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AI First를 외치는 2026년

팬데믹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이제 ‘AI 네이티브’라는 거대한 흐름과 마주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생성형 AI가 보여준 폭발적인 잠재력은 HR 분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AI 시대 HR의 핵심 역할이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개별 구성원의 역량과 기술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맞춤형 인사 관리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전망은 HR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상황을 냉정하게 복기해 보면, ‘AI First’라는 구호가 실제 HR 현장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단순히 상용화된 AI 툴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것과, AI를 HR의 핵심 운영 체계로 내재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으로 AI 기반의 ‘초개인화된 인사 관리’라는 이상과 현실적인 ‘AI 구현 역량’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2026년 HR의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2026년, 우리는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막연한 구호와 ‘AI를 통해 실제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조직은 이전에 없던 속도로 뒤처지게 될 것이다.

생성형 AI의 현주소
: 효율은 높였지만, 혁신은 요원한 이유

생성형 AI의 붐은 분명 HR 담당자들의 ‘단위 업무’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켰다. 채용 공고 작성, 면접 질문 생성, 교육 자료 요약, 구성원 응대 챗봇 등에서 AI는 훌륭한 보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HR의 핵심 가치 사슬(Value Chain) 전반을 관통하는 변화는 아직 미미하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단편적인 ‘업무 효율화’는 이뤄졌지만, 특정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학습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실행하는 ‘AI 에이전트(AI Agent)’의 활성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HR 담당자들이 마주한 세 가지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 ‘AI 서비스 활용’과 ‘AI 기반 HR 설계’를 동일시하는 착각이다. HR 담당자가 상용 AI 서비스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과 우리 조직의 HR 프로세스에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역량이다. 후자는 우리 조직의 데이터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데이터 거버넌스, 시스템 연동의 복잡성, 그리고 윤리적 활용에 대한 설계 등 AI Agent 활성화를 위한 선행 조건들을 HR 담당자가 직접 해결하고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둘째, AI는 사용자의 지식수준을 증폭시키는 ‘확성기’와 같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가진 지식의 크기만큼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 특정 업무 흐름이나 분석 이론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AI에게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없다. 어떤 이론적 배경 위에서 AI를 활용할지(Domain Knowledge), 어떤 분석 방법론을 선택해야 할지(Statistical Knowledge), 그리고 그 결과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해석할지(Insight Generation)에 대한 고수준의 지식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즉, AI는 사용자가 가진 지식의 크기만큼만 가치를 창출한다.
셋째, ‘예측적 AI’ 영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다.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지닌 예측적 AI(Predictive AI) 알고리즘의 활용이 묻히고 있다. HR 분야에서 진정한 가치는 ‘텍스트 생성’이 아니라 ‘미래 예측’에 있다. 예컨대, 특정 구성원의 퇴직 가능성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필수 스킬 갭(Skill Gap)을 예측하거나, 특정 팀 구성이 프로젝트 성공률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생성형 AI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는 통계적 모델링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2026년 HR 조직이 가장 우려하고 경계해야 할 두 가지 수동적인 자세가 있다.
첫 번째는 ‘사고의 근거를 LLM에 의존하는 함정’이다. 생성형 AI가 제시한 그럴듯한 답변을 비판적 관점 없이 ‘인사이트’로 착각하고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 경향이다. LLM이 내놓는 답변은 그럴듯한 통계적 개연성을 지닐 뿐, 조직의 복잡한 맥락, 문화적 특성, 그리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담보하지 않는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한 ‘패턴’을 제시할 뿐, 우리 조직의 복잡한 맥락과 전략적 방향성을 고려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AI의 결과물을 맹신하는 순간, HR의 전략적 판단은 방향을 잃게 된다.
두 번째는 ‘기술적 구원자를 기다리는 함정’이다. “내 업무와 관련한 새로운 AI 기술이 언젠가 상용화될 것이다”, “IT 부서가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줄 것이다”라는 수동적인 자세다. 이러한 관망은 HR을 ‘기술 종속’의 상태로 남겨두며, 조직 내부의 문제 해결 역량을 고사시키는 ‘기술적 방관주의’로 귀결된다. 완벽한 솔루션이 시장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2026년의 대분기(The Great Divide)
: 격차는 이미 시작되었다

2026년 HR AI 활용과 관련해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양상은 바로 ‘조직(기업) 간 역량의 양극화’이다. 이러한 양극화는 두 가지 집단으로 명확히 나뉜다. 첫 번째는 ‘모호한 기대 속의 관망자’ 집단이다. 지난 몇 년간 “AI가 중요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작은 실험이나 분석조차 시도하지 않은 조직들로, AI 도입을 위한 내부 역량(데이터 분석, 프로세스 설계)을 축적하지 못했다. 이들은 “우리 조직의 역량 있는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모호한 기대를 안고 있거나, “비용을 들여 도입했는데 실패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에 투자를 망설이며 변화의 흐름에서 계속 뒤처지게 될 것이다.
반면, 앞서가는 집단은 ‘스스로 만들고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HR 프로슈머(Prosumer)’다. 꾸준히 준비해 온 이 조직들은 HR Analyst들을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이들에게 생성형 AI는 부족했던 프로그래밍이나 통계 지식을 보완해 주는 강력한 ‘날개’가 되어준다. 이들은 더 이상 거대하고 폐쇄적인 HR 솔루션에 의존하지 않는다. HR 프로슈머는 데이터 분석, 통계 모델링과 예측적 알고리즘 그리고 HR 도메인 지식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융합한다. 이들은 코딩(Python, R 등)의 도움을 받아 직접 필요한 Apps나 System, AI Agent를 제작(Self-made)하는 ‘제작자(Producer)’의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에, 이들은 타인이 제작한 Apps와 System을 누구보다 잘 활용할 줄 아는 전문적인 ‘소비자(Consumer)’이기도 하다. 즉, ‘HR 프로슈머(Prosumer)’의 등장이다.
2026년은 마치 선사시대에 뛰어난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이 자작한 잉여 도구를 유통(판매)하여 경제적 가치를 누린 것과 같은 시대가 급격히 도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HR 프로슈머들은 범용적인 Apps와 AI Agent를 만들고, 이를 통해 HR Process 상의 특정 문제(예: 작은 조직의 성과 관리, 비정형 데이터 분석 등)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경제적 가치까지 실현할 수 있다. 기존의 폐쇄적인 HR 제도 수립 경험이나 특정 맥락에만 부합하는 ‘Best Practice’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대신, HR 프로세스 전반에서 특정 기능에 적합하게 적용 가능한 Apps와 AI Agent를 만들고 또 활용할 줄 아는 ‘프로슈머’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들은 자신이 만든 솔루션을 조직 내에 유통하거나 외부로 판매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AI가 던진 근본적인 HR의 도전 과제

관점을 HR의 기능으로 확장해 보자. AI의 확산은 단순히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HR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AI가 촉발한 전통적인 HR의 두 가지 거대한 도전 과제는 보상과 조직 구조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보상 철학의 딜레마는 지식 근로자의 새로운 양극화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HR의 보상 철학은 ‘유사한 연차와 경력을 보유한 구성원 간에는 큰 역량 차이가 없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은 지식 근로자 계층을 급격히 양분하고 있다. 고수준 AI 활용 역량을 갖춘 집단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더 복잡하고 전략적인 업무를 처리하며, 그 결과물의 질과 양에서 비활용 집단과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고 있다. ‘고수준 AI 활용 역량을 갖춘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생산성 차이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임금, 보상, 승진 체계는 여전히 이들을 같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불일치는 고성과 프로슈머들의 동기 부여를 저해하고, 결국 조직 외부로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핵심 리스크가 될 것이다. 이 간극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수 인재의 이탈과 내부적인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또한, 서구권에서는 이미 AI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위계적, 관리형 조직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정보의 전달과 업무 통제를 담당하던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AI로 대체되는 ‘대압축(Great Compression)’의 시대가 오고 있다. 루틴한 관리 업무의 자동화는 중간 관리자의 계층적 역할(Hierarchy)을 압축하고, 리더에게 ‘통제’ 대신 ‘비전 제시’와 ‘핵심 자원 연결’이라는 본질적인 역할만을 남긴다. 2026년의 조직은 AI를 통해 증폭된 ‘개별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의 역량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할지가 조직 설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실천적 대안
: ‘AI Literacy’를 넘어 ‘AI 실천’으로

단순히 ‘AI First’를 외친다고 HR에 AI가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Big Data’ 시대, ‘Data Science’, ‘DT와 DX’를 거쳐 ‘AI Literacy’라는 이름의 수많은 교육을 받아왔다. 하지만 자문해 보자. 그 교육이 실제 우리 업무에서 실천적 적용을 이끌어 냈는가?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이러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업무 외 시간을 투자한 구성원들에게 생성형 AI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 이를 등한시했던 다수는 이제 더 급하게 이 변화를 따라잡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LS People Lab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관망자’가 아닌 ‘실천자’의 길을 택했다. 2025년 우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거대한 외산 인사관리시스템이 지원하지 못하는 ‘회색 영역(Gray Area)’에서 HR 담당자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10여 개의 Micro HR Apps, system 그리고 AI Agent를 MVP(최소 기능 제품) 수준으로 완성했다. 예를 들어, ‘조직 문화 서베이 분석 앱’은 단순한 시각화 대쉬보드(dash-board)를 넘어, 설명가능한 AI(XAI)를 활용하여 특정 현상(예: 이직 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예: 비전 공유 부족)를 분석해낸다. HR 담당자는 복잡한 XAI 원리나 사용법을 몰라도 클릭 몇 번으로 전략적 분석 결과를 얻으며, 내장된 생성형 AI를 통해 결과의 맥락과 심층적인 근거 기반 인사이트까지 즉각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는 HR 담당자가 단순 운영자가 아닌 전략적 컨설턴트로 거듭나게 돕는, 프로슈머형 도구의 실천 사례다. 2026년,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그룹 IT를 관장하는 LS ITC와의 협업을 통해 이러한 MVP들을 실제 HR 구성원과 최고 경영층이 활용할 수 있는 사내 시스템으로 확산, 전개하는 것이다.
2026년 HR의 미래는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실천의 중심에는 수동적으로 솔루션을 기다리는 ‘관망자’가 아니라, 프로그래밍, 통계, 도메인 지식을 융합하여 스스로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HR 프로슈머’가 있어야 한다.
AI는 HR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우리 조직의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탐색하며,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HR 전문가’는 결코 대체할 수 없다. 2026년, 우리는 ‘프로슈머’가 될 것인지, 아니면 ‘관망자’로 남아 격차를 허용할 것인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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