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재명 정부의 정책기조와 노동정책

12·3 내란으로 시작된 2025년 대선이 결국 내란 세력 심판과 정권교체로 귀결되었다. 내란 종식과 정의로운 사회개혁을 열망하며 광장을 지켜낸 시민들의 만든 빛의 연대, 헌신과 투쟁의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함으로써 국민이 행복한 정의로운 사회대전환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울러 윤석열 내란이 초래한 경기침체와 경제위기 상황에 대응하여 경제회복, 성장을 최후선 과제로 제시하였다. 지난 6월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는 이재명 정부 5년간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역할을 대신하는 국정기획위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국정과제와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정기획위는 출범 다음날인 6월 17일,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정부 비전을 담은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가 국정 기획위원들에게 제공된 것은 이재정 정부, 향후 5년의 국정과제와 청사진을 만드는 데 기본방향이 된다는 의미이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진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미래를 선도할 기술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을 3대 성장 전략으로써 제시하였다. 침체에 빠진 민생경제와 내수회복을 살리고, 포용적 균형성장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키우고자 하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엿보인다.
특히 보고서에 담긴 노동정책의 내용을 보면 “공정과 상생의 노동시장”이라는 정책방향 하에서 ⅰ) 임금격차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 ⅱ) 일하는 모든 사람의 ‘일터 권리’ 보장, ⅲ)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ⅳ) 일과 삶의 균형을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제시한 노동공약도 이러한 맥락에서 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일터 권리’ 보장, ⅱ) 산업․업종․지역단위 단체교섭협약 활성화, ⅲ) 근로감독 강화-체불임금 제로 시대, ⅳ) 주 4.5일제 추진 및 노동시간단축, ⅴ) 법정정년 65세 연장, ⅵ)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안전보건 체계구축 등이 핵심 공약으로 제시되었다.
아직 이재명 정부의 노동분야 국정과제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언급한 성장전략 보고서와 노동공약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이 분명하다.
첫째, 임금격차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하여 노조법 제2, 3조 개정과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개선을 통하여 대기업의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청 사업주와 교섭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고, 특히 공공부문으로부터 초기업단위 교섭을 활성화하여 민간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일터의 권리보장을 위하여 ‘(가칭)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제정함과 동시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추정제도 등을 도입하여 노동관계법의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노동자대표위원회 등을 상설화하여 노조 없는 사업장에서도 노동자 이익대변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셋째, 일·생활 균형을 위한 주 4.5일제 도입, 포괄임금제 금지 등 실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특히 근로감독 행정을 확대 강화하여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엄정대처, 임금체불 근절 등 국가의 행정력을 통한 기초노동질서 확립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2. 지속가능한 노사관계을 위한 노동정책 과제

역대 보수·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출범 첫해는, 새로운 리더십에 기초해 핵심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정 주도권을 확립해가는 결정적 시기이다, 특히 100일의 활동이 새 정부의 성패를 좌우한다. 정권 초기 이루어지는 핵심 정책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로 이어지고, 임기 내내 국정 동력의 기반을 형성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도 민생경제와 내수회복을 살리기 위한 경제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되, 사회적 대화를 통한 포용과 소통, 통합의 리더십을 함께 발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정책도 핵심적인 민생대책이란 접근이 필요하다. 사각지대 없는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것, 전체 노동시장의 고용안정과 저임금노동자들의 소득안정과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내수침체를 극복하고 경제활력을 되살리는 진정한 민생대책이라 할 수 있다.

1) 노동법 밖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대책 수립
우선, 사각지대 없는 보편적 노동권이 보장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등 비정형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만큼 사각지대 없는 보편적 노동권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우선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확대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단계적 적용은 1998년 대통령령으로 일부 규정이 적용된 이래 27년 넘게 전면 적용을 유예해 왔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적용문제는 더 이상 경제 상황을 이유로 지체해서는 안 된다.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함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조치를 통해서 적어도 3년 이내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을 추진해야 한다. 특별한 근거 없이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 배제되는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도 적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노동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고용형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된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은 ▴차별이나 괴롭힘을 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노동할 권리 ▴수행한 노동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을 권리 ▴임신․출산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보호 및 지원받을 권리 ▴사회보험 등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평생교육․직업능력개발 지원받을 권리 등을 일터에서의 권리보장을 위한 선언적 내용을 규정하고, 실질적인 권리보장은 국가가 개별 법률로 보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노동관계법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적용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기법상 “근로자 추정(고용관계)” 제도의 도입 없이 일하는 사람의 기본법은 법적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에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근로자 추정” 제도의 도입(고용관계 추정제도)과 이에 대한 사용자의 입증책임 제도화 등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2) 불평등-양극화로 점철된 노동시장·노사관계 구조개선
불평등한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구조개선을 위한 노조할 권리보장과 초기업단위 연대교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노조할 권리의 보장이다. 우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했던 윤석열의 반노동 정책부터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실질적 지배력 있는 사용자의 교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제2·3조’ 입법이 연내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 우리 정부가 비준한 ILO 제87호, 제98호, 제29호 협약에 위배되는 타임오프 한도 제한, 노조 임원·대의원 자격 제한, 쟁의행위 및 교섭대상의 제한, 과도한 필수업무 유지의무, 주요방위산업체 종사자의 쟁의행위 금지, 노조법상 형사처벌 규정 등의 개정도 요구된다. 공무원·교원도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헌법상의 정치기본권이 회복되어야 한다. 특히 기업별 노사관계와 교섭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산업·지역·업종 단위로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확장 제도개선, 공공부문에서 저임금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연대적 교섭구축 확립, 실질적 노정 교섭 보장 등 모범적 초기업 교섭 및 단체협약 모델을 구축시키는 정책적·법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노조법 제30조 제3항에 의거 정부도 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이 활성화될 수 있는 지원계획과 예산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3)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으로써 법정 정년연장과 사회안전망 구축
새 정부는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법정 정년의 차이로 인한 소득 공백 해소,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 나서야 한다. OECD 국가 중 유일한 공적연금의 수급 연령과 불일치 하는 정년제도의 문제를 2025년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30인 이상 기업의 80% 이상이 정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년문제는 단순히 정년연장의 혜택을 누리는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닌 급격한 고령화와 숙련인력의 급속한 퇴출이 예정되어 있는 우리 노동시장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대책의 핵심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위기 상황을 이유로 증가하는 무분별한 해고 방지를 위한 기업변동에 따른 고용승계 보장법, 소득기반 전국민고용보험의 조속한 전면 시행 등도 요구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을 수립하고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특별법’ 제정,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등 다각적인 고용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4) 더 나은 삶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및 주 4.5일제 확대 추진
새 정부에서는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하여 ‘1일 최장 노동시간 제한’, ‘포괄임금약정 금지’ 및 ‘근로시간 적용제외·예외, 특례업종’ 폐지,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제’ 전면 도입,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정상화, 연장노동시간의 단계적 감축, 업무외시간 연결차단권 도입, 일정한 기간 내 야간노동 총량규제 등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개선 플랜 및 노동자 건강권 보호대책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주4.5일제는 일과 삶의 균형,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 등 정책적 효과가 매우 크다. 주4.5일제 시범사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관련 예산 배정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기구에 ‘국가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설치하여 2030년까지 연 1,700시간대로의 실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로드맵를 수립·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은 이재명 후보를 공식 지지후보로 결정하고 이재명 후보와 직접 ‘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한국노총은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노동존중 정책협약과 공약들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행하도록 적극적인 정책개입에 나설 것이다. 우리 사회의 책임있는 경제주체로서 사회적 대화를 강화하여 복합위기 시대에 타협과 신뢰의 노사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책무를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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