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경력채용 실패사례 모음
공채, 신입 중심에서 수시, 경력직 채용으로 채용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대기업 100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전체 채용 대비 공개채용 비율이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하락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향후 채용계획에 대해 확인해 본 결과 공채 방식을 유지하는 사업체 5곳 중 1곳에서 올해까지만 기존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추가로 공채와 수시 방식을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 10곳 중 3곳 이상에서도 3년 안에 공채 방식을 폐지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체 채용 인원 중 경력이 없는 신입의 비율이 2019년 47.0%에서 2023년 40.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공채채용 방식이 익숙하다. 삼성그룹도 신입공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융권 기업과 공기업 역시 공개채용 방식이 대세이다. 그런데 이들 중 시대 흐름에 발맞추어 경력사원 채용을 처음 실시한 기업 중에는 초보적인 실수를 범해 채용실패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래의 사례는 놀랍게도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국내 유수 기업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례로 채용부서에서는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1. 경력사원 면접을 여러 명 모아서 한 번에 본다고요? 신생 공기업 A사 사례다. A사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기관으로 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인력 채용이 필요했다. 현업에 바로 투입할 인력이 필요했기에 경력직을 선발하기로 하였다. 참고로 필자가 A사의 경력채용설계를 담당, 합리적인 채용프로세스 방식을 마련해 주었는데 먼저, 경력사원들이 편안하게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주말에 면접일정을 잡아 주었다. 면접형태도 경력기술 위주로 간략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여 경력과 경험을 검증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런데 면접 일정이 임박하여 A사 인사팀이 면접방식을 다대다(면접관 다수, 지원자 다수) 형태로 변경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경력직 채용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지만 고위 공무원 출신인 본부장은 “여러 명을 한눈에 비교해 보면서 면접을 봐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면접 당일, 예상한 대로 여러 해프닝이 일어났다. A사의 특정 직무를 지망하는 지원자들은 대기실에 모여서 함께 면접실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같은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선후배 직원이 면접대기장소에서 만나고 만 것이다. “자네도 지원했나?”, “부장님도 지원하셨어요?” 어색한 대화가 오고 갔으며, 오랜 경력을 가진 고위직들을 하나의 면접실에 불러모아 면접을 보다 보니 면접관에게도, 지원자에게도 면접장은 불편한 장소가 되고 말았다. 면접 후기에서 한 지원자는 “이런 식으로 면접 세팅을 하다니 매우 불쾌하다”며 면접장에서 입사 포기를 했다고 한다. 경력사원 채용 과정 중 경력이 1~ 2년 정도 되는 주니어 레벨을 선발할 때는 시간관계상, 또는 평가의 편의상 A사 사례와 같은 면접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력사원을 대상으로 한 면접이라면 가급적 지원자 1명을 다수의 면접관이 충분히 검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이 아무리 부족해도 최소 30분 이상, 1시간 정도로 진행하고 면접 또한 ‘질의응답’으로 진행하기보다는 티타임 형태로 진행한다면 지원자에게 채용사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 수 있다.
2. 블라인드 채용, 너무 열심히 했더니 이런 결과가?! B사의 경우는 블라인드 채용을 최고 수준으로 적용하여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 사례다. 몇 년 전 능력 중심 사회를 기치로 내건 정부 시책으로 몇몇 기업들이 경쟁하듯 최고 수준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고 있다고 홍보한 시절이 있다. 그러나 채용절차법도 마찬가지지만 블라인드 채용 또한 불필요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정도면 충분하다. 출신 지역, 학벌, 가족관계 등의 직무와 무관한 부분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지원자에게 집중하면 충분한데, 몇몇 기업은 그 이상의 항목을 모조리 다 지워버리는, 이른바 ‘무자료 면접’과도 같은 방식을 취해서 문제가 됐다. 예를 들어 학교명 외에 전공을 지우는 것은 당연하고, 기존에 근무했던 직장명과 직무명까지도 모두 블라인드 처리하다 보니 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전무한 것이다. B사는 중요 보직 팀장을 선발하기 위한 채용을 실시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자료 형태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어느 정도 연배도 있어 보이고, 침착하고 차분하며 목소리에서도 신뢰감이 느껴지는 지원자를 최종 면접에서 팀장으로 선발하였다. 입사확정 후에 정식 이력서를 받아본 B사 인사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총경력은 꽤 길었지만 해당 지원자는 평생을 모두 계약직으로만 근무해서 하나의 팀을 맡기기엔 적절한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원자의 면모는 우수하여 채용취소를 하진 않았지만, 팀장 보직 충원은 꼭 필요했기 때문에 채용실패를 인정하고 재공고를 하였다고 한다. 최근의 채용은 스펙보다는 직무와 업무 관련 경험, 경력을 중요시하는 추세이다. 신입사원처럼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선발하는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경력사원일수록 전공, 전 직장, 수행 직무에 대한 검증과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3. 경력채용에 필기시험을? 적성검사를? 토론면접을? C사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이다. 줄곧 신입 공채 형태로 인재를 선발해 오다 최근 달라진 경영환경에 맞추기 위해, 즉 현업에 바로 쓸 수 있는 경력직 채용으로 변화를 주었다. 다만 다른 회사들이 택하는 방식인 소수의 수시 채용이 아니라 ‘경력사원 공채’라는 대규모 선발 방식을 쓰기로 했다. 참고로 필자는 C사의 요청에 따라 자문역으로 참여했다. C사의 채용부서는 기존 신입 채용 방식을 준용하려고 했다. 채용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고려하여 가능하다면 익숙한 방식을 유지하고 싶어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채용전형에 ‘필기전형’을 활용하고 싶어했다. 공채이기 때문에 10개 이상의 직무가 있었는데, 채용담당자는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도 필기시험을 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노동시장 상황이나 타기업의 채용 관행과는 괴리가 큰 방식이었기 때문에 필자는 여러 방안 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설득했지만, 최종적으론 C사 인사팀 담당자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변호사를 비롯한 3개 직무는 결국 합격자를 선발하지 못하였다. 일부 지원자가 있었으나 C사의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였으며, 그나마도 전형 중에 모두 탈락해 버리고 말았다. C사의 첫 경력직 채용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비근한 예로 D사의 경우에도 경력직 채용에 적성검사(수리능력 테스트 성격의 온라인 시험)를 계획하였다. 신입사원 선발 시 진행하는 과정을 기계적으로 경력직에도 적용한 것이 문제였는지, 중도에 많은 지원자가 해당 적성검사를 응시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인사팀에서는 뒤늦게 해당 검사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하였지만 떠나간 지원자들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는 없었다. 경력사원의 경우 전형 과정을 복잡하고 어렵게 설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잠재적인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필기나 실기를 통해 능력을 측정해야 하는 신입과는 달리 실제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자칫 지나치게 “당신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봅시다”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지원자들의 불쾌함을 살 수도 있다. 또한 우수한 인재들일수록 현업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필기나 실기시험을 준비할 시간도 없다. 따라서 재직 중인 지원자들이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지원하여 적합성을 타진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면접에 있어서도 신입 지원자에게 하듯 기계적으로 과제를 부여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이나, 경력사원끼리의 토론면접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신입과 비교하여 시간 대비 얻는 실익이 크게 없다. 경력사원에게 효과적이었던 면접은 자기소개를 시키는 대신 지원자의 경력, 성과를 뽐낼 수 있도록 ‘5대 대표성과 발표’를 시키고 경험면접 꼬리질문으로 발표내용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경력사원 면접교육 역시 신입과는 다르게 이런 점을 강조해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면접관 vs 경력사원 대기업 E사의 경우 그룹 내 임원 인사를 전담할 인사전문가를 선발하기로 했다. 서치펌을 동원하여 각계의 뛰어난 인사경력자를 수소문하고 면접을 진행하였다. 다음은 E사의 면접관과 상당한 경력을 보유한 현직 지원자 간의 질의응답 장면이다. 면접관: “임원 인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원자: “일단 무거운 입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면접관: (지원자의 말꼬리를 자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런 거 말고 임원 인사에 있어서 인사이론에서 적용할 것은 무엇인지 말씀해 보세요!” 지원자: (빙그레 웃으며)“면접관님 임원 인사 업무 안 해 보셨죠?” 결국 해당 면접은 파행으로 치달았고 지원자는 면접을 마치자마자 헤드헌터에게 전화를 걸어 E사 입사 지원을 포기한다고 통보했다. 경력 면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면접관이 맘에 들지 않은 답변이 나오면 그것을 지적하고, 지원자는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는 상황이다. 면접은 시험이 아니다. 특히 면접관은 다른 배경의 경력과 경험을 가진 지원자에게 본인들이 원하는 답을 듣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많은 경우 예의가 없는 행동이기도 하다. 지원자의 발언을 충분히 듣고, 그것이 우리회사의 채용직무와 여건에 맞는지 판단해서 영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면접장에서 지원자와 논쟁할 필요가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답변이 나왔더라도 잠시 침묵하고, 면접을 마치고 다른 면접관들과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