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채용의 한계
채용은 오랫동안 사람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해 이뤄져 왔다. 이력서와 경력 기술서를 눈으로 검토하고,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직관적 채용 방식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편향(Bias)의 문제다. 직관에 의존할 경우, 지원자의 외모, 말투, 옷차림, 키, 첫인상 등 비본질적인 요소가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첫인상이 좋은 지원자에게는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방해한다. 둘째, 일관성(Consistency)과 재현성(Reproducibility)이 부족하다. 일관성이란 동일한 지원자에 대해 평가자가 다르거나 평가 시점이 달라도 결과가 크게 변하지 않는 정도를 뜻한다. 재현성은 동일한 채용 절차를 반복 적용했을 때 유사한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말한다. 직관적 판단은 평가자마다 다르고, 같은 평가자라도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 판사들의 가석방 승인율이 점심시간 전후로 극명하게 달라진 연구처럼, 채용에서도 평가자의 컨디션, 기분, 피로도가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과신의 오류(Overconfidence)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이 정확하다고 믿지만, 직관의 정확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경우는 드물다. 넷째,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을 견제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임원이나 대표 등 의사결정권자의 주관적 판단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다. 다섯째, 규모(Scale)의 한계다. 대규모 채용이 필요한 경우, 모든 지원자를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시간 압박 속에서 이력서의 키워드 몇 개나 표면적인 경력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수 인재를 놓치거나 부적합 인재를 채용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데이터 기반 채용
직관에 의존한 채용의 한계와 위험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면서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 채용(Data-Driven Recruitment)’으로 전환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채용이란, 채용 과정 전반에 걸쳐 지원자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보다 객관적이고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의미한다. 많은 기업들이 지원자 수, 서류 합격률, 면접 탈락률, 최종 합격률 등 채용 단계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입사 후 성과, 조기 퇴사율, 직무 적합성 등 장기적 데이터를 추적·분석해, 어떤 채용 방식이 실제로 조직에 도움이 되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채용은 초기에는 구글, IBM, 삼성 등 일부 글로벌 대기업과 IT 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었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등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사의 채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