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도 없는, 그저 금속 따위가 어떻게 인간 세상의 꼭대기에서 우리를 쥐락펴락하고 있을까? 장신구로 만들어 화려한 빛과 디자인을 뽐내면 ‘예쁘다, 갖고 싶다’ 순간 홀리기는 하지만, 수십억의 세금은 체납하면서 김치통에 골드 바를 숨겨 놓는 파렴치한들을 생각하면 금을 쫓는 인간의 욕망은 생존 본능 그 이상으로 치졸하고 하찮다.  대학시절 첫 연애를 이별한 당시 거의 곧바로 커플링을 팔고 그 돈으로 친구에게 밥을 산 적이 있다. 친구는 “커플링 팔아서 밥 사주는 게 가능해? 아무렇지도 않아?”라며 놀라워했다. 아무래도 커플링에 담긴 의미와 추억 때문에 이별 직후 선뜻 팔기도 어렵거니와(물론 사람 나름이다), 그 돈으로 친구와 냠냠 쩝쩝 밥을 먹는 일이 헤어진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는 나도 공감했지만 내 기억으로 이렇게 대답한 것 같다. “반지 팔아서 너랑 밥 사 먹었다고 하면 ‘아 정말 끝이구나’ 그 사람도 확실히 알겠지.” 내가 반지를 곧바로 판 건 가장 깔끔한 이별이었고, 덕분에 친구와 지금까지도 곱씹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앙증맞게 반쩍이는 돌 반지, 나에게 선물한 액세서리, 서로 약속하며 맞춘 커플링, 이런저런 필요에 의해서 당신이 어딘가에 숨겨둔 작고 무거운 금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구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면, 누구냐 넌?  금이 지구 내부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는 것, 나만 새로운 사실인가?(학창 시절 공부를 정말 안 하긴 했나 보다) 금처럼 무거운 원소는 별 내부의 핵융합 반응으로는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현대 천체물리학은 금이 ‘중성자별 충돌이나 초신성 폭발’과 같은 극단적인 우주 현상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격렬한 사건은 엄청난 에너지와 중성자를 방출하며, ‘r-과정’(Rapid Neutron Capture Process)을 통해 철보다 무거운 원소인 금, 백금, 우라늄 등을 형성한다. 이렇게 우주 공간에서 생성된 금은 수십억 년 전, 운석과 소행성의 형태로 우주를 떠돌다 지구가 형성될 무렵 충돌하며 유입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채굴하고 가공하는 금은 그 기원이 지구 외부, 말 그대로 ‘외계’에 있는 것이다. 한편, 초기의 지구는 고온 상태에서 녹아 있었고, 금과 같은 무거운 원소는 모두 지구 중심부로 침강했기 때문에 지각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약 38억 년 전, 운석 폭격기가 다시 지구를 덮치면서 금은 지표 부근에 재공급되었고, 그 일부가 오늘날의 금광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솔직하게, 금을 안 좋아할 수 있어? 인간이 금에 매혹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특유의 따뜻한 노란빛이 시선을 끈다. 금은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금속으로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원소 중 하나다. 산화되지 않고, 변색되지 않으며, 노란빛을 영구히 유지한다. 또한 다른 금속보다 연성(가공성)이 뛰어나 가늘게 늘이거나 얇게 펴기 쉬우며, 쉽게 녹여서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고대부터 금이 신과 권력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사용되게 만든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금이 ‘신의 살갗’이라 불렸으며,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는 죽은 왕의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고대 인도에서는 금 장신구가 신에게 바치는 최고의 공물이었다. 중국, 마야, 로마 등 여러 문명에서도 금은 항상 가장 높은 권위, 정통성, 영속성의 상징이었다. 금의 희소성도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수천 톤의 암석을 캐내야 몇 그램의 금이 나오며,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금을 단순한 광물이 아닌, 인류가 탐욕과 경외심을 동시에 느끼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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