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슬로건 아래 많은 노동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특히 포괄임금제 금지는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움직임으로 기업의 인사 실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기고에서는 포괄임금제 금지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1. 포괄임금제의 개념과 오해
 
포괄임금제는 근로자의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로 수당을 별도로 산정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근로관계법령에 명시된 제도가 아니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무에 한해 판례에 의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제도다. 연장근로의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일괄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측정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근로행태에 상응하는 적정 수준의 금원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반 사무직, 기술직 등 근로시간 산정이 명확한 직무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판례법리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운용이 일반화되었다. 많은 기업에서 포괄임금제가 시간외수당 지급 회피와 장시간 근로 유도의 수단으로 남용되면서 근로자는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기업은 불필요한 노무 리스크를 안게 됨과 동시에 생산성도 저하되는 비효율적 노동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포괄임금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종종 혼동되는 것이 ‘고정OT제도’이다. 법적으로는 “연장근로의 사전합의” 개념으로서 연장근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업장에서 임금계산의 편의를 위해 활용되는 제도이며, 포괄임금제와는 달리 근로시간의 명확한 측정을 기본 전제로 한다. 고정OT제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을 필요로 한다.

① 근로계약서 등에 소정근로시간과 고정적인 추가근로시간을 명시하고, 그에 따른 수당항목과 금액을 명확하게 기재 (연장근로의 사전 합의)
② 실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측정
③ 실근로시간이 사전에 합의한 연장근로를 초과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수당을 추가로 지급


기업 인사 실무 현장에서 포괄임금제로 인식하고 있는 근로계약의 상당수는 실제로는 포괄임금제가 아닌 고정OT제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HR 담당자조차 두 제도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개념적 혼선은 기업 현장에서 실무적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예를 들어, 포괄임금제를 직무 특성에 대한 분석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거나, 고정OT제도를 적용하면서도 소정근로와 연장근로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근로시간 기록을 소홀히 하는 경우이다. 그밖에 과도한 고정OT의 설정(ex. 주 52시간 한도 전부를 고정OT로 반영하는 경우 등)으로 실질적인 연장근로수당 발생을 억제하는 경우도 HR부서에서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오류에 해당한다.
이렇듯 포괄임금제, 고정OT제도 여부와 무관하게 실제 현장에서 근로시간에 대한 명확한 관리 없이 정액 수당만 지급되다 보니, 기업은 비용 부담 없이 근로시간을 늘릴 유인이 생기고, 이는 결국 생산성 저하와 조직 내 피로 누적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근로자는 실제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기업은 임금체불, 법정근로시간 초과 등의 법적 분쟁에 노출되는 이중의 리스크를 안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요인이며, 노동시장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 글로벌 노동시장과 임금체계의 변화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근로시간과 임금의 투명한 연계, 그리고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근로시간 관리와 초과근로수당 지급에 있어 명확한 기준과 강력한 규제를 통해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1) 미국의 경우, 연방 노동기준법(FLSA)은 근로자의 직무 성격에 따라 ‘면제(exempt)’와 ‘비면제(non-exempt)’로 구분하며, 비면제 근로자에게는 주당 40시간 초과 시 반드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면제 직군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급여 기준과 직무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기업은 막대한 벌금과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근로시간과 임금의 연계를 명확히 하여, 기업이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고 임금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의 남용을 방지한다.
2) 독일은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가 특히 엄격한 국가로, 주당 근로시간 상한과 휴게시간, 연장근로 제한 등이 법률로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초과근로는 노사 간 협약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2022년부터 모든 직원에 대한 근로시간 기록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였다. 이에 따라 독일 기업들은 직무별로 근로시간을 세밀하게 관리하며,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은 금전적 수당 외에도 휴가나 유연근무로 대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3) 일본은 과거 장시간 근로 문화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심각했으나, 2018년 ‘일하는 방식 개혁’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과 초과근로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와 같은 예외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적용 대상과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기업의 자율적 근로시간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사례는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근로시간과 임금의 연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조직 신뢰를 높이는 핵심이라는 점이다. 둘째, 직무 특성과 업무 방식에 따라 유연한 제도를 설계하되, 그 적용 기준과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은 단순한 금전적 수당을 넘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 기업이 준비해야 할 실무적 대응 방안

포괄임금제는 한국기업의 인사 실무에서 관행처럼 자리 잡아왔지만, 그 법적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노동계의 단골 아젠다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 있어 왔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포괄임금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지도 지침 초안이 언론을 통해 유출되었다가 철회된 해프닝도 있었다. 이 당시 유출되었던 지도 지침 초안은 근로시간 측정이 가능한 업무에 대한 포괄임금제 적용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고정OT제도가 적법한 요건(ex. 실제 근로시간을 측정하고 초과분에 대한 추가 수당 지급)을 갖춘 경우에는 그 활용을 인정하는, 비교적 절충적인 논지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현 정부에 이르러 더욱 강력한 이행 의지를 보이게 되었고, 포괄임금제뿐만 아니라 고정OT제도마저도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일부 법안에서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미리 포함·산정하는 계약 자체를 금지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포괄임금제를 넘어 고정OT 제도에 대한 더욱 강력한 규제 또는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더욱 근본적인 인사 및 임금 관리 체계 변화의 필요성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포괄임금제 혹은 고정OT제도의 운영이 더 이상 법적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식해야 하며,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향후 대규모 소송이나 행정처분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관행에 의존하던 기업일수록 변화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선제적 준비가 필수적이다.
다음은 기업이 현실적으로 우선 고려해야 할 실무적 대응 방안들이다.
 
1) 보수체계의 제도적 순환 오류 정비
기업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도와 고정OT제도 개념에 대한 오랜 혼선이 있어 왔고, 이로 인해 기업 내부 보수체계상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기본 급여와 연장근로수당 산정에 있어 ‘제도적 순환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괄임금제도 및 고정OT제도가 폐지될 경우, 기존의 연봉계약 금액 전체가 주 40시간 근무에 따른 소정근무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기업에 막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따라서 현행 급여체계 내에서 소정근무에 의한 기본급과 고정OT가 명확히 구분될 수 있도록 정밀한 검토 및 보완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임금 인상 지급 기준, 성과급 지급 기준, 추가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지급 기준, 그리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던 생산직/기능직에서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하는 관리직으로 승진 시의 임금 구성 및 수준 등에 대해 체계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2) 근로시간 관리 선진화 및 일하는 방식 개선
포괄임금제의 폐지는 곧 근로시간에 대한 실질적 관리 책임이 기업에 전면적으로 부과됨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정액 수당 지급을 통해 근로시간 관리의 부담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근로시간의 정확한 기록과 합리적인 운영이 기업의 법적·윤리적 책임으로 요구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근로시간 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 전자 근태 시스템의 도입 및 고도화
단순한 출퇴근 기록을 넘어,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자동으로 산정하고, 실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유연근무제와 병행할 경우, 근로시간의 자율성과 법적 기준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기능이 요구된다.
- 현장 관리자 및 실무자 교육 강화
제도 변화에 따라 관리자들이 근로시간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실무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시스템 운용을 넘어, 근로시간 관리의 법적 의미와 책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근로시간 초과 방지 및 승인 절차 구축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근로가 발생할 경우, 자동 알림 기능을 통해 관리자에게 통보하고,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장시간 근로의 구조적 유인을 차단하고, 조직 내 피로 누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관리 체계의 정비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를 측정하는 기술적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한 과제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 ‘그 시간이 실제로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성찰하는 조직문화의 전환에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곧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며, 일하는 방식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면,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은 근로시간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회의 방식, 보고 체계, 협업 문화 등 일하는 방식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제도 대응을 넘어, 조직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투자가 될 수 있다. 근로시간은 더 이상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성과와 신뢰를 설계하는 자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4. 상식이 통하는 노동시장과 기업의 역할

포괄임금제의 폐지는 단순히 하나의 임금 지급 방식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기업과 근로자 간의 관계를 재설계하는 계기여야 한다. 근로시간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며,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혼란을 수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신뢰와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의 노동관계법령 제도 변화는 때로는 법이 지나치게 세세한 기준을 규정하면서, 본래의 취지와 달리 형식적 요건의 충족에만 집중하게 되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 입장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으며, 법과 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법은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으며, 결국은 사회가 공유하는 최소한의 상식을 명문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정당한 근로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정당하지 않은 근로 행태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 또한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시장에서는 오히려 상식을 벗어난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상식 자체가 저해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법과 제도, 그리고 기업의 실무가 모두 상식 위에 다시 설 수 있어야 한다. 포괄임금제 분야에서든, 통상임금 분야에서든, 이제는 상식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한국 노동시장이 진정으로 성숙해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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