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becomes a boss.”
필자는 『데이터와 사례로 보는 미래의 직장』에서 AI가 조직에 들어오는 시대에는 모든 구성원이 보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연구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AI 에이전트 팀을 관리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에이전트 보스(agent bosses)의 등장을 이야기하며, 이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협업하는 근본적인 업무 환경 변화를 이야기한 바 있다1). 이러한 동료로서 AI 등장은 팀과 관리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것을 요구한다. AI 에이전트가 인간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이들은 특정 업무를 자율적으로 또는 반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주체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에이전트 보스 개념은 인간이 AI 에이전트들을 직접 관리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팀은 인간과 AI 에이전트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구성될 것이며, 관리의 범위는 하이브리드 팀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AI의 역량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우리 인사에 새로운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한다2).
모더나 사례로 본 미래형 인사 조직
AI가 조직 운영에 미치는 혁신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약 회사 모더나(Moderna)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더나는 최근 인사부서와 IT 부서를 통합하고, 전 CHRO(최고인사책임자)에게 최고인사 및 디지털 기술 책임자(Chief People and Digital Technology Officer)라는 새로운 직책을 부여했다3). 이러한 파격적인 조직 개편의 배경에는 HR을 포함한 다양한 부서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3,000개가 넘는 맞춤형 GPT 에이전트를 도입한 결정이 있었다. 모더나의 이러한 움직임은 AI 시대에 인사 및 기술 전략을 긴밀하게 통합해야 할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모더나의 리더십은 이제 단순히 인력 계획(workforce planning)을 넘어, 특정 과업이 인간에게 적합한지 아니면 기계(AI)에 더 적합한지를 판단하여 역할을 재구성하는 업무 계획으로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증대를 넘어, AI를 단순한 지원 도구가 아닌 핵심 운영 요소로 활용하여 조직 설계와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더나의 사례는 HR 부서가 단순히 사람 중심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조직 내 인간과 AI를 전략적으로 통합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HR-IT 부서 통합과 CHRO에게 부여된 새로운 역할은 HR이 AI 거버넌스, 인간-AI 업무 흐름 설계, 그리고 AI 친화적인 조직 문화 조성 등 전통적인 인사 관리의 범위를 넘어선 책임을 맡게 됨을 시사한다.
결국 전통적인 인적 자원(Human Resource)의 개념은 AI 시대에 들어서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하이브리드 자원(Hybrid Resources), 즉 인간 직원과 AI 에이전트의 결합을 관리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HR 전문가들의 관점 전환을 요구한다4). AI가 점차 더 많은 인지적 업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HR의 역할은 인간과 AI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이 둘의 협업을 관리하며, 윤리적인 AI 활용을 감독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AI가 재편하는 HR 업무
인사 기능 중에서 모집과 선발의 채용에 AI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구글(Google)은 채용 과정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며5), 최근 RTO(사무실 복귀; Return to Office) 정책과 함께 AI를 통한 인력 효율화 및 역할 재정의를 추진하는 모습은 AI가 채용을 넘어 조직 운영 전반에 통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6). 아마존(Amazon) 역시 이력서 검토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HR 챗봇을 통해 다양한 HR 서비스를 지원하여 응답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7). 지멘스(Siemens)는 IBM과 공동 개발한 AI 챗봇 ‘CARL’을 통해 HR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채용 관련 문의 응대까지 확장되었으며 그 결과, 채용 비용을 73% 절감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8). 또한, AI가 채용 과정에 깊숙이 관여함에 따라 후보자 경험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AI 챗봇은 24시간 응답하고 면접 일정을 조율하며, AI는 대규모 텍스트, 영상 분석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채용 프로세스가 빨라지고 후보자에게 더 많은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유니레버는 불합격한 후보자에게도 AI를 활용해 모은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피드백으로 제공한다9)).
다음으로 온보딩 관점에서도 AI는 여러 모습을 바꾸고 있다. AI는 신규 입사자의 역할, 경험, 학습 스타일에 맞춰 개인화된 온보딩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조직 적응을 가속화할 수 있다. 맞춤형 콘텐츠, 소규모 학습 모듈, 실시간 알림 등을 통해 각 신규 입사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AI 개인화 온보딩을 도입한 기업들은 신규 입사자의 생산성 향상까지 걸리는 시간을 67% 단축하고, 만족도를 34% 높였다고 보고한다10). 가령, 히타치(Hitachi)는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하여 온보딩 기간을 4일 단축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11).
다음으로 성과 기반 보상 측면에서 AI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성과 데이터와 연동하여 능력 중심의 보상을 설계하고, 보상 조정과 연결되는 지속적인 피드백 루프를 촉진할 수 있다. PwC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AI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무는 2024년에 평균 11%의 임금 프리미엄을 받았으며, 경우에 따라 56%까지 상승하기도 했다12). AI는 방대한 데이터세트를 수동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분석하여 보상 결정에 정확성과 객관성을 부여한다. 이는 특히 수요가 많은 AI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내부 형평성과 외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사람 중심에서 사람+기술 중심으로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 시대의 HR은 단순히 인간 직원만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자원(Hybrid Resource=Human+AI) 전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으로 AI가 조직의 학습과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이며, 이를 위해 오프라인 중심의 업무 방식을 디지털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13). 그러므로 HR은 단순히 효율성이나 원격 근무 지원을 넘어, AI가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풍부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주도해야 한다.
AI는 과거 중간 관리자가 수행하던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고 모든 수준에서 더 빠르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통적인 계층 구조를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AI는 기존의 직무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새로운 직무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계층적이고 엄격하게 정의된 직무 구조는 점점 더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AI는 보다 민첩하고, 팀 기반이며, 프로젝트 중심적인 업무 수행을 촉진한다14). 그러므로 HR은 AI가 주도하는 급격한 업무 및 기술 요구사항 변화에 조직이 적응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구조로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이는 모더나의 접근 방식에서 볼 수 있듯이,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역량과 업무의 흐름(flows of work)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15).
얼마 전 IBM에서 HR 부서에 대한 대규모 해고를 발표함으로써 여러 HR 동역자들에게 불안감을 끼쳐준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필자는 Hybrid Resource로서 HR에는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음을 확신한다. 그러한 변화에 본고가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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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R Executive. (2025, June 6). Microsoft’s insights: Preparing HR for the age of the ‘agent boss’. https://hrexecutive.com/microsofts-prediction-for-hr-leaders-get-ready-for-agent-bosses/
2) 이중학(2025). 넥스트워커, 클라우드나인.
3) Duperrin, B. (2025, May 19). HR and IT merger: Moderna redesigns its organization for and with AI. Bertrand Duperrin’s Notepad. https://www.duperrin.com/english/2025/05/19/hr-it-merger-moderna-ai/
4)이중학(2025). 넥스트워커, 클라우드나인.
5) HR HUB. (2024, November 22). The rise of AI in recruitment: What HR leaders must know in 2025. https://www.hrhub.app/blogs/ai-in-recruitment-2025
6) The HR Digest. (2025, June 6). Google’s RTO policy in 2025 forces employees to comply or quit. https://www.thehrdigest.com/googles-rto-policy-in-2025-forces-employees-to-comply-or-quit/
7) XenonStack. (2024, February 16). Streamlining human resources with agentic AI and agents.
8) Gini Talent. (2025). How AI transformed tech recruitment in Europe. https://ginitalent.com/ai-tech-recruitment-europe/
9) Global Skill Development Council. (2024). Next gen AI in action: Unilever’s AI-powered recruitment revolution
10) LumApps. (2024). Employee onboarding + AI: The future of employee integration.
11) Cerkl. (2025, March). How can AI transform employee onboarding
12) PwC. (2025, June 3). 2025 Global AI Jobs Barometer. https://www.pwc.com/aijobsbarometer
13) 이중학(2025). 넥스트워커, 클라우드나인.
14) 이중학(2025). 넥스트워커, 클라우드나인.
15) Duperrin, B. (2025, May 19). HR and IT merger: Moderna redesigns its organization for and with AI. Bertrand Duperrin’s Notepad. https://www.duperrin.com/english/2025/05/19/hr-it-merger-moderna-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