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다 먼저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잘 지내지! 별일은 없고?” 주고받는 메시지의 마무리로 “조만간 밥 한번 먹자”고 건네면, 이 친구는 늘 “그러지 말고 날짜를 정해!”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사되는 만남은 긴 공백이 무색할 만큼 언제나 편안합니다. 독자님 곁에도 이런 친구 있으시죠?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챙기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성격과 별개로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참 감정 표현에 서툽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살가운 말은 입가에서 맴돌다 삼켜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 또한 표현에 인색한 편입니다.  며칠 전 딸아이가 이러더군요. “아빠, 어제 수학 문제를 푸는데 처음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뜻밖의 얘기에 할 말을 못 찾고 머뭇거리니 딸아이가 “아빠는 리액션이 약해! 표현을 많이 해줘야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표현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나태주 시인의 시 ‘아끼지 마세요’에도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 옷 되지요 (중략)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하략)”

어떠세요? 좋은 물건, 좋은 음식, 좋은 순간은 주저 없이 누리면서도 정작 마음속 따뜻한 감정만은 유독 아껴두지 않았나요? “언젠가 전하지 뭐”, “다음에 만나면 말하지 뭐” 하고 미루다 보면, 그 마음의 온도는 어느새 식어버릴 겁니다.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라고 시인이 말한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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