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5년 전, Brexit is Done. 5년 전 2020년 1월 31일, 영국은 유럽 연합에서 정식으로 탈퇴하였다. 이는 2016년 6월에 열린 영국 국민투표 개표 결과 72.2%의 투표율에 51.9%의 찬성(17,410,742 표), 반대 48.1%(16,141,241표), 기권(26,033표)로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가 확정된 것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1973년에 유럽경제공동체(ECC, 현재의 유럽연합 EU)에 가입하여 2020년에 탈퇴하기 전까지 47년간 유럽연합의 주요 리더 중 하나였던 영국의 이탈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영국인들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큰 충격이었다. 당시 영국은 유럽연합에 매년 130억 파운드(한화로 약 23조 원)의 분담금을 납부하고 있었는데, 유럽연합 입장에서는 이 재정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상실에 대한 충격이 컸다. 당시 브렉시트 실행 이후 2020년 12월 31일 까지, 1년간 전환 기간(Transition Period)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영국과 EU는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고, 2020년 12월 24일에 무역과 협력에 관한 합의(Trade and Cooperation Agreement)를 이뤄냈다. 전환 기간이 끝난 2021년 1월 1일부터 영국은 EU의 단일 시장과 관세 동맹을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인 무역 및 경제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후 5년간, 영국이 겪은 브렉시트 결과는 단순히 정치적 선택의 의미를 넘어섰다. 경제적으로는 무역의 재구성과 새로운 규제 환경을 도입해야 했으며, 사회적으로는 이민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초래했다.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영국 정부는 새로운 이민 정책을 통해 고급 기술 인력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EU와의 단일 시장 관계가 끝남에 따라 독자적인 무역 파트너십을 개발하기 위해 힘썼다. 예를 들어 한국과는 별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위와 같은 변화 속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무역 비용 증가, 금융 산업 재배치, 물류 지연 등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제약이 되었다. 또한, 유럽연합과의 긴밀했던 관계가 약화되면서 국제 협력 관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러한 변화가 시행되어 온 지 벌써 5년째이다. 본고에서는 지난 5년간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HR과 노동시장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었고, 특히 이런 영국의 경험이 한국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함께 살펴보겠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브렉시트 이후, 영국 비즈니스는 무역 그리고 금융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무역의 경우,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간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통관 절차와 규제가 도입되어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복잡한 서류 작업과 지연으로 인해 수출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수산업자들은 EU로의 수출 시 통관 지연으로 인해 신선한 해산물이 폐기되는 사례를 경험해야 했다. 반면, 대기업들은 사전에 좀 더 긴밀하게 대처했다. 예를 들어 상품의 제조 이후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생산 및 제조 시설을 미리 EU 소속 국가로 이전하거나, 새로운 물류 경로를 개발하는 등 전략적 대응을 통해 리스크를 완화했다. 일부 대기업은 네덜란드나 독일 등 EU 회원국에 새로운 허브(또는 지역본사)를 설립하여 무역 장벽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의 금융 산업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런던은 뉴욕, 홍콩과 더불어 세계 3대 금융 허브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런던의 외환거래 비중은 전 세계 대비 약 43%로 (뉴욕이 약 16%) 압도적인 비중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2021년 기준으로 약 440개의 금융 기업이 직원, 자산, 법인 등을 영국에서 다른 EU 국가로 이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뿐만 아니라 1조 3,000억 파운드(약 2,340조 원)의 자산이 영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했으며, 유럽 내 금융허브의 지위도 암스테르담에게 넘겨 주는 상황을 맞았다. 2021년 기준으로 암스테르담의 주식 거래 일간 거래량은 약 98억 유로를 기록하며 런던(84억 유로)을 넘어섰다. 물론 금융 관련하여 모든 지위를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 내 핀테크(Fintech) 분야 에서는 여전히 리더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 영국은 핀테크 투자 유치에서 유럽 전체 투자 금액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노동 시장의 변화 노동시장의 경우 가장 큰 변화는 EU 출신 이민자의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이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EU 회원국 출신 노동자들이 영국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이들의 본국 리턴이 급증하면서 농업, 요식업, 운송업 등 저임금 직종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2021년에 영국의 한 농장주는 과일 수확을 위한 일자리 70개를 공고한 바 있는데, 단 9명만이 지원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운송업계에서는 화물차 운전사 부족으로 인해 공급망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연료 공급 지연, 슈퍼마켓 상품 부족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식품 및 농업 부문에서 노동력 부족의 경우, 당시 410만 개의 관련 일자리 중 50만 개의 일자리에 일할 사람이 부족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사실상 저임금 직종의 노동자 부족 문제가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정책은 고숙련 노동자 유치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숙련 노동자(예를 들어 기술자, 의사, 교수 등 고학력자)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새로운 이민 정책을 도입하여 비자 정책을 즉각 바꾸었다. 영국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마친 학생들에게 추가로 영국에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1~3년으로 대폭 늘리는 Graduate Visa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브렉시트 초기에 비경제활동인구의 고용시장 재진입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무상보육, 장기요양 보조금 지급 심사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으로 약 5만 명의 노동력이 고용시장으로 진입할 것이 예상된다는 연구 조사 내용이 있었으나, 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났는지 여부는 확인이 쉽지 않다. 여전히 당면하고 있는 한 가지 문제는 브렉시트 이후 이민 시스템의 변화 정책이 특히 저임금 부문에서 노동력 부족과 관련된 이슈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고용주가 새로운 이민 시스템 조건을 충족하는 외국인 직원을 찾기가 어려워, 적합한 직무의 지원자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2025년 기준으로 영국의 숙련 노동자 비자(Skilled Worker Visa)를 신청하려면 연간 최소 £38,700의 급여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한국 원화로 약 7천만 원 수준이다. 즉 연봉 7천만 원 미만의 포지션에 대하여는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비자를 신청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기준을 낮추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자 지원을 더 폭넓게 할 수 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이민 이슈는 국가의 안전과 사회보장 비용 부담 등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적당한 기준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듯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전한다. 향후 인구 부족 이슈로 충분한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비자 발급 지원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HR 실무와 전략적 대응 브렉시트로 인한 이민 정책 변화와 경제적 불확실성은 영국 기업들의 채용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EU 출신 인재의 유입이 감소하면서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비EU 국가에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채용 전략을 수립하는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했다. 필자가 있는 대학에서도 기존에는 영국 자국민 혹은 EU 국가 소속의 학생들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장학금 제도를 일반 국제 학생들에 대한 범위로 확장함으로써 한국과 같은 제3국 해외 인력의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규제 및 정책 변화는 기업의 HR 관련하여 보상 측면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데, 예를 들어 영국의 EU 탈퇴 이후 보너스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바클레이스(Barclays)는 보너스 상한을 기존 기본급의 2배에서 최대 10배로 확대했다. 이는 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면서, 동시에 조직 내 보상 체계의 재검토와 직원들의 사기 관리를 촉진하게 되었다. 브렉시트 이후의 변화는 직원들의 복지와 근로 조건에도 영향을 주었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거나 원격 근무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고, 주 4일 근무제도가 확산되는 현상도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채용 플랫폼, 직원 관리 소프트웨어, 온라인 교육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HR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포괄성, 다양성, 포용성(EDI)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사회적 변화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조직 문화 개선, 무의식적 편견 교육, 다양성 지표 설정 등 EDI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대학기관과 관련 연구 협업도 늘리고 있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에서 하고 있는 다양성과 직원 성과와의 연관성 분석 프로젝트도 이러한 맥락이 반영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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