브랜드가 없다면 아마 소비자들은 그 상품별 장단점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자사의 상호, 또는 제품의 상표, 디자인 등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가까운 예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명품에서 보듯이 제대로 브랜드가 정립이 된다면 그 로고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HR 담당자들에게는 이러한 개념이 다소 생소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채용에 회사의 인지도나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을 개선하려고 하더라도 전문영역이 아니기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HR 부서에 이러한 채용 브랜드 관련해서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전문부서인 홍보나 마케팅과 협업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채용브랜드는 왜 지금 이슈가 될까?
채용브랜드란 용어나 개념은 201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른 개념이다. 과거에는 모집을 위해 일간지나 언론 매체에 채용공고를 올리고 학교를 찾아가는 채용설명회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회사에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바람직한 채용브랜드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공채의 종말 - 지금은 수시 경력직 채용 시대
과거의 채용은 상하반기 공채로 완결되는 방식이었다. 채용시즌에만 짧고 굵게 홍보를 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수시 경력직 채용이 대세이다. 1년 내내 공고하고 채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단발성으로 홍보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잘 구축된 채용브랜드 기반으로 상시로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
홍보를 위한 매체 역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굉장히 다양화되었다. 과거 구인에 대한 홍보의 장이 일간지나 채용 포털 정도에 그쳤다면 지금은 홈페이지, 블로그, 유튜브, SNS, 기업평판 사이트 등으로 훨씬 다양해지고 세분화되었다. 즉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와 전략방향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채용 브랜드 빌딩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당히 차별화되는 결과가 도출된다.
구직자의 판단 기준 다변화 - 기업평판 소개 사이트
또한 구직자의 회사를 판단하는 기준도 다변화되었다. 과거처럼 오로지 급여와 후생 수준으로 기업을 단순 비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 기업의 조직문화와 가치는 물론이고 근무장소, 사무실 환경, 심지어는 컴퓨터 및 가구의 브랜드까지 따지는 시대이다. 또한 의외로 구직자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ESG에 대한 관심도 크다. 기업은 단순히 돈만 버는 곳이 아니다. 뛰어난 인재들은 해당 기업이 보유한 비전과 미션이 주는 가치 역시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항목들을 세분화해서 속속들이 다뤄주는 기업평판 사이트 및 커뮤니티가 넘쳐난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금의 채용브랜드를 위한 기업들의 홍보 노력 역시 매우 다양해지고 세분화되었다.
채용브랜드 구축 사례
바람직한 채용브랜딩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홍보 채널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채용을 위한 홈페이지 구축
기업의 홈페이지와는 별도로 자체 채용 홈페이지를 별도로 구축하는 경우가 있다. 구직자들에게 회사의 이미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와디즈의 경우 Wadiz Career라는 기업 홈페이지와는 별도의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다. 미션, 비전, 비즈니스 모델과 같은 회사소개와 더불어 조직문화, 팀소개, 직무소개 등을 담고 있다. 채용프로세스와 직무별 공고도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NHR의 경우 직무소개를 실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이모지 형태로 구현하여 자연스럽게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이외에도 토스, 카카오, 드림어스, SK 등이 특색 있는 채용 홈페이지로 평가받는다.
동영상 시대 - 자체 유튜브 채널 보유
Z세대들은 인터넷 검색을 구글 대신 유튜브로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지금은 유튜브 영상 시대이다. 홈페이지를 넘어 채용브랜드 강화를 위한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 기아 채용 유튜브 채널에는 직무 인터뷰, VLOG, 합격할 KIA(면접꿀팁소개, 자소서 문항분석, 스펙공개) 등 지원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다수 소개되어 있다. 현대카드 뉴스룸 역시 회사생활 인터뷰, 100초 하이라이트(현대카드 최신뉴스 정리), 질의응답형 방식의 홍보영상 등으로 기업채널을 구축했다. HD 현대는 리크루팅 관련 인터뷰, 채용시즌 브이로그로 기업채널 구축이 되어 있다. LG 이노텍은 신규입사자 언박싱 영상, 커리어 인터뷰 등이 특색이다.
타 유튜버 / 유튜브 채용홍보 전문 채널과의 협업
유튜브 채널의 문제점은 흥미롭고 자극적인 다른 채널과 비교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딱딱한 기업 및 채용홍보 동영상을 업로드하게 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따라서 유명한 유튜버나 타 유튜브 채널과 협업(콜라보)을 통한 홍보를 하는 곳도 많다. 입시와 채용 중심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미미누는 다양한 회사의 면접 및 신입사원 체험 브이로그를 제작 중인데, 특히 최근 업로드 한 LG전자 편은 솔직 담백한 기업 비판 및 제품 제안 PT가 상당한 화제를 일으켰다. 충주시 홍보를 전담하는 충주맨은 현대엘리베이터 충주맨 직장인 브이로그를 통해서 현대엘리베이터를 친근하게 홍보하는 영상을 재미나게 제작했다. 커리어톡 TV라는 채널은 다양한 회사의 채용 홍보를 모아 놓은 채널이다. 참고로 ASML이나 CJ올리브영 등의 회사가 채용 홍보를 위해 해당 채널을 활용한다.
꾸준함의 대명사 블로그
블로그는 오래 된 매체이지만 회사의 조직문화, 직무소개를 좀 더 장기간에 걸쳐서 자세하게 홍보를 할 수 있는 채널이다. 블로그를 통한 꾸준한 홍보에는 쏘카, 오늘의 집, 강남언니 같은 회사들이 채용에 관련된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HR은 다르다! 마케팅의 브랜드와는
브랜딩이 마케팅의 영역으로 실제 몇몇 기업들은 마케팅 기법을 적용해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나 HR, 그리고 채용은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마케팅의 방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C사의 경우는 대표이사의 강력한 의지 아래 채용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였다. C사 자체가 제품에 대한 홍보마케팅에 강한 회사라 HR, 채용브랜딩도 같은 방식으로 추진을 했다. 전 직원이 당시 유행하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가입하도록 해서 적극적으로 회사의 (긍정적인) 기업문화, 인사제도, 사내 행사 등을 홍보하도록 했다. C사의 직원들은 별 수 없이 자신의 개인 계정과 회사 홍보용의 별도 계정을 분리해서 운영해야 했다. 그리고 기업평판 사이트의 내용도 인사 및 일부 직원들을 동원해서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내용을 적극적으로 싣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C사는 업계에서 ‘절대 가지 말아야 할 회사’로 악명이 높다.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바람직한 채용브랜드 구축에는 실패한 것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HR의 브랜드 마케팅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위주로 전략을 짜서 홍보를 하면 되는 마케팅의 브랜딩 전략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이 존재하고, 동시에 그 회사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퇴사자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을 하더라도 실체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C사의 경우 홍보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권위적이고 가혹한 기업문화, 높은 퇴직율, 불안정한 산업의 구조 등으로 업계 내의 실제 평판은 매우 좋지 못했다. 기업 평판 사이트에 긍정적으로 작성된 글은 진정성에 의심을 샀으며 오히려 홍보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홍보를 시작하기 전 자사의 인사제도 기업문화부터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채용브랜드 어떻게 구축하고 강화해야 하나?
일단 기본부터 하나씩
가장 먼저 구직자가 입사를 원할 정도로 매력적인 근무환경과 기업문화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회사의 규모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업계 최고의 임금과 보상을 주기는 힘들겠지만, HR 부문에서 노력한다면 어렵지 않게 바꿀 수 있는 것들도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건강한 기업문화 구축, 쾌적한 근무환경, 워라벨이 지켜지는 근무 형태 등은 큰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 회사의 비전과 철학에 맞는 강점을 꾸준하게 강화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약점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기에 ‘진실함’을 브랜딩의 출발로 보아야 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
필자의 고객사 중 한곳인 D사는 채용브랜딩이 꼭 필요한 회사였다. 나름 경쟁력 있는 처우수준을 가지고 있고 조직문화도 비교적 건강했지만, 회사 홍보가 일체 이뤄지지 않아 지원자 수가 동종 업계 대비 굉장히 적었다. 조심스럽게 채용브랜딩을 권유했지만, D사의 인사담당자는 “채용브랜딩은 대기업이나 하는 것 아니냐?”며 “예산도 부족하고 현업도 과중해서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다. 과연 그럴까?
채용브랜딩은 우리회사의 전략과 기업문화에 맞추어서 소박하게 실시해도 좋다. 반드시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마케팅 채널과 기법을 쓰지 않아도 된다. E사의 경우는 E사에서 근무했던 대학생 인턴들의 학교 게시판 인턴 근무후기 덕에 자연스럽게 회사를 홍보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원하는 신입사원 수준이나 규모가 대폭 상승하여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즉 인턴직원들이 좀 더 관심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했기에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브랜딩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우리회사의 기업가치와 문화와 일치하는 채용브랜딩을 나름의 방식으로 꾸준하게 진정성 있게 한다면 결국 구직자들은 이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또한 반드시 인사담당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회사 내 홍보 마케팅 부서와 협업하게 된다면 많은 품을 들이지 않고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가급적 타깃과 유사한 Young 계층 활용
가급적 목표로 하는 타깃 - 구직자와 유사한 계층을 활용하여 담당자로 지정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들어 사고방식과 끼를 보유한 신입사원들이 채용담당자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지금 세대에 어울리는 감각과 방식으로 구직자들의 욕구를 소구포인트로 살려서 홍보한다. 때로는 본인들이 직접 출연하는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참신한 방식으로 화제가 되는 채용브랜드를 구축하기도 한다.
성과 측정 KPI 확보
단순히 자사의 채용 방식, 직무 등을 안내하는 정도로 진행한다면 안타까운 결과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큰 예산을 들인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에 참여자 수가 처참한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서이다. 따라서 채용브랜딩을 위한 활동은 목표 조회수를 설정하거나, 채용홍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직원들의 입사율을 수치화하여 확인해보거나, 지원자의 경쟁율, 수준 등을 측정하는 성과측정 지표를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매년 분석을 통해서 숫자로 추이를 관리하게 된다면 단발성의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단단한 채용 브랜드를 얻게 될 것이다.
글_엄명섭 ㈜트리피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