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과 극단적 반응, 그리고 최악의 결말!
“세입자가 ○○을 했다고 총을 발사” “○○한다고 선배 찔러서 숨지게 해” “‘도박 중 ○○ 시비’ 동네 후배 살해한 40대 검거” “○○한 후배에 주먹질, 서울시 의원 입건” “○○한다고 말다툼, 폭행 끝에 뇌출혈 치사”
모두 신문기사 제목이다. ○○에 들어갈 단어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으리라. 그래도 좀 더 이어가 보자.
알바생 가슴을 마구 후벼 파는 가장 큰 갑질 손님 유형에 ‘○○’이 56.7%로, 당당 1위로 꼽혔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MZ세대 알바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그럼, ○○은? 되레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다음 장면(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 들어갈 단어를 추적해 보자.
일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하는 손님에게 복수하는 작고 사소한 나만의 방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테면 한 손님이 “얼마고? 자, 계산해라”고 하면 K 씨는 “3만 원. 일시불?”이라고 맞받아친단다. 또 이 손님이 “3개월 해”라고 하면 “3개월. 사인”이라고 한단다. 즉, ○○하는 손님에겐 그대로 ○○로 응대했다.
이쯤 되면 모두 알아챘으리라. 그럼에도 ○○의 정체에 알쏭달쏭해하는 당신을 위한 결정적 힌트다.
“얻다 대고 ○○이야? 너 몇 살이야 인마!”
“먹을 만큼 먹었다. 넌 왜 ○○이야 자식이!”
사회자: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답변자: 하나 정도만 하자. 하나 정도만 해. 목이 아프다. 이제.
사회자: 아, 예...
답변자: 그래, 더 할까?
위 두 사람 간에 오가는 얘기를 마침 TV 생중계로 듣고 있다. 위는 지난달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대통령(답변자)이 대변인(사회자)에게 지시하는 내용이다. 이후에도 추가 질문이 오간 뒤 대변인이 질문을 그만 받으려 하자 “좀 더 해, 대충 나온 것 같은데 뭐!”라고 대통령이 덧붙인다.
이 장면을 지켜본 이들에게 묻는다. 어떤 느낌이었나? 왜 그런 기분이 들었나? 그렇다, ‘반말’이 엄숙한 기자회견 상황과 안 어울려 좀 불편했을 것이다. 물론 “별걸 다 트집을 잡네”라거나 “그럴 수도 있지”라는 항변도 있을 터. 위 ○○에 들어가는 말도 ‘반말’이다.
한국인은 유난히 반말에 민감하다. 근래 요식업에선 “반말로 주문하시면 반말로 주문받는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서비스도 고운 법. 첫머리에 거론한 극단적 행태들은 반말이 얼마나 오해를 빚고 모욕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일러준다. 엉겁결에 쏟아낸 반말이 단초가 돼 막말(폭언)로 이어지고 종국엔 살인으로까지 치달았다.
기자회견도 그렇다. 반말은 대변인을 무시해서가 아닌, 평소 친숙한 관계다 보니 나온 해프닝일 터. 허나 결과적으론 꼬리(반말)가 몸통(기자회견)을 흔든 격이 됐다. 국민에 대한 기본 존중이 부족하다는 인상과 함께 리더 품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열에 가두는 존댓말은 세대나 조직 간 소통을 막는 장벽이나, 완벽한 사석이 아니라면 존댓말을 사용하는 게 옳다.
2024년 한해, 토닥토닥, 잘해왔어요!
김광희 창의력계발연구원장 /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