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라 쓰고 ‘성과’라 읽는다

매년 진행하는 정기건강검진처럼 정기적으로 구성원 몰입도 조사를 통해 회사 운영, 리더십, 조직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서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다. 몰입도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설문문항으로 구체화해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해당 결과를 가지고 개선의 포인트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조직문화를 유지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소식이다. IT 기술의 발달로 서베이를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데다 비교 가능한 외부 벤치마크 값도 잘 구비되어 있어서 단기간 내에 적은 자원으로 조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진단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원고에서는 구성원 몰입도 조사 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몰입도 조사는 크게 문항을 설계하고 서베이 플랫폼을 준비하는 사전 단계, 실제 서베이가 진행되는 단계 그리고 서베이 완료 후 결과를 분석하고 피드백하는 3개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준비 단계 일반적으로 몰입도 조사 설문은 몰입도 자체를 측정하는 항목과, 몰입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측정하는 항목으로 구성된다. 몰입도를 측정하고 몰입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이루어진 편으로 많은 리서치 기관이나 컨설팅사에 의해 개발된 표준화된 질문지를 기반으로 각 사에 맞게 다듬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문항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인 콘페리에서도 이러한 표준 서베이 문항을 보유하고 있는데 구성원 몰입도와 관련 있는 조직 내 다양한 자원을 진단하고, 궁극적으로 현재 우리 조직의 구성원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업무에 몰입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며, 효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림 1] 콘페리의 구성원 몰입도 진단 모델 참고)

서베이 질문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몰입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귀하의 몰입도는 얼마입니까?”라고 설계한다면 사람들마다 몰입도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므로 정확한 측정이 불가하다. 대신에 몰입도의 정의를 활용해서 “나는 나에게 요구된 수준 이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싶은 의욕을 느낀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회사 입사지원을 추천할 마음이 있다” 등과 같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풀어나가야 이후 결과를 해석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데 효과적이다. 설문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질문의 개수도 응답률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설문은 응답자가 30분 내로 끝낼 수 있는 분량이 적합한데 이왕 하는 설문이니 이것저것 의견을 다 받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여러가지 질문을 넣었다가는 오히려 부정적인 설문경험으로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설문 진행 단계 전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몰입도 조사는 내부고객인 직원들의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베이를 처음 진행하는 기업이라면, 구성원들에게 서베이의 목적, 응답 내용의 비밀이 철저히 보장된다는 점, 그리고 서베이의 개략적인 진행 일정 등을 명확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메일함에 날아온 서베이는 그저 귀찮은 불청객에 불과할 뿐이다. 작년에도 서베이를 했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없었다는 걸 경험한 구성원이라면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부정적인 마음이 클 것이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승진 인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든지, 성과급 지급시기처럼 특정한 이벤트가 발생한 상황에서의 서베이 진행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므로 가급적 구성원들이 가장 평상시라고 느껴지는 타이밍에 런칭 시점을 잡아야 한다.  서베이 플랫폼의 선정도 중요하다. IT 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몰입도 서베이는 개인 PC뿐만 아니라 개인의 핸드폰으로도 접속이 가능하므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언제 어디서든 구현이 가능해지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에 서베이 기능을 구현하여 진행하는 회사도 있는데, 외부 플랫폼을 쓰는 것보다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개인의 서베이 결과가 회사의 컴퓨터 서버에 그대로 남길 수 있다는 우려는 자칫 서베이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서베이 시작하는 문구에서는 반드시 서베이의 목적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회사 차원의 강조를 꼭 포함시켜 몰입도 서베이에 참여하는 개인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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