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
변수가 상수가 된 시대, 지속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결국 조직을 이루는 ‘사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외적 보상보다 ‘의미 있는 일’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조직의 과반을 차지하는 지금, 이들의 욕구와 기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유진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의 교수와 HR 테크 기업인 위크루트가 공동 연구/개발한, 구성원의 ‘의미 기반 경험’을 다차원적으로 진단하는 조직문화 도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교수는 “MZ세대의 71%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연봉 삭감도 감수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외적 보상만으로는 인재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로, 직원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인사 운영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미 있는 일터(Meaningful Workplace) 조직문화 진단’이 지속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실천적 해법의 시작이라고 강조한 이 교수와의 인터뷰 시간을 조명해 본다.
먼저, 개인 소개를 해달라.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에서 인사·조직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전공은 HRD이며, 학부에서는 인사조직 전공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강의와 교육에 주력하면서 몽골과 캄보디아 대학들과 공동 교육 협력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또한 『조직개발의 이해』, 『조직행위론』을 번역하며 관련 학문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도 힘써왔다.
이번 진단지를 개발하게 된 배경과 ‘의미 있는 일터’라는 관점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랫동안 ‘비전과 진로설계’ 과목을 통해 경영경제학부 학생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단순한 보상보다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한다는 점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고, 시간이 흘러 그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서 MZ세대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몇 년 전에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MZ세대 직원을 위한 인사·조직 제도 개편 컨설팅도 진행했다. 현장에서 CEO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사람들이 자꾸 그만둔다”는 것이었다. 연봉이나 복리후생에서 대기업과 경쟁이 어렵다 보니, “그렇다면 무엇으로 사람을 붙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제기됐다. 그 답을 ‘의미 있는 일터’에서 찾았다. 연구와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의미 있는 일을 경험하는 직원은 6개월 내 이직 의도가 69%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BetterUp Labs, 2018), MZ세대의 71%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연봉 삭감도 감수할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ResumeLab, 2023). 단순한 외적 보상만으로는 인재를 유지하기 어렵고, 직원이 자신의 일에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모여, ‘의미 있는 일터’를 조직 차원에서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게 됐다.
진단지의 이론적 기반과 12개 요인 구성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 Meaningful Work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에 따르면, 일의 의미성은 단일한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삶의 목적·가치와의 연결), 업무 차원(과업 자체의 중요성과 기여), 조직 차원(공동체·사회와의 연결)에서 다차원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의미 있는 일을 단순히 “일이 즐겁다”거나 “보람 있다”는 수준으로 좁게 보지 않고, 개인의 정체성과 성장, 업무의 성취와 사회적 기여, 조직 내 관계와 윤리성까지 포괄하는 넓은 틀로 바라봤다. Steger의 WAMI, Lips-Wiersma & Wright의 CMWS 같은 검증된 척도들이 이 다차원적 접근을 잘 뒷받침했고, 이를 토대로 이번 진단지를 설계했다. 둘째, 조직문화의 근간은 ‘가치관’이라고 본다. 특히 소명, 섬김, 정직, 청지기 정신과 같은 기독교적 가치 기반 원리는 종교적 맥락을 넘어 보편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로서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이 경험하는 의미를 측정할 수 있는 요인들을 체계화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진단지는 총 12개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의 의미와 목적 △정체성 일치와 통합성 △자기성찰과 성장 △기쁨과 활력 △사회적 기여 △관계와 공동체 △공동체 자부심 △지속성과 헌신 △리더십 명확성 △책임과 청지기 정신 △공정성 △가치 중심 업무의식. 각 요인은 구성원이 일에서 경험하는 의미의 서로 다른 차원을 다루며, 요인별 3문항씩 총 36문항으로 균형 있게 설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