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의 ChatGPT가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미 상상을 뛰어넘는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글을 쓰고, 문서를 만들고, 동영상과 이미지를 만들어 주면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정도에서 이제는 실제 업무방식과 생산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조직 구조와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개인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도구 수준이 아니라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상호작용하는, 자동화를 넘어서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효율화하거나 의사결정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파격적인 변화의 사례로는 최근 5월에 기사화1)된, 코로나 백신 개발로 잘 알려진 바이오테크 회사 모더나의 HR과 IT 부서 통합을 들 수 있다. 사내에 3천여 개 GPT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던 모더나는 AI 주도의 조직 구조 변경과 인력계획(workforce planning)이 아닌 ‘work plan’이라는 관점에서 인간 중심성과 기술 역량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 모두를 달성하겠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HR Tech 회사들도 기존 솔루션이나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하여 고도화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체 시스템 아키텍처를 AI 기반으로 설계하는 ‘Native AI’ 플랫폼 기반 서비스로 재구축하는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Phenom, AI Native HR 플랫폼

그중 가장 선도적으로 Native AI 플랫폼을 표방하며 다양한 솔루션을 시도하고 있는 HR Tech 회사로는 Phenom(www.phenom.com)을 들 수 있다. Phenom(이하 페넘)은 한국 기업에는 생소한 회사이지만 글로벌 HR Tech 시장에서는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는 회사 중의 하나다. 지난 4월 발표된 글로벌 리서치 그룹 에버레스트의 스킬 인텔리전트 플랫폼 솔루션에 대한 PEAK 매트릭스에서 최상위 리딩 회사 중의 하나로 평가된 페넘은 인도 출신의 엔지니어 형제가 2010년 창업한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다. 

페넘의 X+플랫폼 

페넘은 매년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서비스 상품을 소개하는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4월에 열린 행사는 ‘가장 앞선 AI HR 만나보세요(Meet the most advanced applied AI)’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페넘 플랫폼에 구현한 멀티 AI Agent와 X+ Agent Studio 라는 AI Agent 빌더, 그리고 AI 온톨로지라는 방법론을 적용하여 사내의 Knowledge와 Skill set을 추출하고 구조화 데이터 플랫폼 X+Ontologies 를 소개했다. 주목할 점은 25종의 Pre-built core agents 제공으로 기업들이 에이전트 AI 구축을 위한 기술 역량과 전문가의 확보, LLM, RAG, API 통합, 머신러닝을 위한 고도화된 시스템 아키텍처의 설계와 구축에 대한 고민을 제거해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Phenom은 이미 2024년에 X+(엑스 플러스)라는 통합된 AI 플랫폼을 전체 서비스 운영의 기반으로 설정하여 사용자가 GenAI인 X+와 대화형식의 프롬프트를 작성해 원하는 프로세스를 직접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HR 현업의 사용자는 별도의 기술 지원 없이도 X+와의 대화만으로 원하는 워크플로우를 구성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연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2025년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X+는 다수의 Agent AI를 연결,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보조하는 Agentic AI로까지 더 진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정식으로 Agentic AI 라고 명명하지 않았지만 행사 당일 시현한 데모를 보면 Agentic AI HR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X+Agent Studio - Agent 빌더 플랫폼

X+Agent Studio는 페넘에서 제공하는 Agent 제작 플랫폼이다. 에이전트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자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가이드와 프로세스에 따라 각 단계별로 필요한 내용을 입력하거나 제안된 옵션 중에서 필요한 사항을 선택하면 간단하게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된다.

Description: 에이전트가 적용될 업무 내용을 기술하고 이 업무에서 어떤 역할(Persona)을 수행자를 위한 에이전트를 만들지를 정의
Trigger: 에이전트가 구동되는 시작 event를 정의
Tools: 에이전트 실행 시 연동해야 할 다른 에이전트 또는 데이터 소스, API로 연동되어야 할 다른 시스템 및 이미 자동화로 구현된 도구(Tool)들을 설정
Ontology: 에이전트가 활용해야 하는 스킬 셋을 선택
Reasoning: 업무 프로세스의 워크플로우를 정의. 전체 업무의 단계와 결과물을 정의하는 문장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플랫폼이 자동으로 워크플로우를 설계하고 필요한 Tool을 세팅해 줌
Deployment: 최종 완성된 에이전트를 배포하고 활성화


HR Tech 사례가 알려 주는 HR의 AI 도입 핵심 포인트 

페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HR Tech 회사들의 방향은 HR에게 AI 관련 기술 역량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나의 솔루션 안에 AI 기술을 적용하여 문서를 검토하고 분석하거나, 원하는 채용 후보자를 검색하는 등의 기능은 이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각 단계별로 필요한 에이전트들을 구축해서 세팅하고 그것을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의 흐름을 조율하고 검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도전이다. 그러나, 이 어려워 보이는 과정도 조만간 다양한 플랫폼이나 서비스 형태로 구현이 가능해지고 그만큼 더욱 AI를 현업에 도입하는 것은 쉬워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찾아내고 효율화가 가능한 영역과 여전히 AI가 대체할 수 없는, 휴먼터치가 필요한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갖는 것이다. 2023년 IBM은 AskHR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HR 직원 약 8,000명을 줄였지만 내부 직원들의 불만과 AI가 해결하지 못하는 업무로 인해 다시 HR 관련 인력을 재채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Agent Boss’라는 새로운 인재 유형의 등장이다. 최근 발간된 마이크로소프트의 2025 Work trend index annual report에서 제시된 이 ‘agent boss’라는 개념은 다수의 에이전트 AI를 자신의 부하직원처럼 다루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활용해서 업무의 생산성과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직원들을 의미한다. 높은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추고 AI 관련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다가오는 AI 시대에 잘 준비된 인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재들을 통해서 디지털 노동력(Digital labor)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들의 경쟁력이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HR 부서의 AI 도입과 적용의 성패는 바로 이러한 에이전트 리더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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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wsj.com/articles/why-moderna-merged-its-tech-and-hr-departments-95318c2a?reflink=desktopwebshare_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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