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점장과의 트러블로 인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하네요. 팀 선임으로 후배들 보호한다고 지점장한테 바른말하며 대들다가 완전 찍혀서 종합평가가 안 좋게 나왔나 봅니다. 주변 선후배들은 왜 명단에 포함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고요. 동생은 지점장이 말도 안 되게 괴롭혀서 고프로를 머리에 쓰고 다니겠다며 씩씩거리네요. 조언 부탁해요.”

가슴 짠한가? 누군가의 아픈 기억을 헤집었을 수도 있다. 위 내용은 어느 진보계열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인데, 아래 주요 댓글을 보면 현실은 더욱 차갑다.

“조직에서 누군가와 불협화음이 큰 문제가 될 때는 미련 두지 않는 게 좋다. 대부분 남 탓을 하지만 돌아보면 결국 내 문제인 경우가 많다.” “구조조정이란 칼을 빼든 입장에선 실적은 의미 없다. 조직에서 저성과자보다도 특정 사람을 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거고, 실적이 진짜 실적인지도 의문이고, 진짜 실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자리가 만들어준 걸로 생각할 수 있다.”  “같은 사안이라도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엔 시각차가 크다. 상급자가 정말 또라이일지도 모르지만 지점장까지 갈 정도면 능력자라고 보는 게 조금 더 객관적이다. 그래서 상급자와 하급자가 부딪히는 사안이면 무조건 하급자 편들기는 좀 힘들다. ‘경험 부족 + 하급자 고집’이 어우러진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위아래 모두 잘 보여야 잘하는 거다. 바른말도 눈치껏 해야 한다. 회사의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르면 방법이 없다. 위에서 보면 결국 반항하는 부하직원일 뿐. 챙겨줄 때 받고 나오는 게 현명하다.”

위로가 절실한 동생(형)의 속내와는 달리 하나같이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냉혹하면서도 현실적 조언이 잇따른다. 또 조직과 의미 없는 싸움에 힘 빼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제 갈 길 찾아가란다. 소수이긴 하나 소송을 부추기는 댓글도 있었다. 형 말대로라면 동생은 팀 선임으로서 후배를 보호하겠다는 책임감, 리더십이 있어 보인다. 지점장에게 바른말을 함으로써 조직 부조리에 맞서려는 정의감도 엿보인다. 또 일을 잘한다는 객관적 실적도 빼놓을 수 없다. 단지 ‘조직문화’와 맞지 않았을 뿐. 허나 문제는 단순치 않다. 여긴 (다양한 생각이 모인) 조직이다. 현실에서 동생의 태도는 되레 불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조직은 늘 공정하게만 움직이진 않는다. 지점장에겐 자신을 비판한 팀 선임이 ‘눈엣가시’였을 테고, 그로 인해 종합평가가 깎이며 구조조정 명단에 올랐을 수 있다. 주변 동료가 “왜 명단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건 실적만 보고 하는 말일뿐, 사실 구조조정은 주관적 평가에서 얼마든 갈린다. 물에 던져진 알곡과 쭉정이처럼 뚜렷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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