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KDIN 포럼에서는 김은지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치학과 교수가 ‘데이터를 통해 보는 2024 미국 대선과 DEI’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미국 정치와 정치 행동을 연구하며, 특히 미디어가 정치적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김 교수가 전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치 현상 탐구와 정치 속 다양성·포용성의 효과 측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조명해 본다.
정치학과 데이터 혁명: 예측보다 원인 분석 김 교수는 발표의 서두에서 사회과학 분야가 지난 20년간 경험한 두 가지 주요 변화를 설명했다. 첫째는 인과추론(causal inference) 혁명, 둘째는 빅데이터의 도입이다. 정치학도 이에 영향을 받아 이제 학계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유권자와 정치 행태를 분석하고 행동 패턴을 찾는 것이 가장 주목받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정치학 연구의 목표는 아니다. 누가 승리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주로 미디어가 다루는 영역이며, 정치학에서는 왜 특정 정치 현상이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 김 교수는 캠페인의 효과에 대한 학계와 정치 업계 간의 괴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캠페인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선거 철마다 캠페인에 수십억 달러가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캠페인의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캠페인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광고, 방문 유세, 전화 홍보 등의 캠페인 활동이 유권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평균적으로 거의 0에 가깝다는 한 메타분석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대부분 유권자의 정치적 결정이 이미 안정적으로 정해져 있거나 캠페인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에 확정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행동 데이터를 통해 보는 유권자의 진짜 모습 전통적으로 정치학자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파악해 왔다. 그러나 설문 응답과 실제 행동 간의 괴리는 상당하다. 김 교수는 웹브라우징 데이터가 기존 설문조사와 달리 유권자들의 실제 행동을 반영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가 유권자에게 어떤 뉴스를 읽었는지 물어본다면, 웹브라우징 데이터는 그들이 실제로 접속한 사이트와 소비한 콘텐츠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사람들이 뉴스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유권자들의 웹 브라우징 기록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선거 한 달 전까지도 대부분의 유권자가 정치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았으며,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고작 2~3개의 뉴스 기사만 읽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의 연설은 이제 트럼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의 귀여운 고양이 영상과 싸워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행동 데이터가 ‘사람들이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흔들었고, 정치학 연구의 흐름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