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타고난 행운아야. 평범한 가정, 평범한 부모님, 평범한 학교. 이 ‘평범함’이야말로 실은 가장 큰 행운이지. 세상을 봐. 다들 뭔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어. 그런데도 넌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어? (중략)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모르는 사람은 절대 현재에 만족할 수 없지. 그래 계속해 뭔가를 쫓게 돼. 하지만 그 쫓음엔 비장한 각오가 없어.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고, 또 다른 걸 찾아 나서지. 뭣하나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채 겉돌며 사는 거야. 지금껏 주어진 행운이 되레 네 각오를 나약하게 만들었어. 행복해지고 싶다면, 각오를 새로이 다져야 해.”

2021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2>의 주인공 사쿠라기 켄지(桜木健二)가 명문대를 꿈꾸는 한 제자에게 던진 말이다. 나란 존재를 명확히 깨닫고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상태를 빨리 벗어나라고 호통친다. 10부작의 이 드라마는 미타 노리후사(三田紀房)의 동명 만화(누계 800만 부 돌파)를 원작으로 하며, 최고 시청률은 20.4%나 됐다(한국엔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 전직 폭주족 출신 변호사 겐지가 파산 직전인 류카이(龍海)학원의 재건을 시작하면서 좌충우돌하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피를 끓게 하는 명대사로 넘쳐난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본질을 꿰뚫는 힘이 없다면 권력자와 같은 무대엔 설 수 없다.” 켄지의 일갈은 필자 뇌리에 선명하다.

“대기업 가면 행복할 텐데, X 같은 팀장만 없으면 행복할 텐데, 승진하면 행복할 텐데...” 우린 “○○ 하면 행복할 텐데”라며 행복 타령을 한다. 마냥 그렇게 믿어온 탓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뭔가가 어긋나고 있음을 직감한다. 좋은 직장, 이전보다 수입이 늘었음에도 소셜 미디어(SNS) 속 지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고 불행하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매가리 없이 조급해만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급기야 뭣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듯한) 나를 추궁하고 책망한다. 실은 많은 걸 누리고 있고, 그간 바랐던 여러 일을 이뤄낸 상황임에도 불평과 투정이 끊이질 않는다. 인간은 자학을 일삼는 유일한 동물이라는데, 되짚어보면 어떤 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적성에 안 맞는다, 힘들어 못 하겠다. 비전이 없다며 곧잘 포기했다. “지겨운 회사, 내가 때려치운다.” 또 새로운 걸 손댔지만 금방 식상했다. 주어진 기회가 넘쳐나 그 가치와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복기하면 ‘나에 대한 이해’가 모자랐다. 

명저 『생각에 관한 생각』을 남긴 노벨경제학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그는 ‘행복’을 현재 감정에 집중해 “아~ 좋다”라고 느끼는 경험행복(Experiencing Happiness)과 “그때 참 좋았지”라며 삶을 관조하며 느끼는 기억행복(Remembering Happiness)으로 나눴다.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에겐 우선 ‘경험행복’을 체감케 해야 한다. 끝없는 욕망과 불만의 끝은 공허, 때론 증오! 그런 뫼비우스 띠에서 내려와 먼저 남과 비교하는 습관부터 버려라. 비교와 행복은 양극단에 머문다.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을 꼽으라고 물으면 당신은 셀럽 중 한 명의 이름을 외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변의 정답은 ‘나’다.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라.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건 도전과 사투가 아닌 정확한 자기 인식과 만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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